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기시다 "차원이 다른 출산율 대책 필요"...고교생 육아수당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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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진 기자
입력 2023-03-29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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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녀 양육비 부담 감축 위한 종합적 대책

  • 지원 대상에 고소득자, 고교생까지 포함

  • 남성 가사 참여율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 기업 지원

  • 전문가 "현금성 지원보다는 지속 가능한 정책 필요"

 

신생아 [사진=AP·연합뉴스]

일본이 저출산 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지난해 신생아 수가 80만명도 미치지 못하면서다. 2019년 90만명선이 무너진 후 불과 3년 만에 다시 신생아 수가 10만명이 줄었다. 당초 예상보다 11년이나 빨리 찾아온 '80만명 붕괴'에 일본 사회 내 위기감은 절정에 이르렀다.  

일본 정부는 저출산 정책에 사활을 걸고 나설 것을 예고했다. 출산율 반등을 위한 '마지막 시기'라는 경각심이 퍼졌다. 일본 정부는 청년 세대의 경제적 불안과 육아가 어려운 환경에서 저출산의 원인을 찾고 각종 정책을 내놓고 있다.
기시다 총리 "고소득자에게도 육아수당…고교생도 준다"
 

지난 1월 정기국회 시정 방침에 대해 연설하는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는 청년층을 지원하는 대책부터 꺼내들 것을 시사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책"을 사용하겠다며 새로운 대책을 예고했다.

마이니치신문, NHK 등 일본 매체들은 지난 26일 기시다 정부가 경제 문제로 임신과 출산을 주저하는 청년 세대를 지원하기 위해 육아수당을 인상하고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예고된 저출산 대책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 '더 많이 주고 덜 걷는다'로 요약할 수 있다. 지난해 일본 국립인구사회보장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3%가 자녀를 갖지 않는 이유에 대해 양육비에 대한 부담을 꼽았다. 기시다 정부의 이 같은 정책적 지원도 양육비 부담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 

먼저 일본 정부와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육아수당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방안부터 검토하고 있다. 출산율 반등을 위해서는 형제 자매가 많은 가정의 부담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아이 수에 따라 수당을 차별화할 방침이다. 현재 일본 정부는 2세까지 월 1만 5000엔(약 15만원), 3세부터 중학생까지 월 1만엔(셋째 아이부터는 월 1만 5000엔)을 지급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첫째 아이는 월 1만5000엔, 둘째는 월 3만엔, 셋째 부터는 월 6만엔으로 올리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자녀가 셋인 가정이면 월 10만5000엔(약 103만원), 넷이라면 월 16만5000엔(약 163만원)을 받게 되는 것이다.

지급을 받을 수 있는 자격 갖춘 대상도 넓히고 육아수당 기한도 늘린다. 부부의 소득이 높으면 육아수당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없애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존에는 부부의 연수입이 960만 엔(약 9600만원)을 넘으면 5000엔(약 5만원)만 받고, 1200만 엔(약 1억2000만원) 이상이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이를 폐지하고 모든 부모에게 수당을 주겠다는 것이다. 육아수당 지급 대상 아이의 상한 연령도 중학생에서 고등학생으로 올릴 방침이다. 

다자녀 세대 소득세 경감 방식도 거론된다. 이른바 'N분의 N승' 방식이다. 가족의 합소득을 가족의 수로 나눠 1인당 소득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가족 수가 늘면 세금이 줄게 된다.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등 야권 일부도 이 제도에 찬성하고 있다. 하지만 맞벌이보다 외벌이 가정이 더 유리하다는 점은 한계로 거론된다. 기시다 총리도 "외벌이에 더 유리하고 고소득자가 오히려 혜택을 받게 된다"며 지적한 바 있다. 
2025년 남성육아휴직 사용률 목표 30%→50%로 상향 조정 

경제 지원 확대 외 또 다른 축인 근무 방식 개혁에서도 과감한 카드를 꺼냈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 확대에 초점을 두었다. 남성의 육아 휴직 확대는 곧 여성의 육아 부담 경감으로 이어진다는 판단에서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출생아 수가 80만명 이하로 줄어든 것을 거론하며  "2030년대가 되기 전 6∼7년이 저출산 경향을 반전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사회 전체의 의식, 구조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 대책의 3대 축(경제 지원 확대, 육아 지원 확충, 근무 방식 개혁) 중 근무 방식 개혁에 포함되는 남성 육아 휴직 확대를 꺼내들었다. 

구체적인 목표도 나왔다. 기시다 총리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목표를 2025년 50%, 2030년 85%로 상향 조정한다고 했다. 2021년 일본 여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여성이 85.1%, 남성이 14%에 그쳤다. 2025년 정부 목표도 기존에는 30%에 불과했지만, 큰 폭으로 올렸다. 

목표 달성을 위해 일본 정부는 육아휴직 사용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입장이다.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 기업별 사용 현황을 공개하고 근로자의 육아휴직 사용을 장려하는 중소기업 지원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산후 일정 기간 부부가 함께 육아휴직을 사용할 경우 육아휴직 급여에 대해서는 사회보험료를 면제해 실질적으로 휴직 전 임금의 100%가 되도록 하기로 했다.

일본 내부에서 육아휴직 확대가 저출산 극복으로 이어진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있었다. 도쿄신문은 컨설팅업체 '워크라이프밸런스'의 코무로 요시 사장을 인용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여성의 취업률이 올라갈수록 출산율도 오른다. 반면 일본에서는 여성 취업률이 상승했음에도 출산율은 부진하다"며 "일본에서는 남성 근무 방식 개혁이 없었기 때문에 여성들이 일과 가사 및 육아라는 이중적 부담을 안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일본 후생노동부(한국 보건복지부와 노동부의 역할)도 남성의 가사와 육아 참여를 강조했다. 지난 2015년 후생노동부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남성의 가사 및 육아 참여 시간이 많을수록 2명 이상의 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2명 이상의 자녀를 가진 가정의 90%는 남편의 가사 및 육아 시간이 '6시간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메리 브링턴 하버드 대학 일본연구소 교수는 "일본은 영미권에 비해 남성의 노동시간이 길고 가사 공헌도가 적어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가부장제가 공고한 한국이나 일본은 출산율이 낮다"고 했다. 야마자키 시로 전 총리 비서관도 "저출산은 남성과 기업이 육아를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데 원인이 있다"고 짚었다.  
"단발성 지원보다는 지속 가능한 정책이 필요"
"차원이 다른 대책을 준비하겠다"는 기시다 총리의 말대로 종합적인 대책을 내놓았지만, 출산율 반등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육아휴직 확대에는 출산율 반등의 기대를 거는 한편, 현금성 지원에는 회의적인 평가도 나온다. 

야마구치 신타로 도쿄대학교 경제학 연구 교수는 27일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육아수당 증대에 따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야마구치 교수는 "육아수당과 같은 현금성 정책의 지급 효과는 가시적이지 않을 것"이라며 "현금 급여를 10% 늘리면 출산율은 1~2%포인트 오른다. 일본 현실에 적용하면 육아수당 예산(1조 3000억엔)의 10% 증액(1300억엔)은 출산율을 1.30%에서 1.31~1.32%로 올릴 뿐"이라고 분석했다. 

야마구치 교수는 3대 축 중 육아지원 정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마구치 교수는 "독일의 사례지만 보육기관 확충은 현금성 지원보다 출산율 반등 효과가 5배 더 높다. 같은 비용을 투자해서 훨씬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며 "미취학 아동의 보육 시설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직 구체적인 예산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일본 정부가 예산을 더욱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기존에 예산이 너무 적었던 탓에 발생하는 기저효과의 성격도 있다는 것이다. 

야마모토 케이코 NHK 논설위원은 예산의 증액과 이로 인한 청년 세대의 경제 불안 해소를 위한 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야마모토 위원은 "스웨덴(3.4%)과 영국(3.24%) 등은 육아나 교육에 관한 예산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일본은 GDP 대비 1.73%에 그친다"며 "프랑스에서는 아이가 많을수록 세금을 적게 내는 제도가 있고 독일은 25세까지 육아수당을 받을 수 있다. 반면 일본은 예산도 적고 제한 사항이 많다"고 지적했다. 

육아수당 확충, 대학 교육까지 무상화, 청년 실업 문제 해소 등의 필요성도 거론했다. 야마모토 의원은 "육아수당의 확충뿐만 아니라 대학을 포함한 교육의 무상화 등의 논의가 필요해지고 있다. 청년 세대의 고용을 안정화시켜 수입을 증진시키는 일도 필요하다"며 "단발성 정책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모습을 보일 때 비로소 경제적 불안에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줄어들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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