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듯 다른 듯" 한·중·일 추석 전 주식시장 징크스

사진챗GPT
[사진=챗GPT]
 
한국의 추석, 중국의 중추절, 일본의 쓰키미(月見). 명칭은 다르지만 세 나라 모두 가을철 보름달 아래에서 풍요를 기원하는 전통 명절을 지낸다. 이들 명절은 긴 연휴를 앞두고 주식시장에서 일정한 패턴을 보여왔다. 하지만 2025년 추석을 전후한 시장 흐름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나타내며 주목을 끌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 증시는 명절을 앞두고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매도에 나서는 이른바 '추석 징크스'가 반복돼왔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22년까지 23년간 코스피는 추석 연휴 전 5거래일간 평균 0.38% 하락했으며, 연휴 이후 5거래일간은 평균 0.51% 상승했다. 2008년부터 2018년까지는 명절 이후 5거래일 동안 20번 중 18번 상승했고, 평균 상승률도 1.26%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코스피는 연휴 전 상승세를 보였다. 개인 투자자들이 과거의 징크스를 의식해 추석 연휴 전 일주일간 총 4조원 이상 순매도했음에도 거둔 결과다. 특히 10월 2일에는 3565.96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 기대감, 반도체 업황 개선, 외국인 매수세 유입 등 거시환경이 과거와 달라졌다”며 “명절 효과보다 시장 펀더멘털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경우 추석과 국경절이 맞물리며 긴 연휴가 형성된다. 올해는 10월 1일부터 8일까지 ‘쌍절 연휴’가 이어졌고, 중국 교통부는 이 기간 전국 이동 인구가 하루 평균 3억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장기 연휴 동안의 소비 추이는 중국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실제로 MSCI 중국 지수와 소비자심리지수 간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관찰돼왔다. 2024년 7월까지 집계된 소비자심리지수는 89포인트로,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회복세를 나타냈다.
 
하지만 실질 소비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여행객 수는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으나, 관광 수입은 부진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대 성수기가 오히려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며 “실제 구매력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괴리를 ‘심리와 지갑 사이의 간극’으로 해석하며, 추세적인 소비 회복 여부가 향후 중국 증시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 한국·중국과 달리 추석 개념의 대규모 연휴는 없지만, 봄철 골든위크가 대표적인 소비 시즌이다. 올해 골든위크는 4월 26일부터 5월 6일까지였으며, 일본 증시는 이 기간 중 5월 3일부터 6일까지 휴장했다.
 
일본 주식시장에서는 연휴 기간 중 소비가 두드러지는 업종의 주가 반응이 민감하다. 유통, 외식, 여행 등 소비재 업종의 경우 골든위크 이전 기대감에 주가가 선반영되며, 실제 연휴 이후 발표되는 실적에 따라 주가가 조정되기도 한다.
 
다만, 쓰키미 명절 자체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 달맞이라는 문화적 의미는 남아 있지만, 경제적 이벤트로는 자리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전통 명절은 경제활동보다 문화 감상의 영역에 더 가까운 것이다.
 
이처럼 명절을 전후한 투자자들의 매매 패턴도 국가별로 상이하다. 한국에서는 외국인과 기관이 추석 직전 매도세를 강화하고, 개인이 이를 받아가는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 특히 연휴 전 2~3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약해지고, 기관도 이 시점부터 매도세로 돌아서는 경향이 반복된다.
 
중국에서는 설 연휴 직전 자금 실수요가 급증하면서 기업과 개인 모두 현금 확보에 나선다. 이에 따라 연휴 전 주식 매도가 증가하는 패턴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명절 보너스 지급, 선물 수요, 여행 자금 등 실물경제 요인과 맞물린 결과다.
 
일본은 전통 명절보다는 기업 결산 시즌과 분기별 실적 발표 시기에 따라 수급 흐름이 결정되는 구조다. 일본 증시의 주요 변수는 글로벌 공급망 변화나 환율 수준이며, 명절 관련 수급 왜곡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명절을 앞두고 주식시장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두려움보다는, 개별 기업의 실적과 산업 트렌드를 면밀히 살피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2025 서울한강 어텀워크 - 기사뷰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