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지도부 제거를 이유로 카타르를 전격 공습했다. 미국은 사전 통보 없이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평화협상 중재국인 카타르를 공격했다며 불만을 표출했고 국제사회는 주권 모독이자 확전 시도라고 규탄했다. 한국이 9월 한 달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의장국을 맡은 가운데 10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 관련 긴급회의가 열린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9일 하마스의 고위급 인사를 노려 카타르 수도 도하에 공습을 가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2년간 휴전 중재국 카타르를 공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내고 “하마스 테러 조직의 고위급 지도자를 겨냥해 정밀 타격했다”며 공습 사실을 확인했다. 카타르 외무부는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는 주거용 건물이 공격당했다고 설명했다.
아랍권 알자지라 방송은 하마스 휴전 협상 대표단이 모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하던 도중 공격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하마스는 성명에서 칼릴 알하야 정치국 부의장 아들과 보좌관 등 5명이 숨졌다며 “협상 대표단을 암살하려는 적의 시도는 실패했다”고 밝혔다. 하마스는 2012년부터 도하에 정치국 사무실을 운영해 왔고, 전쟁 발발 이후 이곳이 사실상 하마스의 지휘부 역할을 하고 있다. 카타르 당국은 공습 여파로 가자지구 휴전 협상 중재를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미국에 전달했다고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워싱턴DC 백악관 인근 식당에서 이스라엘이 공습을 사전에 통보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고개를 저으면서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난 내일(10일) 완전한 성명을 내겠지만 매우 기분이 나쁘다는 정도로 말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주권 국가이자 미국의 긴밀한 동맹국인 카타르에 일방적으로 폭격을 가하는 것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쓰기도 했다. 다만 그는 “하마스의 제거는 가치가 있는 목표”라며 이스라엘의 공격 취지에 공감한다는 입장도 표명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EU의 전략적 파트너인 카타르 당국과 국민에게 완전한 연대를 표한다”며 “가자지구 전쟁의 어떤 확대도 피해야 한다”고 적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X에서 이스라엘을 향해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의 확대이자 카타르 주권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난했고,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도 “카타르 주권이 침해당했다”고 강조했다. 카타르와 함께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중재하는 이집트는 대통령실 성명에서 “이번 공격은 국제법 위반으로 강력히 규탄한다”며 “위험한 선례이자 용납할 수 없는 사태 전개”라고 비난했다.
유엔 안보리는 10일 오후 3시 열리는 긴급회의에서 이스라엘의 카타르 공습과 관련한 긴급회의를 개최한다. 현재 유엔 안보리 의장국은 한국이다. 안보리 선출직 이사국인 우리나라는 9월 한 달 동안 순회 의장국을 맡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카타르 영토에 대한 전례 없는 군사작전을 감행한 이스라엘이 전쟁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하마스 내 강경파의 영향력이 줄어들면 오히려 합의 도출이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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