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위원장 "금산분리 완화, 사회적 합의 필요…신중히 접근해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금산분리가 필요하다는 주장과 관련해 "금융 기관을 통한 산업 부문의 지배력 확장, 경제적 집중 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미 관세 협상에 따라 독과점 플랫폼 규율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우리 측 규제 도입 여부에 대해 약속한 것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주 위원장은 지난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첨단전략산업 부문 투자에 대한 활성화 필요성은 전반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이를 어떻게 활성화 할지에 대해서는 공정위뿐만 아니라 경제 부처, 대통령실 등과 여러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금산분리는 금융 자본과 산업 자본을 분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대기업 등 산업 자본이 일정 기준이 넘는 금융기관의 지분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이는 금융 회사가 특정 기업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금산분리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첨단전략산업 분야에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도 AI 분야에 한해 금산분리 등 규제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도 야당 지도부와 정책간담회에서 금산분리 규제 완화 등을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주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주력 기업들이 본업에 충실해 투자하는 과정에서 금산분리 완화가 필요한지는 모두가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며 "규제 체제 변화가 가지고 오는 부작용에 대한 사회적 컨센서스(합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을 통한 연구개발(R&D) 등 다른 대안이 있으면 다른 대안을 활용하면 된다"며 "그동안 기업들이 투자를 잘 해왔고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시장의 판단이 가장 효율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부는 금산분리 완화가 포함될 수는 있지만 경제력 집중과 독과점 폐해 등은 한국 경제의 중요한 문제다.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신중히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20250917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주병기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2025.09.17[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관세협상, 플랫폼 규제 도입 여부 약속한 것 아냐"
한·미 관세 협상 결과물인 공동 설명자료(조인트 팩트시트·JFS)에 '미국 기업 차별 금지' 내용이 들어있어 플랫폼 독과점 규제 입법이 불확실해지고 있다는 우려에는 "플랫폼 독과점법 제정은 통상 이슈가 있어 진행이 어려운 여건인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디지털 분야 법정책 추진 시 미국 기업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선언한 것이다. 공정위는 국내외 이해관계자와 소통하고 국적 차별 없는 입법 및 법집행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행법 체제에서도 독과점 플랫폼을 규율할 수 있는 여러 수단이 있는 만큼 경쟁제한성에 대한 경제분석을 강화해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빠르게 변하는 플랫폼 시장에서 적시성 있게 실효적 조치 가능하도록 제도개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배달앱 수수료 상한제와 관련해서는 "배달앱 수수료에 한정된 특별법 형식으로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입법 과정에서 국회 협의에 나설 것"이라며 "수수료 직접규제에 대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이 부정적이지만 영세 자영업자 비율 아주 높은 상황에서 강력하게 가격을 제한하는 처방도 충분히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고 내다봤다.
"과도한 형벌규정 정리해야…중소기업 협상력 높일 것"
최태원 회장이 공정거래법 규제가 성공적이지 않다고 지적한 것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규제의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제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라며 "한국에 누적된 숙제 중 하나는 기업집단 내부의 지배구조가 불투명하고, 기업가치에 반하는 사적 이해관계의 영향력이 너무 강하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형벌 규정이 과도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형벌을 통해 기업의 노동 시장과 공정 거래 이슈를 해결하는 것이 실효성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금전적인 처벌은 기업에 해를 끼치지만 형벌은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어 성숙하지 못한 자본주의 국가에서 조금 더 효력이 있었다는 것"이라며 "다만 경제 규모가 달라졌고 경제 선진화도 상당 부분 이뤄진 만큼 형벌 규정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기는 하다. 불필요하게 과도한 것은 정리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취임사 등을 통해 '길항권력을 키워야 한다'고 언급한 것과 관련해서는 "대중소기업간 거래에서 중소기업 협상력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며 "하도급법 개정을 통해 약자의 협상력을 높이고 권리를 강화하는 등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갑을관계에서 '을'들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와 협상력을 키울 수 있는 제도적 당치를 도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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