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악화해 이란의 정권 붕괴나 내전 발발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의 불안감도 커졌다. 중동은 중국 석유 수입량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데다가, 중국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거점으로 중국의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이란 하메네이 정권이 붕괴해 장기적으로 내전이 이어지는 등 ‘제2의 시리아’로 전락하는 것을 최악의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중국 전문가는 지적했다.
"중동정세 안정 위해 무역협상서 美 양보 가능성도"
차이샤오진 아랍에미리트(UAE) 샤르자대학 인문사회학부 교수는 23일 싱가포르 연합조보를 통해 “(친미 정권이 들어서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제2의 시리아’로 만들어 장기 내전을 촉발하고 국가를 분열시키는 것”이라며 “이는 중국 주변부, 특히 북서부 국경 지역의 안보를 위협하고 중국 일대일로 사업과 에너지 공급에 차질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했다.
중국이 중동 정세 안정을 위해 미국과의 무역협상에서 양보할 가능성까지 흘러나온다. 차이 교수는 “미국으로 하여금 중동 정세를 안정시키도록 하기 위해 중국은 미중 무역협상에서 미국에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를 검토할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현 정권 붕괴 후 친미 정권으로 교체돼도 중국에 불리하다. 중국은 지난 2021년 이란과 25년간의 포괄적 전략적 파트너십 협정을 체결해 향후 25년간 안정적인 원유 공급을 조건으로 이란에 400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현재 이란의 원유 수출의 약 80~90%가 중국으로 향하고 있는데, 정권 교체로 이러한 협력이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차이 교수는 “석유 공급을 포함한 이란과의 협의를 다시 재협상하거나, 석유 가격 또한 조정될 수 있다”며 “지난해 시리아 아사드 정권 축출 후 (친미 친서방 성향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중국과 시리아 협력 사업이 상당수 연기됐다”고 예를 들었다.
리밍장 싱가포르 남양이공대 국제연구원 부교수도 연합조보를 통해 “친미 정권이 들어서면 중국에 ‘상대적으로 큰 지정학적 손실’이 될 것”이라며 “이는 중국이 중동에서 미국을 견제할 수 있는 힘을 일부 잃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누가 집권하든 경제 위해 中과 협력" 낙관론도
이란내 급진적이고 강경한 군부가 정권을 장악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린징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현재 이란 야당에 핵심 지도자가 부재하고, 친미·친서방 인사 대부분이 해외 망명 중이어서 이란 내 신뢰 기반이 부족하다”며 “현 정권이 붕괴한 후 더 급진적인 정권 등장, 강경한 군부의 정권 장악, 극단주의 세력 확대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린 연구원은 “이는 중국이 추구하는 지역 안정 이익과 상충된다”고 짚었다.
일각선 낙관적 전망도 나온다. 쑨더강 중국 푸단대 중동연구중심 소장은 “이란의 정치 상황에 큰 변화가 있더라도 중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은 중동 국가 내정에 간섭하지 않으며, 중동 분쟁에 군사적으로 개입한 적이 없다”는 사실을 짚으며 "이란에 누가 집권하든 경제와 민생을 발전시켜야 하며, 중국은 항상 중동 국가의 최대 교역 상대국”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중국과 중동 국가간 교역 규모는 4000억 달러를 돌파하며 20년 만에 10배 이상 증가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은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격을 불법 행동으로 규정하고 맹렬히 비판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인 환구시보는 23일 사설에서 미국의 이란 핵 시설 공습으로 중동 정세 긴장이 높아지고 세계적인 에너지 운송로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가능성이 생겼다는 점 등을 짚으며 미국을 비판했다. 사설은 "미국의 행동은 유엔 헌장의 취지·원칙, 국제법을 심각하게 위반한 것으로, 중동의 긴장을 높일 뿐만 아니라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위험도 있다"면서 "미국의 폭탄이 타격한 것은 국제 안보 질서의 기초"라고 주장했다.
중국 외교부도 전날 밤 홈페이지에 올린 서명을 통해 "중국은 미국이 이란을 공습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독·관리 아래 있는 핵 시설을 공격한 것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미국의 이 행동은 유엔 헌장의 취지·원칙 및 국제법을 엄중히 위반한 것이고 중동 긴장을 고조시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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