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스토리의 힘'이 엔데믹 이후 한국 관광을 이끈다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경은 기자
입력 2023-01-10 14: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정명진 코스모진여행사 대표

[ ]



엔데믹과 함께 3년 만에 관광 산업의 빗장이 열렸다. 몇 년간 휴식기에 들어갔던 관련 업계 역시 다시금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우리가 맞이하게 될 관광객들은 예전과는 다르다.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스토리’, 즉 콘텐츠로서의 여행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관광 단절은 되레 많은 이들에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코로나19 직전 약 15억명에 달하던 글로벌 여행객들은 ‘랜선 관광’으로 아쉬움을 달랬고, 이는 관광 산업 자체에 대한 관점 변화로 이어졌다. 한국행 관광객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소셜미디어(SNS), 유튜브,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으로 더 강력해진 한류의 영향력에 힘입어 문화‧예술적 체험까지 방점을 둔 관광객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경복궁, 남대문 시장 방문은 더 이상 만족도 높은 관광 상품이 될 수 없다. 실제로 최근에는 인기 있는 문화 콘텐츠가 접목된 관광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같은 관광지라도, 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콘텐츠를 접목해 보다 색다르게 선보일 수 있는 기획력이 중요해졌다. 관광에 담기는 ‘스토리텔링’과 의미가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이야기다.
 
특히 최근에는 문화의 성지로 한국을 방문하고자 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코로나 시국을 거치며 K-팝과 K-드라마, K-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가 글로벌 대중에게 더욱 강렬하게 각인된 영향이다. 국경 없는 대중문화를 누리는 MZ세대에게 평소 좋아하던 한류 콘텐츠와 유명인의 흔적을 찾는 여정은 무엇보다 매력적인 관광 소재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은 ‘문화 관광’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친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힌다. 미술 애호가로 잘 알려진 RM은 평소 방문한 미술관, 전시회 등을 SNS 계정에 공개한다. 팬들이 이 동선을 따라 그대로 관람하고 인증샷을 남기면서 ‘RM투어’라는 용어까지 탄생했다. 그가 방문한 곳은 방문객 수와 SNS 폴로어(팔로어) 수가 급증한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관람 후 구매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품절 사태가 이어졌다. RM은 이런 영향력으로 최근 미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넷이 선정한 ‘올해 미술시장 발전에 기여한 혁신가 35명’ 내 한국인 중 유일하게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난해 6월까지 진행된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은 업계에서 관광객들이 많이 주목한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최초로 공개되는 해당 컬렉션에 담긴 스토리와 화제성이 그 자체만으로도 작품을 뛰어넘는 힘을 발휘한 것이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건희 컬렉션 관람의 경제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 전시가 ‘한국판 빌바오 효과’ 가능성을 갖췄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변화된 관광객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 기획력을 기를 수 있는 힘이다. 꼭 예술적 영역, 유명인의 스토리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기존의 관광지라도 독특하고 새로운 경험을 덧칠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관광 자산이 된다. 필자 역시 지난해 5월 A매치 친선전을 위해 방문한 브라질 축구 대표팀의 여행 일정을 구상하며 2030 연령대인 이들이 국내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남산 N서울타워 및 에버랜드 등을 ‘콘텐츠’ 측면에서 새롭게 제안했다. 선수들이 축구 대표팀에서 평범한 청년들로 돌아가 다양한 어트랙션을 마음껏 즐긴 모습은 SNS 등을 통해 큰 화제를 모았다.
 
밝고 즐거운 공간뿐만이 아니다. DMZ, 인천 개항장 등 한국이 거쳐온 근현대사의 현장 역시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면 한국만의 특별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실제로 한국 문화의 기원에 관심을 갖는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명동, 강남을 벗어나 다양한 지역을 찾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세계에서 여행산업은 또다시 새로운 숙제에 마주하게 됐다. 우리는 앞으로 더욱 거대한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 전 세계 관광객을 끌어모으며 산업 규모만 연간 몇 십조원에 이르던 한국 관광업의 잠재력은 다시 한번 새로운 차원으로 도약할 수 있다. 그 열쇠는 ‘스토리텔링’과 ‘기획력’이다. 한국만의 예리한 감수성이 빛나는 예술과 문화, 관광의 융복합은 그 어느 곳에도 없는 특별한 관광 자원으로 관련 산업계의 여명을 밝히는 주역이 될 수 있다. 세계인을 사로잡는 한국의 다차원적인 문화 관광 자원이 그 힘을 기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