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확실히 안다는 착각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소설 '톰 소여의 모험', '허클베리 핀의 모험'으로 잘 알려진 미국 작가 마크 트웨인은 현지에선 비평가로 더 유명하다.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히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라는 말은 마크 트웨인이 작품과 강연에서 일관되게 지적해 온 인간의 인식 오류를 압축한 표현이다. 그는 사람들이 어떤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불완전한 지식을 진실로 믿는 순간 더 큰 오류에 빠진다고 주장했다.

이 표현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서브프라임 모기지를 다룬 영화 '빅쇼트'의 서두에 인용되며 다시 한번 유명해졌다. 당시 시장에서는 미국 부동산과 금융 시스템이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는 집단적 맹신이 있었고, 결국 금융 시스템 전반을 뒤흔드는 위기로 돌아왔다.

문제는 이런 '확신의 구조'가 형태만 바뀌고,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2008년의 위기가 서브프라임 모기지였다면 2026년엔 그 이름이 사모대출로 바뀌었을 뿐이다.

사모대출 시장은 금융 규제 강화 이후 은행의 빈자리를 메우며 빠르게 성장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신속한 자금 조달이 가능하고, 투자자 입장에서는 비교적 높은 금리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대안인 것처럼 느껴졌다. 코로나19 시기 저금리 환경에서는 안정적인 수익을 제공하는 자산으로 평가되며 기관투자가 자금이 대거 유입됐다.

그러나 구조를 들여다보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상품과 상당히 닮아 있다. 유동성이 풍부할 때는 리스크가 과소평가되고, 자금이 몰릴수록 심사는 느슨해진다. 차주의 신용보다 거래 자체가 우선되고, 리스크를 통제하는 안전장치는 점점 후순위로 밀린다. 겉으로는 다양한 투자 유형 중 하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특정 경기 사이클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점도 그렇다.

'보이지 않는 리스크' 역시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시킨다. 사모대출은 공모시장과 달리 가격이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평가도 내부 모델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이 흔들려도 손실이 즉각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위험은 축적되다가 특정 시점에 한꺼번에 표면화된다. 복잡한 구조화 상품이 위험을 가렸던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놀랍도록 비슷하다.

물론 사모대출이 곧 위기라는 단정은 성급할 수 있다. 사모대출은 은행이 감당하기 어려운 중위험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고 실물경제를 보완하는 역할을 해왔다. 구조에 따라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투자 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위험은 자산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둘러싼 신념에서 시작된다. 연체율이 낮고 담보가 있다는 이유로, 혹은 과거 성과가 좋았다는 이유로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고 지나치게 믿는 순간 시장은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금융위기를 겪으며 우리가 얻은 교훈은 위기의 원인이 복잡한 금융공학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였다는 점이다. 시장 참여자들은 위험을 몰랐던 것이 아니라 알고도 외면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이번에는 다르다'는 자신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교훈을 얻었음에도 사모대출 시장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은 당시와 다르지 않다. 금리 상승과 경기 둔화 국면에서 차주의 상환 능력은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안정적인 수익 자산이라는 서사를 바라고 있으니 말이다. 

위기는 낯선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늘 익숙한 확신 속에서 쌓인다. 결국 우리가 곤경에 빠지는 이유는, 마크 트웨인의 말처럼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라 '확실히 안다고 믿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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