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뷰] 어른들 정파 싸움에 멍드는 학교 밖 청소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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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23-01-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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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사회부 차장

"서울시의회에서 올해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밖 청소년 교육 참여수당을 전액 삭감한 것을 아시나요? 당장 다음 달부터 청소년들이 지원을 받지 못합니다."

지난 12일 열린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질문이다. 서울시교육청 관련 질의가 나온 건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이 여가부가 최근 힘을 쏟는 사업 가운데 하나여서다. 지난해부터 전국 시도교육청과 잇달아 맺고 있는 '청정동행'도 그 일환이다. 올해도 주요 사업에 포함돼 있다. 273억원 상당 예산도 확보했다.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부안보다 22억원 늘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의 한 축인 서울시교육청 상황은 정반대다. 예산 결정권을 가진 서울시의회가 5688억원을 뭉텅이로 삭감해서다.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서울시교육청 2013년 예산으로 12조3227억원을 의결했다. 시교육청이 애초 제시한 예산안 12조8915억원에서 5688억원을 잘라낸 것이다. 이어 지난달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이어 본회의도 교육위 의견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서울시교육청 올해 예산은 대폭 줄었다.

공교롭게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역점을 둔 사업 예산들이 대거 잘려 나갔다. 58개 사업 3172억원은 전액 삭감되고, 30개 사업은 2516억원이 축소됐다. 서울시의회에서 예산을 모두 삭감한 사업은 서울형 혁신교육지구·혁신학교 지원(164억5534만원), 디지털 기반 학생맞춤형 교수학습지원(디벗·923억8994만원), 남북교육교류협력기금 적립(10억원), 학교민주시민교육 지원(3억10만원), 학교기본운영비 증액분(1829억원) 등이다.

학교 밖 청소년 교육 참여수당도 난도질을 피하지 못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기관 프로그램에 주 2회 이상 참여한 청소년에게 매달 10만~20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9년 처음 도입한 이 수당은 제도권 밖 청소년의 생계나 학원비로 유용하게 쓰였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8억4000만원을 편성했지만 서울시의회가 반대하면서 2023년 예산은 '0원'이 됐다. 

서울시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힘 측은 "비정상적인 서울시교육청 예산 편성과 집행을 바로잡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원 112명 가운데 국민의힘 소속이 76명, 더불어민주당은 36명이다. 시의회 교육위 위원 13명 중 9명이 국민의힘 의원이다. 이렇다 보니 진보 성향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길들이기가 예산 삭감 이유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서울시의회 교육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은 본인 페이스북에 "좌파 교육사업 줄줄이 삭감, 속 시원"이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교육마저 정치적 기 싸움에 휘말려서는 안 된다. 지원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을 위한 정책은 더더욱 그렇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9일 사회부처 신년 업무보고에서 "복지·노동·여성·가족·청소년 등에 대한 국가 보호 업무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서 해야 한다"며 "이런 일들은 절대로 정치나 선거나 진영 등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다음 달 서울시의회에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신청할 계획이다. 추경에는 학교 밖 청소년 교육 참여수당을 비롯해 시의회가 대폭 삭감했던 사업 예산이 다시 한번 포함될 예정이다. 이번엔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까. 조만간 공은 다시 서울시의회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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