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1년차 영끌족의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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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영 기자
입력 2022-11-0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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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국토교통부가 공개한 9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량(누계)은 41만779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감소했다. 특히 서울 아파트 매매량은 9월 한 달 기준 856건에 그쳐 1년 새 77.9% 줄었다. 이는 2006년 1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최저치다. [사진=연합뉴스]

오랜만에 만난 친구의 입에선 인사보다 한숨이 먼저 새어나왔다. 작년 이맘때 결혼한 친구였다.

물어보지 않았지만 1년 전 여름 매매한 부동산 때문임을 직감했다. 신혼집을 알아보면서 몇 번 내게 문의를 한 적이 있었다.

전세와 고민하던 그는 '영끌'로 4억원이 조금 넘는 금액을 대출받아 서울 외곽지역의 넓지 않은 아파트를 샀다.

당시만 해도 월 이자는 100만원 후반대였다. 원금을 추가로 내긴 했지만 그리 큰 부담은 아니었다. 맞벌이 부부였고, 친구는 10년 가까이 일한 경력도 있었다.

하지만 대출 금리가 오르면서 갚아야 할 이자도 늘어났다. 처음 3%대로 받았던 금리는 이제 5%를 훌쩍 넘었고 연말엔 최고 8%까지 오른다고 하니 한숨이 나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자 부담에 물가 상승분까지 생각하면 월급이 올라도 가계는 전혀 여유로울 수 없다. 친구는 당초 내년 초로 생각했던 자녀 계획을 내후년 이후로 미루기로 했다. 

친구의 사례는 매수자 개인이 결정한 일이고, 본인이 해결해야 할 숙제다. 그렇다고 이 상황이 서럽지 않은 건 아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20~30대 매매건수는 최고치를 찍을 때였다. 모두가 집을 샀고, 집을 안 사는 사람은 바보 취급을 당했다.

집을 산 이들은 물론이고 전문가와 정부도 이렇게까지 부동산 시장이 급랭할 줄은 몰랐을 터다.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들어서자 정부는 대출 규제를 풀어줬고 규제지역 해제 카드를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다.

우리는 매번 부동산이 폭등하면 정부가 규제를 하고 부동산이 하락하면 정부가 다시 규제를 푸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정부에서만 20번 넘는 규제로 부동산 시장을 옥죄어왔지만 부동산 가격은 폭등했고, 지금은 규제를 풀어줘도 집을 사지 않아 문제다.

최근 만난 통화당국 고위 관료는 이같은 굴레를 단절시키기 위해서는 더이상 부동산으로 자산을 불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동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부동산 시장은 언제든 폭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을 최고자산으로 생각하는 한국에서 그의 말이 가슴에 와닿긴 쉽지 않다. 하지만 그래야만 더이상 20~30대 영끌족이 양산되지도, 부동산으로 힘들어하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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