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휴머노이드 공습은 이미 '카페 시장'에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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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4-03-0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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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환 만월경 대표이사
김재환 만월경 대표이사.
“이제 뭐 먹고 살지···?”

최근 인공지능(AI) 휴머노이드를 둘러싼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휴머노이드가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제 뭐 먹고 살지”란 이야기는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다.  

사실 이 유행어는 1976년 최초로 PC가 개발됐을 때도, 1991년 첫 번째 웹페이지 ‘WWW’가 만들어졌을 때도, 2005년 유튜브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일파만파 퍼져 나갔다. 

이러한 유행어는 커피업계에 다시 돌아왔다. 에스프레소를 10~12% 농도(TDS)로 뽑아내는 광경을 토종 카페 브랜드 ‘만월경’에서 처음 본 까닭일까. 만월경은 무인카페 브랜드다. 커피는 기계가 만들고 매장엔 직원이 없다. 카페업계의 휴머노이드랄까.

고객의 평가도 뜻깊다. 2021년 2월 1호점 설립 후 1년 10개월간 ‘만월경’ 키워드로 작성된 후기 1130건에서 맛에 관한 언급 316건 중 94.3%가 ‘맛있다‘고 평가했다. 만월경을 평가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3명 중 1명 가까이는 맛을 먼저 떠올렸고, 후한 점수까지 줬다는 의미다.

맛 평가에는 ‘생각보다’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붙는다. “생각보다 기대 이상” “생각보다 일반 카페 못지않은”이란 반응이 많았다. 아직 무인카페가 생소하기 때문이겠지. 이제 관념을 바꾸는 중이라고 하자.

이 결과를 끌어낸 기술력과 노하우의 대단함을 설명하고자 커피 맛에 관한 비밀을 풀고 넘어가려 한다. 맛있는 커피는 참기름과 비슷하다. 어떤 특성의 원두를 어떻게 갈아서 얼마나 녹진하게 짜낼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단순화하자면 그렇다.

맛은 주관의 영역일지라도 커피 콩물을 ‘제대로’ 짜냈는지는 객관적으로 측정 가능한 영역에 있다. 국제 바리스타 자격증을 발급하는 SCA(Specialty Coffee Association)에서는 숙련된 바리스타가 이상적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 농도를 8~12%로 본다. 

이 범위의 에스프레소 농도면 차거나 따뜻한 물 위에서도 아름다운 윤기를 두른 갈색 크레마가 ‘물과 섞이지 않고’ 마치 달처럼 떠오른다. 크레마는 등급 높은 고기의 상징인 마블링과 같이 커피의 맛과 향, 풍미를 품고 있다. 

좋은 지방 성분이 다량 함유된 고농도의 크레마는 물과 곧바로 혼합되지 않는다. 2~3㎜ 두께로 1~2분가량 유지돼야 고품질이다. 좋은 커피의 윗면을 보며 “크레마가 훌륭하네”라고 감탄하는 이유다.

실은 유인 카페에서도 커피 제조 과정이 점차 자동화되는 추세다. 최적의 입자 크기로 정해진 양만큼만 원두를 갈아주는 ‘자동 그라인더’부터 항상 균일한 힘으로 분쇄된 원두를 평평하게 눌러주는 ‘자동 탬핑기’, 균일한 양의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 ‘커피머신’ 등이 대표적인 자동화 기기들이다. 

핵심은 오히려 숙련된 바리스타조차 더 맛있는 커피를 만들기 위해 커피 제조 과정을 자동화하는 데 집중하는 방향으로 카페업계가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관건은 자동화 기술과 노하우를 얼마나 갖췄느냐다. 만월경은 이러한 측면에서 어느 정도 소기의 성과를 냈다고 생각한다. 일단 숙련된 바리스타보다 객관적으로 더 높은 품질의 고농도 에스프레소를 전자동 커피기계로 뽑아내는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를 갖춘 최초의 카페라고 자부할 수 있다. 

마치 수많은 PC와 웹사이트, 동영상 플랫폼이 등장한 시대에 저마다 지배적인 회사가 떠올랐듯 말이다. 다만 안타까운 점은 변혁의 소용돌이 속에서 카페의 무인화는 놀라울 만큼 조용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커피 공화국의 주인이 사람에서 휴머노이드로 서서히 바뀌고 있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막강한 지진이 터져나오기 전에 서서히 움직이며 힘을 응축하는 지각처럼 말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만월경의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지난해 말까지 260개 매장을 운영하는 무인 카페 프랜차이즈 업체로 성장했다. 국내 브랜드를 론칭한 지 2년 만에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카페 무인화 시대를 선도해온 만월경이 맛과 가격 경쟁력 두 가지의 굳건한 기둥을 세우는 데 집중해 온 덕분이다. 

이제 만월경은 단단히 다져둔 지반을 토대로 카페 브랜드로서 고객에게 다가가려 한다. 맛과 가격, 공간 등 실용의 면모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애정할 수 있는 가치로서 인식돼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었다. 

이번 칼럼은 무인카페업계의 휴머노이드로서 진격하는 출사표와 같다. 카페 무인화 시대를 이끌 만월경의 행보에 주목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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