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스트리리포트] 한미 정상회담 핵심 의제 떠오른 '마스가'...조선소 인수 요구 커질까

  • 김동관·정기선 동행...조선업 협력 얼개

  • 30년 공백으로 미국 조선업 붕괴

  • 기술·인재풀 복구 우선 요구 가능성

  • 미국 조선소 인수, MRO 유력

  • 공동 건조, 함정 구매는 한계점 지적도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5일 워싱턴DC에서 첫 한미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가운데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전망이다. 이어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놓고 한국과 미국 간 견해차를 좁히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양국 실무진 간에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지난달 한미 관세협상 타결을 위해 1500억달러(약 200조원) 규모 조선업 협력 펀드인 마스가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쇠락한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게 핵심 내용이다.

이번 이 대통령의 순방에는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등 마스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 양대 민간 기업의 수장이 함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주로 반도체·가전 분야 대미 투자를 주도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삼성중공업의 오너로써 마스가에 참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세계 최고 규모의 기술과 인력, 생산량을 자랑했던 미국 조선업은 1990년대 초반 소련이 붕괴된 후 해군 예산이 줄어들면서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걸었다. 민간 상선도 높은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과 한국, 일본 등으로 주도권이 넘어갔다.

조선업은 숙련된 기술자가 필요하지만 동시에 생산 원가의 핵심인 인건비 제어가 중요한 업종이다. 미국 조선업은 장기간 불황으로 인해 배를 만들 숙련된 기술자의 공백이 큰 상황이다. 그런데도 선진국 중 가장 높은 물가로 인해 기업의 인건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미국 현지 조선소에서 무턱대고 대형 군함과 상선을 만들면 손해를 볼 공산이 크다.

이러한 사실은 미국 정부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조선 업계에선 미국이 자국 내 조선업 활성화를 위해 당장 대규모 시설 투자보다는 30년간의 공백으로 인해 사라진 기술·인재풀 복구를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일례로 미국 민간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최근 발표한 '미국과 동북아 동맹국(한국·일본)의 조선 협력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동맹국의 미국 내 조선소 인수와 운영 △미국 노후화 선박 유지·보수·정비(MRO) 위탁 △미국과 동맹국이 함정 분산 제작 후 조립 △동맹국 조선소에서 건조된 함정 구매 등을 양국 조선업 협력 방안으로 제시했다.

CSIS는 한화그룹이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것처럼 동맹국 기업이 미국 내 조선소를 인수함으로써 기술 이전과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동맹국이 지속해서 조선소를 인수·운영할 수 있도록 인건비 제어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CSIS는 "조선 기술자 임금을 높이면 함정 건조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복잡한 미 해군의 규제와 절차도 장벽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 기업의 미국 조선소 인수가 확대되면 그동안 미국 상원 문턱을 넘지 못했던 한국 전문직 취업비자(E-4)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존 외국인 전문직 비자(H-1B)는 추첨제라 경쟁률이 높고, 단기상용 비자(B-1)는 인터뷰까지 수개월이 걸려 기술자 현지 긴급 파견이 어려운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한국 기업은 미국 내 공장에 기술자를 파견하기 위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입국 거부·지연 사례가 급증하면서 기업들 사이에서 한국 전문직 비자 없이는 기술자 파견이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 함정의 MRO는 현재 진행형이다. 한화오션은 벌써 세 척의 미국 함정 정비 사업을 수주했고 HD현대도 이달 초 미국 군수지원함 정비 사업을 수주하며 관련 사업에 물꼬를 텄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과 싱가포르에도 함정 MRO를 맡기며 각국의 조선업 역량을 검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SIS는 "동맹국에 MRO를 맡기면서 미국 내 조선소는 설비와 공정을 개선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CSIS는 공동 건조와 동맹국에서 함정 구매는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공동 건조의 경우 동맹국에서 만든 선박 모듈을 미국으로 가져오는 데 큰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봤고, 동맹국 함정 구매는 중국에 대응해 해군 전력 공백을 가장 빠르게 보강할 수 있지만 보수적인 미국 조선·해운업 체계와 호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조선소 활성화가 최우선임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한편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를 중심으로 HD현대중공업·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가 뭉쳐 만든 마스가 지원 태스크포스(TF)는 아직은 개점휴업 상태다. 정부로부터 마스가에 관련한 구체적인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마스가 관련 큰 얼개를 짜면 올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활동을 개시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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