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법안 발의…코스닥 '독립 운영' 시험대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해 각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된다. 코스피 중심의 단일 운영 구조에서 벗어나 코스닥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부실 상장기업의 신속한 퇴출을 강조하는 등 자본시장 구조 전반에 대한 개선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과도 맞물린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거래소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해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코스피·코스닥 등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각 시장의 성격에 맞는 상장·감시·퇴출 기준을 설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시장 감시 기능의 독립성 강화도 함께 담았다. 현재 거래소 내부 조직으로 운영 중인 시장감시본부를 분리해 독립적인 시장감시법인으로 설립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 시장감시업무를 독립 법인이 수행하도록 해 감시 기능의 중립성과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지정거래소가 수행해온 청산·결제 업무를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도록 해 시장 운영의 효율성과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번 발의안은 지난해 12월 발의안과 비교해 상장 제도의 방향성을 개선하는 내용도 새롭게 담겼다. 개정안에 따르면 거래소는 증권시장의 건전한 거래질서와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위원회가 정해 고시하는 사항을 반영해 상장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제390조 제3항을 신설해 상장 심사 과정에서 혁신기업의 시장 진입을 신속히 지원하는 한편 부실기업의 퇴출을 보다 빠르게 진행하고 중복상장 여부까지 검토하도록 했다. 기존 규정을 손질하는 수준이 아니라, 자본시장법에 새로운 조문을 추가해 상장 규율의 방향성을 명확히 하겠다는 의미다.

해당 법안은 코스닥의 구조적 한계를 개선하기 위한 취지다. 코스닥은 기술·혁신기업의 성장과 모험자본의 선순환을 목표로 출범했지만 오랜 기간 코스피 중심의 단일 운영 체계 속에서 시장의 정체성과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상장과 감시, 퇴출 기준이 코스피와 유사한 틀로 운영되면서 성장기업에 적합한 유연한 제도 설계와 신속한 시장 운영이 어려웠고 이로 인해 코스닥의 경쟁력과 신뢰가 약화됐다는 평가다.

최근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서도 이같은 문제의식이 드러난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증권거래소는 일종의 백화점”이라며 “상품 가치가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이 많으면 누가 가겠느냐”고 언급했다. 상장돼 있는 부실 기업들이 적시에 퇴출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며 “상품 정리부터 확실히 하고 좋은 신상품을 신속히 도입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역시 그 전날인 1월 2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현안 브리핑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거래소가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개혁을 지시했다”며 “제도를 근본적으로 업그레이드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거래소의 지배구조와 시장 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변화 가능성을 공식화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코스닥 시장의 위상과 역할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와 동일한 잣대에서 벗어나 성장기업에 맞는 상장·감시·퇴출 기준을 설계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다만 거래소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이 실제로 시장 신뢰 회복과 투자자 보호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향후 시행 과정과 세부 규정 설계에 달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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