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네덜란드 헤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한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 중 예정됐던 인도·태평양 4개국(IP4,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정상과의 회동에 불참할 것이라는 통보를 받은 것 때문이라고 마이니치신문이 25일 보도했다.
나토 정상회의는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개막한 가운데 이튿날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IP4 정상 간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미국은 나토 정상회의 직전에 트럼프 대통령의 IP4 정상 회동 불참 사실을 일본에 통보했다. 통보 시점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으나 마이니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 핵시설을 공격한 21일 이후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 교환을 중시하던 이시바 총리는 한국, 호주와 보조를 맞춰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했다”고 전했다.
일본은 중동 정세가 긴박해지고 이재명 대통령과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불참하면서 이시바 총리도 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취소한 모습이다.
아울러 나토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양자 회담을 하더라도 관세 문제 합의가 어렵고 오히려 방위비(방위 예산) 증액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불참 배경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마이니치는 “일본 외교가 트럼프 행정부에 휘둘리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일본 외무성 간부는 “중요한 안건에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는 미국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시바 총리를 대신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은 24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면담에서 방위산업 협력 심화와 안보 연계 방침을 확인했다. 외무성에 따르면 양측은 북한, 우크라이나, 이란 문제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뜻을 같이하는 나라와 지역 안보 과제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또한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이 나토 회원국과 사이버 공격에 관한 정보 공유를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러시아, 북한 등이 사용하는 악성 소프트웨어 정보를 방위 당국 간에 교환하기로 한 것이다.
아울러 교도통신은 나토의 일본 내 연락사무소 설치 계획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보도했다. 나토 당국자는 24일 “현재는 협의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구상은 2023년 처음 알려졌으나, 중국·러시아의 반발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부정적 입장으로 추진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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