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공장 해외로 '엑소더스'···정부는 손놓고 기술유출 우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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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03-06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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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지원책은 없고 규제 발목에

  • 美·유럽·인니 등으로 생산거점 이동

  • 현대차·SK온 美 조지아주 합작공장

  • 주정부 매년 4000만달러 세금 납입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미국, 유럽에 이어 아시아 생산거점까지 인도네시아 등으로 결정하면서 세금은 물론 일자리 창출, 기반시설 투자, 지역 경제 활성화 등 경제적 파급효과를 모두 해외에 내주게 될 처지에 놓였다. 주요 국가들이 공급망 확보를 위해 자국 내 공장 유치에 막대한 보조금과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생산 시설이 계속 해외로 빠져나가면 기술 유출 등으로 인해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일 조지아주 지역사회문제부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그룹과 SK온이 미국 조지아주 바토(Bartow) 카운티에 건설 중인 합작 공장에 대한 투자 가치는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에 달한다.

이로 인해 공장이 가동하기 시작하는 2025년부터 현대차와 SK는 매년 4000만 달러에 달하는 세금을 조지아주에 납부할 것으로 전망된다. 창출되는 일자리는 약 3500개에 달하며 하루에 물을 1363만 리터(ℓ) 사용하면서 관련 비용을 주정부에 지급할 것으로 분석됐다. 조지아주가 가져가는 경제적 파급효과는 연간 수조 원에 달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한다.

SK온은 조지아주 커머스시에도 공장을 가지고 있으며 켄터키주에서는 포드와 합작해 공장을 건설 중이다. 켄터키주 역사상 가장 큰 민간 투자로 고용 창출 효과만 5000개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혼다와 합작해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투자 금액은 44억 달러, 고용 창출 효과는 2200개에 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미시간주에 최대 40억 달러를 투자하는 공장을 짓기로 했다.

미국 정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배터리 3사는 이 같은 투자를 결정했다. 국내 기업들의 다음 투자처는 유럽연합(EU)에 집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EU는 2020년 1월 발표한 ‘유럽 그린딜 투자계획’에 따라 배터리 등 친환경 사업에 10년간 보조금을 약 1조 유로(약 1400조원) 지급할 예정이다. 2026년부터는 유럽판 IRA인 ‘배터리 여권제도’를 시행할 예정인데 이 제도 역시 EU 역내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배터리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방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국내 배터리 3사는 배터리 여권제도에 대응하기 위해 EU에 대한 투자를 강요받게 된다.

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카라왕 산업단지가 주요 생산거점으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은 약 11억 달러를 투자해 카라왕 산업단지 내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짓기로 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카라왕 산업단지 입주 기업에는 6년간 법인세를 공제해 주며 수입 장비에 대해서 최대 4년간 면세 혜택을 부여하기 때문이다.

주요국들의 보조금 경쟁이 심화하면서 배터리 3사의 해외 공장 건설 계획은 분기마다 나오는 상황이지만 지난 5년간 가시화된 국내 투자는 LG에너지솔루션의 오창공장 증설에 그친다.

배터리업계는 국내에 공장을 건설하는 것이 어떠한 이득도 없다고 말한다. 높은 운송비와 임금, 각종 노사 문제, 규제 등으로 인해 국내 생산 단가가 선진국보다 높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선진국인 미국만 해도 주정부가 직접 나서서 공장을 짓는다고 하면 각종 허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은 물론 백악관, 의회와도 대신 싸워준다”며 “반면 한국은 전기차 생산기지가 없는 것도 문제지만 공장을 짓고 운영하려고 하면 부지 선정, 허가부터 고용 안정까지 모든 것이 발목을 잡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해외 투자에만 집중하면서 기술 유출이 문제로 떠올랐다. 실제 반도체 부문에 있어서는 미국 상무부가 반도체 제품은 물론 원료 현황까지 살펴보고 시설에 대한 접근을 열어둘 것을 권고하면서 기술 유출 문제가 불거진 상태다. IRA와 관련해서도 이달 중 세부 방침이 발표될 예정인데 비슷한 수준으로 개입이 명시된다면 기술 유출 논란은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막대한 자금이 투자된 국내 배터리 3사 현지 공장이 미국과 EU, 인도네시아 등 정치 상황에 따라 볼모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가 국내 배터리 공장 유치를 위해서는 주요국의 보조금을 상쇄할 수 있는 생산 단가 축소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다른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종국에는 한국에는 법인만 있는 형태가 될 수 있다”며 “미국과 유럽이 막대한 자금을 보조금에 쏟아붓는 것처럼 우리 정부도 기업이 생산 단가를 낮춰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 보조금을 포기하더라도 한국에서 배터리를 만드는 게 싸다고 하면 모든 기업이 앞다퉈 공장을 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조지아주 커머스시에 건설된 SK온 공장 [사진=SK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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