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전쟁 2라운드] 삼성‧카카오페이 천하, 복병으로 떠오른 애플‧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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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김민영 기자
입력 2023-08-0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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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대면(오프라인) 결제 영역에선 그간 삼성페이를 중심으로 일원화됐던 시장이 애플페이의 등장으로 재편 조짐을 보이고 있고, 비대면(온라인) 영역에선 네이버·카카오의 독주 속에 토스가 신흥 복병으로 떠올랐다. 한동안 잠잠했던 시장 구조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가 향후 페이 시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끌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늦어지는 애플페이 추가 도입 빨라도 ‘연말’…올해 넘길 수도
애플페이는 지난 3월 현대카드를 통해 국내 시장에 상륙한 뒤 빠르게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애플페이 효과를 본 현대카드는 KB국민카드를 제치고 전체 회원 수 3위 자리에 안착했고, 이를 지켜보던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BC카드(우리카드) 등도 잇따라 애플페이의 추가 도입을 결정했다. 아직 3사가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한 건 아니지만, 향후 애플페이 진영에 합류하는 건 업계에서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의 애플페이 도입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는 시점은 9~10월 경이다. 이때 애플페이에 교통카드 기능이 탑재되는데, 이 시기에 맞춰 결제를 시작함으로써 시너지 창출에 나설 거란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빨라도 올 연말이나 돼야 가능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9월 도입까진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하다는 게 이유다.
 
애플페이 서비스를 시작하려면 계약 체결 여부와는 별도로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상대로라면 3사 모두 현대카드가 애플페이를 들여왔던 3월에 바로 계약을 맺고 시스템 구축에 착수하지 않은 이상, 9월 도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와는 별개로 애플페이의 국내 영향력은 앞으로 더욱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카드에 이어 3사까지 애플페이 진영 합류가 공식화되면, 국내 카드사들은 모두 도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한 경계 태세를 키우는 중이다. 애플페이의 보급력 확산은 결국 삼성 스마트폰의 점유율 저하를 이끌 수 있는 부정적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앞서 카드사에 삼성페이에도 올 10월부터 애플페이와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놨다. 카드사 입장에선 1000억원 규모의 추가 지출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 과정을 통해 삼성전자는 카드사로부터 확실한 갑의 위치를 선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막판에 무료 제공을 유지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카드사 외 삼성페이와 제휴를 맺은 다른 업권(은행 등)에도 동일한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으면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한 조치다. 다만 카드사별 세부 계약 기간과 조건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일단 이번에도 1년 동안 ‘무료 수수료 기간 연장’이라는 제한은 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애플페이 도입 지연 등에 대한 조건을 걸었다는 말도 나온다. 앞서 카드 결제 건수가 많을수록 수수료율이 낮아지는 슬라이딩 방식을 제시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슬라이드 방식은) 기존 거래 건수와 향후 거래 건수를 비교하면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고자 할 때 쓰는 전략 중 하나”라며 “삼성전자가 애플페이로의 고객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내걸었던 조건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은 ‘토스’가 복병
온라인 간편결제 시장에선 토스가 기존 생태계를 뒤바꿀 메기로 지목받고 있다.
 
현재 온라인에서 네이버와 카카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한화투자증권 집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기준 간편결제 시장 점유율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한 카카오페이가 42.4%, 네이버페이가 24%를 각각 차지했다. 여기에 오프라인 강자인 삼성페이(24%)를 합산한 점유율은 90%를 넘어선다. 페이 시장에서 그야말로 확고한 3강 체제가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도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온라인 결제 시장에선 토스의 신세계 쓱(SSG)페이·스마일페이 인수를 주목하고 있다. 그간 토스는 2030 세대를 공략하는 데 주력해왔지만, 신세계 간편결제 사업부를 인수하면 전 세대에 고루 분포한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안정적인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사용처를 확보하는 데도 긍정적이다. 현재 토스는 전자상거래 사업이 없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자체 사용처를 갖춘 네이버페이(네이버 쇼핑), 카카오페이(카카오쇼핑·선물하기)와 대조적이다. 이번 인수로 G마켓과 SSG닷컴 등 온라인몰을 갖춘 신세계그룹과 협력 체계를 갖춘다면, 이러한 단점을 효율적으로 메워갈 수 있다.
 
오프라인 시장에서는 애플페이의 성장 흐름이 매우 두드러진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애플페이는 지난 3월 21일 첫 출시 이후 지난 6월 27일까지 총 10만8000여 곳 가맹점에서 2580만 건 이상 결제 건수를 기록했다. 이 중 오프라인 결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93%에 달했다. 이에 시장 점유율이 단숨에 10%를 넘어설 거란 전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가 2024년까지 국내 간편결제 시장에서 15%의 점유율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 근거로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구축된 NFC(근거리무선통신) 결제 환경 등을 제시했다.
 
애플페이를 등에 업은 현대카드 역시 웃음꽃이 피었다. 현대카드의 올해 상반기 국내 신용판매액은 작년 말보다 18%가 늘었다. 단순 증가액 기준으로 KB국민카드의 9.5배, 신한·삼성카드의 2.2배에 달하는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카카오페이·네이버페이·삼성페이 중심의 3강 구도가 갈수록 견고해지고 있는 상황에 토스와 애플페이가 각각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균열을 일으킬 최대 복병으로 지목된다”며 “이들 외에도 간편결제를 선보이는 업체 수는 꾸준히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페이 시장이 지나치게 난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 중인 곳은 총 46곳이다. 인구 14억명인 중국의 간편 결제서비스가 3곳(알리페이·위챗페이·화웨이페이), 인구 3억5000만명인 미국이 4곳(페이팔·애플페이·구글페이·월마트페이)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많다. 일본 역시 10곳으로 중국과 미국보다는 많지만, 국내와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이다.
 
이러한 난립 현상이 소비자 피해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단 이용자들이 어느 계정에 얼마가 있는지 여부를 모두 기억하기 어려워진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포인트 퍼주기 등 업체 간 출혈 경쟁으로 인해, 서비스 중단 시 이용자의 금전적 손해를 유발할 우려도 있다. 이용자의 선불충전금은 예금이 아닌 만큼, 예금자 보호법을 적용받지 못한다.
 
최근 선불충전금을 수시입출금통장에 넣어 보관하는 '네이버페이 머니 하나통장'이 출시 됐지만, 그 외 대부분 간편결제 계정 속 충전금은 예금으로 인정받지 못해 주의가 필요하다.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카드사…수익성 확보할 활로가 없다
간편결제 업체들의 주도권 싸움을 지켜보는 카드사들은 노심초사다. 앞서 삼성페이의 사례처럼, 간편결제 업체가 경쟁사를 의식해 수수료 유료화를 선언할 경우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 수수료 무료 유지’ 방침을 밝히며 큰 고비는 넘겼지만, 언제까지 이어질지 섣불리 장담하기도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태로 네이버·카카오페이 등이 추후 유료 전환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 역시 재차 확인하게 됐다.
 
카드사 입장에선 결국 이를 상쇄할 요인이 필요한데 현재로선 전무한 상태다. 카드사들은 일단 올 하반기 발표를 앞둔 적격비용(수수료율의 근거가 되는 원가) 재산정 제도 폐기 등을 통해 최소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금융당국은 적격비용 산정 주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중이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계좌발급 권한 허용’ 조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제도가 뒷받침되면, 플랫폼 사업 활성화 과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현재 전체 자금의 70% 이상을 여신전문금융채(여전채)를 통해 조달하는 구조를 탈피하는 데도 효율적이다. 카드대금을 받기 위해 시중은행 계좌를 빌리지 않아도 되는 만큼 수수료 절감 효과도 발생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난 7월 금융당국이 제도개선 전담조직(TF) 결과를 발표할 때, 해당 사안을 추가 과제로 남겼다”며 “이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긍정적인 의사를 드러냈으나, 소액결제시스템을 총괄하는 한국은행이 우려를 드러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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