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현장에서는 마냥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인력난과 후판 가격 변동성 등이 겹치며 공정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수주가 늘어난 만큼 납기 관리 리스크도 함께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수주잔고는 지난해 말 기준 1244억5200만 달러(180조6918억원)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일부 조선소는 이미 2028년, 길게는 2029년 인도 물량까지 확보한 상태다.
특히 LNG선과 VLCC 등 고부가 선종 비중이 확대되면서 선가도 고점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올해도 조선 3사가 견조한 실적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통상 선가 상승은 향후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각 사 분기 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부문 가동률은 105.5%를 나타냈다. 한화오션은 101.1%, 삼성중공업의 조선 부문 가동률은 112%이었다.
국내 조선사들은 3~4년 치 일감을 쌓아둔 만큼 가동률을 끌어올려 생산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건조 물량이 많아짐에 따라 납기 지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감은 많지만 일을 할 인력이 부족한 탓이다. 조선업은 납기 준수가 곧 신뢰로 통한다. 실제 조선사와 선주가 계약을 체결할 때 선박 건조 지연에 대한 배상 조항을 명시하고 납기를 넘길 경우 선주가 계약을 취소하고 선수금 환급을 요구하는, 이른바 'RG콜(선수금 환급보증 실행)'을 할 수 있다. 이는 조선사의 수천억원대 재무 부담으로 연결된다.
조선사의 납기 리스크 부담을 키우는 가장 큰 요인으로는 '숙련 인력 부족'이 꼽힌다. 조선업은 장기간 불황을 겪으며 인력 구조가 크게 위축됐다. 최근 업황 회복에도 불구하고 현장 인력은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황이다. 조선업 미충원율은 14%대로 전 산업 평균을 크게 웃돈다. 연간 1만명 이상 인력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공백은 외국인 인력으로 상당 부분 메워지고 있다. 특히 E-7(숙련기능인력) 비자 근로자 비중이 빠르게 느는 추세다. 2024년 기준 조선 3사의 E-7 직고용 인력은 3333명으로, 전체 E-7 근로자(6282명)의 53.1%를 차지한다.
앞서 2022년 정부는 조선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E-7 비자 한도(쿼터)를 폐지하고 외국인 용접공 등을 대폭 고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한 바 있다. '외국인 인력은 하청이 주로 활용한다'는 인식과 달리, 원청이 직접 채용·관리하는 비중이 이미 절반을 넘어선 셈이다. 고난도 공정이 많은 조선업 특성상 숙련도 관리와 품질 통제를 위해 원청 직고용이 확대된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서 E-7 직고용 제도 축소 또는 폐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울산에서 열린 '조선업 르네상스, 함께 만드는 좋은 일자리' 타운홀 미팅에서 E-7 비자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날 김 장관은 "E-7 비자가 무한 확대돼 원청 일자리까지 잠식해 들어가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그런 차원에서 법무부와 협의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현장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7 직고용 제도가 축소 또는 폐지될 경우 인력 수급 불확실성이 더욱 커져 납기 관리 부담도 함께 확대될 수밖에 없어서다. 한 업계 한 관계자는 "수주잔고가 쌓인 상황에서 인력 운용의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면 공정 안정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후판 가격 변동성도 부담이다. 후판은 선박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소재다. 최근 글로벌 철강 시황과 환율 변동에 따라 가격 등락 폭이 커지면서 원가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고 있다. 선가가 올랐다 하더라도, 후판과 기자재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 실제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주잔고가 많다는 것은 기회이자 동시에 리스크"라며 "프로젝트 관리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호황이 기업들에게 되려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