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관 증원 법안에 '완곡한 반대'…"공론의 장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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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대법관 증원 법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5일 “공론의 장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며, 법안 추진에 앞서 충분한 논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헌법과 법률이 예정하고 있는 대법원의 본래 기능이 무엇인지, 국민을 위해 가장 바람직한 개편 방향이 무엇인지를 국회에 설명하고 협조할 필요가 있다”며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행정처를 통해 국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겠다”며,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신규 대법관 다수가 임명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거리를 뒀다.

대법관 증원이 재판 지연 해소나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 확보에 실효적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여러 사안이 얽혀 있고 국가의 백년대계가 걸린 문제”라며 “오랫동안 논의해온 만큼 행정처를 통해 설명하고 계속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조 대법원장이 이처럼 구체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이례적이다. 대법원이 정치권 주도의 신속한 입법 절차에 대해 명시적 반대를 표명하진 않았지만, 실질적으로는 현 시점에서의 대규모 증원에 부정적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날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법안심사1소위를 열어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연 4명씩 4년간 증원하고, 공포 후 1년 유예기간을 두는 부칙을 담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법안 처리에 반발해 퇴장했다.

대법원은 다음 주 중 해당 개정안에 대한 공식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법원행정처는 외국 선례와 상고심 구조를 검토한 내용을 바탕으로 의견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는 ‘증원 자체’에 대한 명시적 반대보다는, 상고심 구조 개편 논의가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이 우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법사위 소위에 참석한 배형원 법원행정처 차장은 “단기간에 대법관 과반 또는 절대다수를 새로 임명할 경우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고,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위협받는다”며 “이런 논란은 임명 시기마다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사회적 합의 없이 대법관 수만 늘리는 방식은 상고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헌법이 보장한 재판받을 권리와 대법원 본래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추후 개정안이 법사위 전체회의에 회부될 경우,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출석해 공식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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