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연금 개혁 강행에 시위 격화…마크롱 국정 운영 차질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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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3-17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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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6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



프랑스 정부가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해 의회 표결 없이 연금 개혁 법안을 강행 처리하기로 하자, 시위대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특별 헌법 권한을 사용해 연금 수령 연령을 기존 62세에서 64세로 올리는 연금 개혁을 강행하기로 했다.
 
이날 연금 개혁 법안에 대한 하원 표결을 몇 분 남긴 상황에서, 엘리자베스 보른 총리는 “우리는 연금의 미래를 두고 도박을 할 수 없다”며 헌법 49조 3항을 발동한다고 발표했다. 당시 자리에 있던 하원의원들은 “사퇴하라!”를 외치는 등 갈등이 고조됐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헌법 49조 3항은 총리가 정부 책임하에 의회의 투표를 거치지 않고 사회 보장 관련 법안 등에 대해 채택할 수 있도록 한다. 다만, 이후 하원에서 내각 불신임안이 과반 찬성을 얻어 가결되면 법안은 불성립된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장관들에게 연금 개혁 법안이 의회에서 부결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재정적 위험이 너무 크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작아, 표결 직전에 강행 채택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해당 소식이 알려지자, 수천 명의 사람들이 파리 콩코르드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기습 시위를 벌였다. 일부 시위대가 돌을 던지는 등 시위가 과격해지자,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가스 등을 사용해 군중을 해산시켰다. 파리 외에도 마르세유 등 프랑스 곳곳에서 시위가 발생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경찰은 파리에서 120명을 체포했고, 경찰관 한 명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다쳤다.
 
프랑스 노조는 오는 23일에 연금 개혁 반대를 위한 또 다른 파업과 시위를 예고했다. 여론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3분의 2는 연금 개혁에 반대한다. 운송 노동자, 항만 노동자, 교사, 박물관 직원 등 공공 부문 노동자 등은 지난 몇 주간 파업을 벌였다. 쓰레기 처리 직원 노조들도 파업에 합류해 파리 전역에는 7000톤(t)이 넘는 쓰레기가 쌓여 있다.
 
노조는 이번 연금 개혁으로 육체 노동에 종사하는 저소득층 사람들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대졸자들보다 일찍 직업 전선에 뛰어드는 육체 노동자들이 더 오래 일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야당 의원들은 24시간 안에 내각 불신임안을 발의해 정부의 강행 처리를 막을 수 있다. 만약 내각 불신임안이 과반 찬성을 얻는다면 법안은 취소되고, 내각은 총 사퇴해야 한다. 가디언은 양극화된 프랑스 야당이 하나로 뭉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불신임 투표가 통과되려면 우파 공화당의 지지가 필수나, 에릭 시오티 공화당 대표가 동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연금 개혁 갈등으로 인해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국정 운영이 상당한 차질을 겪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보른 총리가 불신인암에서 살아남더라도 정부 개편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문가들의 의견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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