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미네소타 주의회 하원의원 부부를 총기로 살해하고 도주한 용의자가 사건 발생 하루 만에 검거됐다.
1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현지 경찰은 이날 미니애폴리스 남서쪽의 소도시 그린아일 인근에서 용의자 밴스 볼터(57)를 체포했다.
수사당국은 사건 발생 이후 볼터의 자택 주변을 집중적으로 수색하는 과정에서 그가 도주하는 것을 발견했고 들판에서 볼터를 체포했다.
당국은 용의자를 2건의 2급 살인 혐의와 2건의 2급 살인 미수 혐의로 기소했다.
앞서 볼터는 14일 새벽 미니애폴리스 외곽 브루클린 공에 거주하는 멜리사 호트먼 하원의원의 자택을 새벽 시간대에 찾아가 호트먼 의원 부부를 살해했다. 호트먼 부부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졌다.
민주당 소속인 호트먼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2004년 첫 주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20년간 활동하면서 미네소타 주의회 하원의장으로 낙태권 보호와 마리화나 합법화 등의 입법에 앞장섰다.
또한 볼터는 같은 날 인근 지역에 있는 존 호프먼 미네소타주 상원의원의 자택에 침입해 호프먼 부부에게도 총을 쐈다. 호프먼 의원 부부는 병원으로 이송돼 수술받았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호프먼 의원도 민주농민노동당(DFL) 소속으로 2012년 당선돼 상원 인적자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가 속한 미네소타 민주농민노동당은 민주당의 공식 주(州) 지부다.
용의자인 볼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낙태에 반대하는 그는 종교 관련 비영리 단체도 운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볼터가 범행 과정에서 경찰관 제복과 배지로 신분을 위장하고 얼굴을 숨기기 위한 고무 가면도 착용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한 차량에서 70명에 달하는 정치인 이름이 적힌 노트와 ‘노 킹스(No Kings)’라고 적힌 반트럼프 시위 전단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아직 볼터의 범행 동기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총격사건은 정치적인 동기에 의한 암살로 보인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건이 민주당과 공화당이 비슷한 의석을 가진 미네소타 주 의회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온 두 의원을 표적으로 삼은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미네소타주 의회 상원은 전체 67석 중 민주농민노동당은 34석, 공화당은 33석이고, 하원은 134석 중 공석인 1석을 제외하고 공화당과 민주농민노동당이 각각 67석과 66석을 나눠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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