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년 한국을 찾은 외래 관광객은 1753만명이며, 일본은 3687만명을 기록했다. 2012년 당시 한국은 1110만명, 일본은 836만명 수준으로 한국이 앞섰으나, 이후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여행 및 관광 경쟁력 보고서(Travel & Tourism Competitiveness Report)’에 따르면 한국 관광 경쟁력은 2019년 16위에서 2024년 15위로 소폭 상승했다. 이 정도 수준이라면 이미 외래 관광객 3000만명을 넘었어야 한다.
김구 선생의 말처럼 한국은 이제 문화강국이 현실이 되었고, 외국인들이 가장 방문하고 싶은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그럼에도 관광 분야에서 구체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진 선거 이후 21대 국민주권 정부가 탄생했다. 이 정부의 최대 과제는 민생경제 회복이지만, 여기에 관광의 중요성은 아직 반영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오늘날 관광은 과거의 여행사, 숙박업, 관광 편의시설 등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제는 한국 경제와 사회 전반을 지탱하는 핵심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관광은 거의 모든 직업군과 산업에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 일자리의 10%를 차지한다. 특히 청년과 여성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계층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민생경제의 보이지 않는 기반이기도 하다.
미국의 메이저리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을 보면 관광의 접근방법 자체를 바꾸면 엄청난 관광경제 광산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미국은 야구장을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관광·엔터테인먼트·식문화·유니폼 등 굿즈 쇼핑이 결합된 산업화된 콘텐츠로 전환했다. 우리 프로야구도 허구연 스타일로 불리는 응원 문화와 결합해 몇 년 만에 축제의 장으로 변모하지 않았는가. 이제는 관광이 프로야구로부터 배워야 할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신정부에 바라는 관광 정책 방향을 다음과 같이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균형개발의 유효한 수단으로 관광을 활용해야 한다. 기존의 시군 단위 홍보에서 벗어나 권역 단위로 접근해, 서울·수도권과 부산·동남권·대구·경북권을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국제관광 거점으로 육성하고, 충청권·전라권은 내국인 관광의 축으로 삼아야 한다. 또한 제주와 강원은 외래 및 내국인 관광 활성화의 핵심 권역으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이들 권역을 연결하는 관광 패스나 철도 패스를 활성화하고, 수도권에 집중된 외래 관광객을 지역으로 유도하기 위한 국립공원 브랜드화, 문화유산 활용, 로컬 콘텐츠 개발 등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둘째, 국제적 차원에서는 한중일 동북아 역내 관광권 활성화가 필요하다. 일본은 이제 외래 관광객 6000만명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우리는 중국과 일본을 함께 방문하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또 중국과의 관계 개선 이후 관광객 유치에 힘써야 한다. 한중일 관광협력체계를 구축해 항공셔틀, 역내 국민들의 상대국 방문활성화를 모색해야 한다.
셋째, 남북한의 정치적 대립을 해소하고 교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첫 단계로 금강산·개성 관광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
넷째, 관광산업의 정책적 위상 재정립이 필요하다. 관광산업을 여가산업에서 탈피해 국가경제, 문화외교, 지역균형발전, 지역소멸시대에 대한 대응 등의 중요한 수단으로 인식해야 한다. 문화강국으로서의 기반은 이미 충분히 갖춰져 있으며, 관광을 자연·문화·체육·유산·라이프스타일이 융합된 플랫폼으로 인식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적인 관광컨트롤 타워로서 10여개 부처에 수직적으로 분할되어 있는 관광업무를 ‘국가관광전략회의’를 통해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 격상시키고, ‘관광청’으로 승격시키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관광 관련 재원의 확충의 필요성이다. 현재 국비와 지방비, 관광진흥기금 일변도에서 벗어나 관광펀드의 마련, 지역관광기금의 마련, 민관협력 투자모델의 확충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섯째, 국민복지 차원에서 관광의 활용이 필요하다. 청소년기의 수학여행 활성화, 시니어들의 관광활동 참여를 통한 의료비 절감 등의 노력도 같이 가져가야 한다. 국민 휴가 지원 확대와 관광 취약계층을 위한 접근성 보장 등도 병행되어야 한다.
관광은 이미 거대한 산업이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법과 제도는 여전히 문화나 지역개발의 하위 개념으로 인식되고 있어 안타깝다. 현재도 10여 개 부처에서 관광 업무를 맡고 있는 만큼, 모든 자원을 관광자원으로 보고 정책과 지원을 지탱하는 ‘부챗살’로 삼아야 지역 밀착 경제와 국가 경제가 살아난다. 행정의 달인으로 불리는 대통령의 현명한 판단으로 한국 관광의 르네상스가 오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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