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철강 재편 중…'전기료·관세'에 발 묶인 K-철강

  • 미·EU 보호무역 강화, 日은 15조 투자 나섰지만

  • 한국은 전기요금 급등·정부 실태조사만…"미래 놓친다"

  • 친환경 전환 비용도 부담…"특별법·장기 전략 시급"

진공흡착식 크레인으로 고망간강 후판제품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진공흡착식 크레인으로 고망간강 후판제품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글로벌 철강 산업의 재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 철강업계가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통상 장벽을 높이고 있으며, 일본은 대규모 투자와 기술 전환에 나서며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급등한 전기요금과 정책 불확실성, 환경 규제 부담 속에 투자와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26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액은 3억2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3% 감소했다. 수출 물량은 유사했으나 평균 수출 단가는 톤당 1429달러에서 1295달러로 9.4% 하락했다. 여기에 미국 정부가 이달 초 철강 수입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면서 하반기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도 보호무역 기조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4월 EU는 한국산 열연 제품의 무관세 수입 쿼터를 전년보다 14% 줄였으며, 2026년부터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통해 철강 수출 제품의 탄소 배출량에 따른 비용을 부과할 예정이다.

일본은 미국 시장을 겨냥한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본제철은 최근 미국 US스틸을 인수하며 세계 3위 철강사로 도약했고, 미국 내 설비 확충에만 110억 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해 현지 생산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국비를 투입하며 민관 협력 체제를 본격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철강업계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전기로 방식은 철 스크랩을 녹이는 데 많은 전력이 필요하며, 지난해 산업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시(kWh)당 185.5원으로 2022년보다 75.8% 상승했다. 이로 인해 주요 철강사들은 신규 설비 투자를 연기하거나 보류한 상태다.

환경 규제도 부담이다. CBAM 외에도 미국은 철강 제품에 대한 탄소세 도입을 검토하고 있으며, 친환경 생산방식 전환이 시급해졌지만 국내 기업들은 초기 투자 비용과 정책적 유인 부족으로 실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소환원제철처럼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은 도입에 수천억 원의 비용이 들지만, 정부 차원의 인센티브는 미비한 수준이다.

한국철강협회 관계자는 "수소환원공정은 초기 투자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정부가 전기차처럼 친환경 철강에도 인센티브를 지급해야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8일부터 철강 산업 구조 점검을 위한 연구용역에 착수했으며, 연내 ‘철강 산업 고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전기요금, 통상 장벽, 친환경 설비 문제 등이 이미 수년 전부터 제기됐던 만큼, 정부 대응이 지나치게 늦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윤 산업연구원 실장은 "철강은 자동차, 조선, 건설 등과 연계된 국가 핵심 산업이자 안보 산업"이라며 "단기 보조금이 아닌 20~30년을 내다보는 장기 투자 전략과 특별법 제정 등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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