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이제는 실행의 시간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계통 부사장 사진한국전력
서철수 한국전력 전력계통본부 부사장. [사진=한국전력]
산업화 시대에 도로와 철도가 있었다면, 디지털·저탄소 시대의 핵심 인프라는 전력망이다. 전력망은 전기의 흐름을 제어하고 운반하는 국가 인프라로, 산업의 기반이자 국민 삶의 기본 조건이다. 최근 RE100, 2050 탄소중립,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우리나라의 반도체, 데이터센터, 수소 산업 등 고전력 수요 기반 산업의 성장은 전력망의 수급 능력과 직결되고 있다. ‘전기를 얼마나 생산하느냐’의 시대에서 ‘전기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급할 수 있느냐’의 시대로, 패러다임은 이미 전환되었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와 첨단산업의 수도권 집중은 전력 흐름의 구조적 변화를 불러왔고, 이에 따른 전력망의 선제적 확충과 구조 개편이 불가피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전력망 구축이 수년간 인허가 지연, 주민 수용성 확보의 한계, 복잡한 부처 간 협의 구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제 속도를 내지 못했다.

예컨대 전력망이 제때 구축되지 못해 발전설비는 지어졌음에도 전기를 흘려보내지 못하는 ‘병목 현상’이 현장에서 반복되고 있다. 그 결과 발전제약 비용, 주민과의 갈등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이 함께 누적되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고 있다. 이는 곧 전력망 확충이 단순 기술사업이 아닌 복합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배경이다.

이러한 병목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전력망 구축을 전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전환점이 바로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다. 특별법은 전력망을 국가기간 인프라로서 인정하고 인허가 통합, 사업 총괄 조정, 갈등 사전 예방 등 일련의 절차를 명문화함으로써, 국가 주도의 체계적인 추진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특히 기존에는 개별법에 따라 순차적으로 진행하던 복수의 절차를 통합·병행할 수 있도록 하여 행정의 중복을 줄이고, 절차의 예측가능성과 사업의 투명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제11차 장기 송변전설비계획의 성공적 이행을 위해 더욱 중요하다. 2038년까지 약 72.8조원 규모의 전력망 투자가 예고된 가운데, 이제는 계획 수립을 넘어 그것이 현실로 이어지기 위한 실행력이 관건이다. 특히, 수요처 인근에 전력을 적기에 공급하지 못할 경우, 투자는 위축되고 산업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전력망 투자가 계획에만 그친다면, 기업 유치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도 실현되기 어렵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법의 취지를 현장에 구현할 수 있도록 하위법령의 구체성과 실효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범정부적 책임을 실현할 전력망위원회의 실질적 운영과 함께 주민의견 수렴절차, 인허가 특례, 보상·지원 등 세부 실행방안이 제도적으로 완비될 때 비로소 사업 지연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계획과 실행 간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한국전력은 특별법의 핵심 시행기관으로서, 정부와 긴밀히 공조하며 계획 수립부터 착공, 완공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 실행의 책임을 다할 것이다. 전력망 확충은 어느 한 기업, 한 부처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국가 전체의 성장과 지속가능을 좌우하는 전략과제다. 이제는 누구도 전력망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 없으며, 전력망이 곧 국가의 미래라는 인식 아래 전방위적 실행이 필요하다. 계획이 성과로 연결되고, 갈등이 신뢰로 전환되는 실행의 시간, 지금이 바로 그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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