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포스코 직고용 논란, 결국은 소통의 문제

이나경 기자
이나경 기자
포스코가 전례 없는 불확실성에 직면해 있다. 포스코의 협력사 직원 직고용 추진을 둘러싼 노사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고 있어서다. 노조는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 추진이라며 쟁의 절차에 돌입했고, 회사 역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창사 이래 첫 총파업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포스코는 지난 4월 '상생의 노사모델' 구축을 이유로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상생협의회를 통해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접 고용한다는 결단을 내렸다. 구체적인 채용 방식과 조건, 처우 체계 등도 함께 공개했다. 현장 조업의 전문성을 입증하는 '조업시너지(S) 직군'을 신설하고 승진 체계는 S1부터 S7까지 7단계로 운영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협력사 직원 직고용은 철강업계에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현대제철이 2021년 국내 민간기업 최초로 사내 협력업체 직원 45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한 데 이어 동국제강은 2024년 사내 하청 노동자 889명을 직고용한 사례가 있다. 

다만 포스코 사례는 규모와 영향력 측면에서 차이가 난다. 이번 직고용 규모는 포스코 철강(제철소 포함) 직원 약 1만7000명 중 40%에 해당하는 수치로 기존 정규직 체계와 조직 운영 전반까지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다. 

문제는 이처럼 영향력이 큰 사안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현장과 충분한 대화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노조는 직고용 자체보다 추진 과정에서의 협의 부족을 강하게 문제 삼고 있다. 기존 직원들 사이에서도 향후 직무 체계 변화와 인사 운영 방향, 임금 구조 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성호 포스코 노조위원장은 직고용 발표 당시 성명서를 통해 "사측이 대직원 공감대 형성이라는 최소한의 절차를 무시해 조합원들이 깊은 상처를 입었다"며 "입사 과정에서 쏟은 치열한 노력과 각자 직무 고유의 가치가 훼손돼선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직고용 대상이 되는 협력사 직원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기존 정규 생산직인 E직군과는 분리돼 별도 S직군에 편입되는 데 따른 차별에 대해 문제 삼고 있다. 이미 포스코 포항·광양제철소 내 일부 협력사 직원들은 임금 체계 불만 등으로 출근을 거부해 현장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대상은 S직군 전환 대상자로 거론되는 포트엘(POTL)과 PSC 등 일부 협력사 직원들로, 현재 포스코는 이들을 대체해 직영 인력을 현장에 긴급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S직군 임금 체계는 동일 연차 E직군 대비 70% 이상으로 책정되며 직영 직원과 동일한 복리후생 혜택이 적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 고민도 이해 못할 부분은 아니다. 최근 산업계에서는 원청 책임 강화와 안전 체계 개선 요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제조업 현장에서 반복돼 온 '위험의 외주화'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꼽힌다. 포스코 역시 이런 시대적 흐름 속에서 대규모 직고용이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방향성이 옳다고 해서 과정까지 모두 이해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철강업처럼 현장 조직 문화가 강하고 장기간 유지된 직무 체계가 뚜렷한 산업일수록 구성원 설득 과정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업계 안팎에선 이번 갈등이 장기화할 경우 노사 문제를 넘어 생산 현장 안정성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포스코는 그간 꾸준히 '상생'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강조해 왔다. 협력사와의 동반 성장과 안전 강화 역시 기업이 반드시 고민해야 할 과제다. 다만 진짜 상생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정책의 취지만큼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이 이를 얼마나 납득할 수 있느냐다. 지금 포스코에 필요한 것은 속도감 있는 결정보다 현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충분한 소통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