[이나경의 오션노트] 총파업 부르는 HMM 부산 이전 갈등, 해운 경쟁력·민영화는 '뒷전'

  • HMM 노조, 본사 이전 놓고 총파업 예고

  • 민영화 지연 속 정책 변수까지 더해져

  • 경영 안정성·기업가치 우려 목소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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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육상노동조합은 지난 2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었다. [사진=HMM 육상노조]
"사측의 일방적인 본사 이전 추진은 '노동자에 대한 기만'이자 '정치적 야합'입니다. 이를 저지하기 위해 총파업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투쟁할 것입니다."

HMM 본사 부산 이전을 둘러싼 노사 갈등이 결국 '총파업'이라는 극단적 상황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 기조를 무비판적으로 추종하며 경영 리스크 확대와 민영화 지연을 자초하고 있다는 게 노조 측 비판의 요지다. 

HMM 육상노동조합은 지난 2일 오후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열고 "결코 파업을 원하지 않지만, 정부와 사측이 우리를 총파업으로 내몰고 있다"며 "본사 이전 계획이 완전히 철회될 때까지 단결하여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에는 조합원 전체 700여명이 자리해 뜻을 함께했다. 

특히 노조는 노사 교섭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이사회가 정관 변경 안건을 의결한 것을 두고 "신뢰를 저버린 기습적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창립 50주년을 맞아 '100년 기업'을 강조한 직후, 노동자 삶의 기반을 흔드는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배신감이 크다는 것이다. 

앞서 지난달 30일 HMM은 이사회를 열고 정관 변경의 건, 임시 주주총회 개최의 건을 의결했다. HMM 정관은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어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정관 변경이 필수다. 이사회에서 의결된 안건은 오는 5월 8일 임시 주총에서 표결 처리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HMM 지분을 산업은행(35.42%)과 한국해양진흥공사(35.08%)가 70% 이상 보유하고 있어 안건 통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이에 노조는 임시 주총이 진행되는 당일 현장 봉쇄 계획과 쟁의행위 권한 확보 의지를 밝히며 갈등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노조는 부산 이전 명분에 대해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회사가 정부가 추진 중인 '해양수도 완성'이라는 정책 기조에 편승해, 경영상 실익이 불분명한 결정을 강행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노조는 이를 '정치적 이해관계가 개입된 결정'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최대주주가 산업은행과 해진공인 구조에서 HMM의 주요 의사결정은 사실상 정책 환경과 분리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본사 이전을 경영 전략이 아닌 정치적 선택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시장에서는 HMM의 본사 부산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단순한 조직 이동을 넘어 실질적인 경영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핵심 인력 이탈이 가시화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업무 공백과 생산성 저하가 불가피하고, 장기적으로는 노하우 축적 단절과 조직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더욱이 최근 HMM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까지 육상노조와의 연대를 약속해 총파업이 진행될 경우 물류 운영 차질은 물론 글로벌 해운 동맹과의 협력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노사 갈등은 HMM의 장기적 목표인 민영화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HMM은 지난 2023년부터 민영화를 적극 추진해 왔다. 당시 산업은행과 해진공은 보유 지분(약 57.9%) 매각을 추진하며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림그룹-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을 선정했지만, 자금 조달 및 조건 협상 문제로 최종 결렬된 바 있다. 이후에도 정부는 시장 상황을 고려해 재매각 시점을 조율 중인 상태다.

정부의 기본 방침은 해운업 재건을 위해 공적자금을 회수하면서도 HMM을 안정적으로 민간에 넘겨주겠다는 뜻이지만 시가총액만 18조원을 넘어선 회사를 감당할 기업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는 평가다. 지분을 분리 매각하더라도 최소 6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민영화가 지연될수록 기업의 의사결정은 정책 변수에 더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글로벌 해운 시장에서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경쟁 구도와는 거리가 있는 방향이다.

현재 HMM 인수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는 곳은 동원그룹이다. 동원그룹이 HMM을 품으면 식품 생산-해상 운송-항만 하역-육상 물류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표하고 있다.

당초 포스코그룹도 HMM 인수에 관심을 보였지만, 현재로서는 '거리 두기' 기조다. 재무 부담과 비철강 사업과의 시너지에 대한 우려로 내부 신중론이 커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 HMM은 민영화 지연에 더해 정책 이슈까지 겹치며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라며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향후 매각 과정에서 기업 가치 평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글로벌 해운 동맹 기업 입장에서도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HMM이 임시 주총 이후 하반기부터 본사 부산 이전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본다. 부산 신항을 중심으로 새 본사 이전지를 찾고, 서울 직원 이전을 위한 지원책 등을 발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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