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면 맞은 푸르밀 사태...매각까지 '산 넘어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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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라다 기자
입력 2022-11-01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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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화학노조 산하 푸르밀 노조가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푸르밀 본사 앞에서 푸르밀 정리해고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정리해고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푸르밀이 매각 재추진을 시사하면서 정리해고 사태가 새 국면을 맞았다. 다만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푸르밀 측이 매각 재추진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제시한 만큼 노사 간 갈등 요소는 여전하다. 또 수년째 적자와 높은 부채비율, 노후된 생산시설 등으로 기업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것도 매각의 걸림돌이다. 

1일 푸르밀 노동조합(이하 노조)에 따르면 푸르밀 사측은 전날 진행된 2차 교섭에서 회사 매각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는 그간 고수했던 유(乳)사업 철수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사측은 지난 24일 진행한 1차 교섭 때 상생방안을 찾겠다고 밝혔으나 이틀 뒤인 지난 26일 희망퇴직을 공고해 사업 정리 쪽에 무게를 두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2차 교섭 때 경영진이 물밑에서 매각 협상 중이라고 밝히면서 극적 회생 가능성도 제기된다. 인수 의향을 밝힌 업체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오너 차원에서 인수 협상이 진행 중인 단계로 보인다는 것이 노조 측의 전언이다. 노조 측은 사측에 오는 4일 예정된 3차 교섭 때까지 매각과 관련된 구체적인 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다만 매각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첫째 난관은 구조조정 비율이다. 사측이 전날 교섭 과정에서 매각 재추진 조건으로 구조조정을 내걸었다. 경영진이 제시한 구조조정 비율은 노조 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으로 관측된다. 

김성곤 노조위원장은 "경영진이 인수를 원하는 업체에서 구조조정을 원한다며 구체적인 구조조정 비율까지 얘기했다"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해 구조조정 조건에 대해 얘기를 나눴는데, 아직 확정된 건 없다. 직원 중 누구는 그만둬야 하는 문제다 보니 합당한 수준이냐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노조는 매각이 불발될 경우 전면 파업이나 법적 조치를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노조는 50일 전에 해고 통보를 하지 않은 점 등이 부당 해고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기 위한 법적 검토에 착수했다. 또 교섭과 별개로 집회 등 단체 행동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부실한 재무구조도 변수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2018년 오너 경영체제로 회귀하면서부터 실적은 곤두박질 쳤다. 푸르밀은 2018년 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했고 2019년부터 매년 영업손실이 89억원, 113억원, 124억원으로 불어났다. 

재무 건전성도 악화했다. 2018년 75%로 건전한 수준을 보였던 부채비율은 2019년 99.4%에서 2020년 216%, 지난해 507.4%까지 높아졌다. 수년간 적자가 지속되면서 쌓인 결손금도 24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새 주인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LG생활건강이 실사까지 벌였지만 끝내 인수를 포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LG생건이 실사까지 한 상황에서 인수를 포기한 것은 생산설비가 노후화 됐음에도 푸르밀이 매각가를 높게 불렀기 때문으로 들었다"면서 "유업계 상황이 좋지 않고 적자인 상황에서 인수자는 흑자전환을 위해 고정비를 줄이려고 할 것이다. 높은 수준의 구조조정을 요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노조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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