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영업비밀 유출 합의금에 세금 30억 부과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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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소희 기자
입력 2023-03-1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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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法 "장래의 사용료 아냐"…처분 취소

[사진=연합뉴스]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해 손해배상 목적으로 받은 합의금은 부가가치세 대상이 아니라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지난해 12월 22일 미국에 본사를 둔 실리콘 제조업체 A사가 세무 당국을 상대로 낸 부가가치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실리콘 제품 제조업체 A사에서 10년 넘게 근무하던 한 직원이 지난 2012년 동종업체인 B사로 이직하면서 양사 간의 실리콘 제품 제조 영업비밀이 누설됐다는 등 분쟁이 발생했다.

B사는 A사와의 여러 차례 협상을 벌인 끝에 합의금 1700만 달러(당시 기준 약 172억여원)를 지급하는 대신 전직 직원 채용 및 영업비밀 등 침해와 관련한 모든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장은 2017년께 B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이 사건 합의금은 지식재산 사용에 따른 사용료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리고 각 세무서에 내용을 통보했다.

이에 따라 세무당국은 합의금이 A사의 사용료 매출 누락이라고 판단하고 2020년 A사에 부가가치세 4건 합계 30억여원을 부과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같은 해 심판청구를 했으나 이듬해 조세심판원이 기각 결정을 내리자 이번 행정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의금을 '용역의 공급대가'로 판단한 세무당국의 처분이 위법하다며 A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B사가 A사의 직원을 채용해 실리콘 기반 제품에 대한 영업비밀 등을 취득함으로써 발생한 A사의 손해를 배상하고, 대신 A사가 B사와 임직원들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도록 하기 위한 손해전보의 목적이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합의금이 손해배상금에 해당한다고 보고 부가가치세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부가가치세의 과세 표준은 해당 기간 공급한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을 합한 금액으로 한다"면서 "재화나 용역의 공급대가가 아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금은 공급가액이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합의금은 실제로 이 사건 합의 이전에 발생한 영업비밀 등 침해 행위로부터 B사와 그 임직원을 면책하기 위해 지급된 돈"이라며 "A사가 문제 삼지 않기로 한 데 따르는 일련의 조치에 불과하므로 합의금이 향후 지식재산의 사용료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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