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브라질 폭도들이 타고 온 '버스 40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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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3-01-1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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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소재 의회에 난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브라질 경찰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과 협력한 몇몇 유명 사업가들의 자택을 압수 수색했다. 당국은 이들 기업가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10월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권력을 장악할 가능성을 논의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돌입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해 8월 23일 보도한 기사 중 일부다. 이번에 발생한 브라질 폭동은 지난 10월 브라질 대선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당시 브라질 현지 매체들은 일부 기업가들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대통령직 복귀를 막으려고 쿠데타 등을 도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쇼핑몰을 소유한 한 브라질 기업가가 왓츠앱(WhatsApp)을 통해 “나는 노동당(PT, 룰라 대통령의 정당)의 복귀보다 쿠데타를 선호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다수 기업가에게 보낸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도 했다.
 
그리고 일은 올해 터졌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8일 수도 브라질리아에 있는 대통령궁, 의회, 대법원으로 강제 진입했다. 수천명에 달하는 폭도들은 문과 창문을 부수며 정부 청사 곳곳을 습격했다. 이들은 룰라 대통령을 축출하기 위해 군대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소 8명의 언론인과 1명의 경찰관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외신들은 ‘버스’에 주목했다. 전국 각지의 폭도들은 버스 40대를 타고 수도로 모였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텔레그램을 통해 대절 버스가 무료로 제공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폭동에 참여한 66세 남성은 WSJ에 미나스제라이스에서 브라질리아로 오는 데 필요한 경비를 지역 사업가들이 지불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브라질 사법 당국은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을 브라질리아로 군집시키기 위해서 버스 대절 비용을 댄 개인들을 확인하고 이를 조사 중이다. 
 
버스 40대는 이번 폭동이 치밀하게 짜인 계획에 따라 이뤄졌음을 방증한다. 외신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관계에 집중했다. 브라질 폭동과 미국의 1월 6일 의사당 사태의 유사점이 우연의 일치를 넘어선다는 것이다.

2021년 1월 6일에는 수천명에 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미국 워싱턴 의사당에 불법 난입했다. 이 역시 대선 불복 폭동이었다. 폭동으로 경찰관 1명을 포함해 5명이 사망했고 140명 이상의 경찰이 다쳤다.
 
포린폴리시는 “보우소나루와 그의 고문들은 미국 대통령이 퇴임한 후에도 트럼프 및 그의 동료들과 반복적으로 만났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1월에 브라질 대선이 끝난 뒤 트럼프와 보우소나루 진영 간 만남이 계속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1월 6일 의사당 사태 당시 워싱턴에 있던 보우소나루의 아들 에두아르도 의원이 트럼프의 전 참모인 스티븐 배넌과의 최근 통화에서 “다음 단계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지는 등 이번 브라질 폭동과 트럼프 간 관련성에 대한 의구심은 더욱 짙어지는 모습이다. 

포린폴리시는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이 브라질판 ‘1월 6일’을 실행할 것이란 점은 예전부터 예측됐다”며 “이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날 것인지만 덜 명확한 부분이었다”라고 짚었다.

1월 6일 폭동을 조사한 미국 하원 특별위원회 소속 베니 톰슨 위원장은 미 법무부에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촉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믿음이 깨지면 우리의 민주주의는 깨진다. 도널드 트럼프가 그 믿음을 깨뜨렸다.”

룰라 행정부는 브라질의 깨진 민주주의와 믿음을 복구하기 위해 이번 사태를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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