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의 후임을 선출할 임시국회가 당초 계획보다 늦은 이달 하순에나 열릴 전망이다. 여당 내부의 연정 갈등이 길어지면서 총리 지명 선거 일정이 미뤄지고 정치 공백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케이신문은 자민당과 공명당 간 연립 구성 합의가 늦어져 정부 여당이 임시국회 소집을 애초 예정한 15일에서 21일 전후로 늦추는 것을 검토한다고 9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도 "정부와 자민당이 다카이치 사나에 총재가 처음 맞이하게 될 임시국회를 15일에 소집하는 방안을 포기했다"며 "금주 중 자민당과 공명당이 합의하면 17일 소집은 가능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어려워 20일 이후로 늦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도 보수인 공명당은 지난 7일 다카이치 총재에게 비자금 스캔들 대응, 야스쿠니신사 참배 등 역사 인식 문제, 과도한 외국인 배척 태도 등 3가지 우려사항을 전달했다. 사이토 데쓰오 공명당 대표는 회담 이후 기자들에게 "당원과 지지자들이 다카이치 총재에게 품고 있는 우려가 있다"며 "논의는 했지만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이토 대표는 8일 공개된 유튜브 프로그램에서도 자민당을 향해 "공명당이 가진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노력을 보여 달라"고 요구하며 연립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총리 지명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재에게 표를 던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공명당은 이날 오전 중앙간사회를 열고, 저녁에는 전국 대표회의를 소집해 지방 간부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연정 유지 여부를 최종 검토할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는 다카이치 총재가 제3야당인 국민민주당 등과 연정 확대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기존 연립 파트너인 공명당이 빠져나갈 경우 임시국회의 총리 지명 선거 결과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는 양당이 결별할 경우 예산 편성을 비롯한 정부 운영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고, 총리 지명 선거 결과도 불투명해질 수 있다며 다카이치 총재가 국민민주당이나 일본유신회를 새 연정 파트너로 끌어들여 정계 재편을 서두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정치평론가 다무라 시게노부는 로이터에 "총리 지명 투표에서 야당 쪽 인사가 총리로 선출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다카이치 총재가 총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공명당과의 관계 회복, 즉 연립 유지가 필수 조건"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일본유신회 요시무라 히로후미 대표는 이날 TBS 방송에 출연해 입헌민주당이 임시국회에서의 총리 지명 선거를 앞두고 국민민주당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로 야권 후보를 단일화하자고 제안한 것과 관련해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진심으로 하나로 뭉치려는 의지가 있다면,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어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마이니치신문은 "21일 총리 지명 선거가 이뤄져 바로 다카이치 내각이 출범하더라도 자민당 총재 선거 후 이례적으로 2주를 넘기게 되는 것"이라며 "야당은 정치 공백의 장기화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자민·공명 연립은 1999년 출범 이후 올해로 26년째를 맞는다. 현재 공명당은 전국에 1800명 이상의 지방의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지방선거에서도 자민당 후보를 추천하며 협력 관계를 이어왔다. 2009년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 자민당이 야당으로 밀려났을 때에도, 공명당은 전국적인 조직 기반을 이유로 자민당과의 연립 체제를 유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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