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너지가 올해 하반기 IPO 최대어로 꼽히는 데는 단순히 조단위 몸값 때문만은 아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이 회사는 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고리다. 상장은 자금 조달을 넘어 김 부회장 체제의 명분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너지 지분은 김동관 부회장이 지분 50%, 두 동생인 김동원·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25%씩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한화 지분 22.2%를 들고 있는 한화임팩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으며 한화오션 지분도 갖고 있다. 사실상 한화그룹 내 비상장 지주사 역할을 해온 것이다.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한화 지분 확보나 그룹 내 자금순환 구조 정비에 활용할 경우, 지배구조 전환이 본격화될 수 있다.
실제 업계에선 상장 이후 한화에너지가 ㈜한화와 합병하고, 이후 사업 부문을 분리하는 방식의 시나리오가 꾸준히 제기돼왔다. 그룹이 공식적으로 승계 계획을 밝힌 적은 없지만, 자산 구조와 지분 흐름, 계열사 간 관계를 감안하면 단순 추정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특히 김동관 부회장은 이미 한화솔루션·한화임팩트 등 에너지 계열사를 중심으로 그룹 내 입지를 넓히고 있다.
상장을 위한 재무 구조 정비도 맞물려 있다. 한화에너지는 2021년 235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22년 흑자 전환에 성공한 후 안정적인 실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매출 5조5851억원, 영업이익 2107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의 경우 1조7541억원으로 전년대비 4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차입금이다. 같은 해 말 기준 한화에너지의 총 차입금은 5조원이 넘는다. 이는 2021년(2조7540억원) 대비 80% 이상 늘어난 수치다. IPO를 통해 차입 구조를 개선하고, 자본 확충 여력을 확보하는 것이 상장의 또 다른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모 이후 자금의 실제 사용처도 시장의 관심사다. 회사는 공식적으로는 “재무 건전성 확보와 신재생 에너지 중심의 성장 재원 확보”를 목적으로 상장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장에서는 일정 부분이 ㈜한화 지분 확보나 합병에 쓰일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명시적 목적 변경은 공시가 필요하지만, 조단위 IPO 이후의 유연한 운용은 현실적으로 가능하다.
상장 일정도 변수다. 7월 IPO 제도 개편안에 따라 의무보유 확약 확보 여부가 공모 흥행을 가를 수 있는 만큼 주관사단과의 협의를 통해 수요예측 전략을 세밀하게 조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장기 확약을 전제로 한 기관 물량 배정, 미달 시 주관사의 실질 인수 부담 등은 기업 입장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요인이다.
상장 이후엔 코너스톤 투자자 유치 여부와 유통 물량 관리도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룹의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일정 조율이나 물량 구조가 조정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와 시장 모두 한화에너지의 다음 행보를 주시할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화에너지 상장에는 지배구조 개편, 재무 구조 개선, 새로운 IPO 제도 등이 얽혀있다”며 “그룹 전체의 방향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상장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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