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닛케이 지수 5.2% 급락...엔저·금리 급등 겹치며 '트리플 약세' 공포

  • 역대 3번째 하락 폭... 장중 5만 2000선 붕괴 후 개인 '저가 매수'에 낙폭 축소

  • 엔·달러 160엔 육박하며 당국 '진퇴양난'... 다카이치 총리 "추경 편성 가능성"

9일 일본 도쿄에 있는 증시 전광판 앞을 한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9일 일본 도쿄에 있는 증시 전광판 앞을 한 행인이 걸어가고 있다.[사진=EPA·연합뉴스]



9일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닛케이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92.12(5.20%)포인트 하락한 5만 2728.72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역대 세 번째로 큰 하락폭이다. 장중 한때 하락폭이 7%대를 넘어서며 5만 2000선이 붕괴되기도 했으나, 오후 들어 개인 투자자들의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며 낙폭을 일부 만회했다.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먼 나라 전쟁 시 주가 하락은 오래가지 않는다'는 시장의 낙관 시나리오가 후퇴하고, 원유 가격 급등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경기 후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시장을 짓눌렀다.

이날 시장은 개장 직후부터 다양한 종목에서 하락세가 나타났다. 도쿄증권거래소 상장 종목의 약 90%가 하락하는 전면 약세 장세였다. 특히 올해 주가 상승을 견인했던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관련 대형주인 어드반테스트(-11.03%)와 소프트뱅크그룹(-9.81%)은 폭락세를 기록했다. 투자자 불안을 나타내는 닛케이 변동성지수(VI)는 일시적으로 66대까지 치솟았다. 이는 일본증시 역대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던 2024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증시 침체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이 과거 50건의 지정학적 이벤트를 분석한 결과, 원유 공급 우려가 불거졌던 국면에서 일본 증시가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는 평균 400일 이상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심리를 냉각시킨 결정적 원인은 국제 유가의 폭등이다. 오전 중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배럴당 110달러를 돌파하며 장중 119달러대까지 치솟은 데 이어, 오후 들어 아시아 시장의 지표가 되는 중동산 두바이유(현물) 가격마저 전 주말 대비 30.10달러 급등한 배럴당 124.90달러 안팎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공포를 키웠다. 이란 차기 지도자로 강경파 인사가 선출되는 등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외교적 해결 가능성이 희박해진 점이 유가 상승을 부추겼다. 여기에 미군의 지상군 투입 검토 소식까지 더해지며 군사 충돌의 장기화 가능성이 부각됐다.

유가 급등은 외환과 채권 시장도 흔들었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장중 158.90엔까지 치솟은 뒤 오후 5시 현재 158.38~158.40엔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오후 들어 주요 7개국(G7)이 석유 비축유 공동 방출을 협의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며 엔화 매도세는 다소 진정됐으나 개입 경계선인 160엔 선이 눈앞에 왔음에도 유가 급등이 경제 펀더멘탈을 반영한 것이어서 당국이 개입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채권 시장 역시 인플레이션 우려로 신규 발행 10년물 국채 금리가 전 거래일 대비 0.020%포인트 상승한 2.180%로 거래됐다. 장중에는 2.225%까지 치솟으며 3주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이날 일본 금융시장은 증시와 채권시장 및 통화가 모두 약세를 보이는 '트리플 약세' 흐름을 연출했고, 경기 악화 우려에 일본은행(BOJ)의 4월 금리 인상 확률은 54%까지 하락했다.

일본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경제산업성은 일본 내 10개 국가 석유 비축 기지에 방출 준비를 지시했다. 주요 7개국(G7) 역시 긴급회의를 열고 비축유 공동 방출 협의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시작된 해협 봉쇄가 일주일째 이어지며 세계 소비량의 20%에 달하는 원유 수송이 차단됐고, 주요 산유국들의 감산도 본격화되고 있다. 일본은 2025년 12월 말 기준 국가와 민간을 합쳐 254일분의 석유를 비축하고 있으며, 국내 수급 불안이 가속화되면 사상 첫 단독 방출에 나설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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