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지방선거] '반중카드' 안 먹힌 민진당 참패.. 양안관계 앞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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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배인선 특파원
입력 2022-11-2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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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 對 13'···국민당 압승···'타이베이'도 탈환

  • "전쟁은 NO!" 민진당 '반중'카드 약발 다했나

  • 中 "평화 원하는 대만 민심 반영 결과"

  • 2024년 총통선거에 쏠리는 눈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26일 대만 지방선거 패배 후 민진당 주석직을 사퇴한다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반중' 카드를 내걸었던 차이잉원 총통의 대만 집권 여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이 26일 지방선거에서 친중 성향 국민당에 참패했다. 차이 총통 국정운영의 '중간성적표'라 할 수 있는 지방선거 패배로 차이 총통은 민진당 주석직에서 물러나는 등 민진당은 정치적 타격에 맞닥뜨렸다. 2년 후 차기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5 對 13'···국민당 압승···'타이베이'도 탈환
대만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단체장을 뽑은 21개 현·시 가운데 국민당 후보가 승리한 곳이 13곳, 민진당 후보가 승리한 곳은 5곳에 불과했다. 민중당이 1곳, 무소속이 2곳에서 이겼다.

특히 국민당은 6개 직할시 중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해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등 4곳에서 승리했다. 반면 민진당은 타이난과 가오슝을 가져오는 데 그쳤다. 대만 연합보는 민진당이 창당 36년 이래로 지방선거 사상 최대의 참패를 했다고 전했다.

이는 4년 전 지방선거 결과와 판박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도 국민당은 15곳을 차지했고 민진당은 6곳을 가져가는 데 그쳤다.

국민당은 특히 경합이 가장 치열했던 수도 타이베이를 거머쥐었다. 국민당 후보로 출마한 장제스의 증손자인 장완안이 43세 최연소로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됐다.

젊고 신선한 이미지, 중국에 대한 온건한 접근 방식이 유권자들에게 먹혔다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양안(兩岸, 중국 본토와 대만)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불확실한 현 시점에서 유권자들이 장완안을 안전한 선택지라 보고 있다고 앞서 블룸버그는 진단한 바 있다. 
 
"전쟁은 NO!" 민진당 '반중'카드 약발 다했나
반면 민진당이 내건 반중카드는 이번 선거에서 먹혀들지 않았다. 차이 총통은 앞서 선거 유세전에서 ‘항중보대(抗中保臺, 중국에 맞서 대만을 보위하자)’를 외치며 반중표를 끌어모으는 데 총력을 다했으나, 이번 지방선거는 양안 이슈보다 정권에 대한 중간심판 성격이 강했다는 분석이다. 차이 총통은 26일 저녁 기자회견에서 선거 패배를 인정하며 민진당 주석직에서 사퇴했다. 

자오젠민 대만 중국문화대 국가발전 및 중국 대륙연구소 소장은 홍콩 명보를 통해 “2020년 대선 당시 열세에 있던 차이 총통은 2019년 홍콩의 범죄인 송환법 반대 운동을 활용해 '중국 위협론'을 부각시켜 판세를 뒤집은 경험이 있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전략을 취했지만 코로나19 방역과 백신 문제 등과 관련한 차이 정권의 국정운영을 향한 불만이 양안 이슈를 덮었다고 진단했다. 

자오춘산 대만 탄장(淡江)대 대륙연구소 명예교수도 “민진당의 항중보대 전략 효과가 점차 약발을 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대만의 젊은 세대는 양안 관계 급랭, 중국의 8월 대만해협 군사 훈련 등등을 지켜보며 '항중'으로 더 이상 대만을 보호할 수 없다는 걸 차츰 깨닫기 시작했다며, 대만이 전쟁터가 되는 걸 원치 않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자오 교수는 민진당 (반중) 지지세력은 여전히 존재하고, 국민당을 지지하는 중도 표심은 유동적이라며, 민진당의 향후 정치 향방은 중국에 달려 있다고 전망했다. 언제든 중국으로 인해 양안 해협 위기가 고조되면 분위기는 바뀔 수 있다는 게 그의 관측이다. 

중국 국무원 대만 판공실은 26일 밤 웹사이트에 올린 대만 지방선거 결과와 관련한 대변인 명의로 된 기자와의 문답 형식 글에서 "이는 평화와 안정을 추구하며 잘 살길 원하는 주류 민심을 반영한 것"으로 "우리는 대만 동포와 계속 단결해 함께 양안관계 평화와 융합발전을 추진하길 바란다"고 답했다. 

미국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의 제시카 드룬 연구원은 블룸버그에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중국은 안심할 것"이라며 조만간 경제 인센티브 등 방식으로 국민당에 우호 제스처를 취할 것으로 내다봤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유력한 대선주자 후보와 관계를 공고히 함으로써 국민당의 정책방침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2024년 총통선거로 쏠리는 눈
이제 정계의 관심은 2024년 치러질 대선으로 쏠린다. 이번 지방선거 압승은 두 차례 총통 선거에서 패배한 국민당에 정권 교체의 가능성을 높여줬다고 명보는 진단했다. 

현재 국민당에서 거론되는 대권주자로는 주리룬 국민당 주석, 허우유이 신베이 시장 외에 이번 타이베이 시장 당선으로 '정치 샛별'로 떠오른 장완안이 거론되고 있다.

민진당은 이번 선거에선 패하긴 했지만, 앞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후에도 2020년 대선에서 승리한 경험이 있다. 현재 민진당에서는 라이칭더 부총통, 천젠런 전 대만 부총통 등이 대선주자 후보에 올라와 있다. 

이 밖에 이번 지방선거에서 대만 '제7의 직할시'로 불리는 대만 첨단 반도체·IT 허브 도시 신주시에서 승리한 민중당도 대선을 향한 동력을 얻었다. 민중당은 무소속 출신으로 두 번이나 타이베이 시장에 당선된 커원저가 창설했다. 외과의사 출신으로 '대만의 안철수'라 불리는 커원저는 친중·반중에 얽매이기보다는 양안 관계에 있어서 실용주의적 태도를 취해 인기를 얻으며 차기 유력한 대선주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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