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칼럼] 가계부채가 GDP보다많은 나라 …'성장의 돛' 다시 달아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입력 2022-11-03 16:51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홍준표 수석연구위원]


한국 경제를 배(船舶)에 비유한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마 산업 경쟁력도 있으니 나름대로 강한 엔진과 모터가 장착된 모습일 것이다. 또한, 해외로 상품을 수출하여 외화 획득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바람의 힘을 받아 힘차게 움직일 수 있는 강한 돛도 장착한 모습일 것이다. 이렇게 모터와 돛이라는 이중(二重)엔진을 달고 ‘경제 성장’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경제호(號)는 강하게 항해하였다.
시기별로 크게 구분하여 보면 한국 경제는 60~70년대는 산업화의 기본 인프라가 구축되고 수출지향 성장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었다. 80~90년대는 중화학공업과 IT산업 육성에 승부수를 던지면서 한국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 꽤 괜찮은 위상을 갖기 시작하는 시기였다. 이 시기를 거치면서 대내외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개방과 자율, 민주적인 사회 분위기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그 이전까지 수출에 집중하여 밖으로 향하는 제한적인 개방에 머물렀다면, 이 시기부터는 수입자유화 및 자본자유화 등 한국의 시장과 시스템을 외국에 개방하였다.
2000년대 들어서는 전 세계적으로 자유무역 기조가 확립되면서 세계화의 수혜를 입고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글로벌 20위권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동시에 경제 규모가 너무 커버린 탓인지 저성장이 굳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단순히 규모가 커져서 증가 속도가 둔화되었다기 보다는 과거 정부 주도의 성장 전략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마련하지 못한 채 개방 정책의 속도 조절이나 금융 감독, 외환 정책 등의 정책 미스로 경제 위기를 겪으면서 성장 속도가 회복되지 못한 채 낮아진 상태가 이어지게 된 것이다.

 

[< 한국 경제 명목GDP > (자료=한국은행)]


서두에 제기한 한국경제호(號)가 다시 제 속도를 내기 위해서는 배를 움직이기에 충분한 바람이 불어야 한다. 아니면 비대해진 배를 자체적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강한 엔진이나 모터가 장착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상황을 보면 외부 여건이나 내부의 엔진 개선 모두 한국 경제에 우호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먼저 외부 상황은 그야말로 불확실 및 불안정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 상황은 장기전으로 들어섰다. 핵무기의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타협과 평화보다는 극한 상황으로 치닫는 길이 더 넓어졌다. 미국 경제는 금리를 인상해도 될 만큼 경제 성장세가 괜찮지만, 오히려 그렇게 미국 경제만 견실했던 상황으로 인해 연준이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추진하면서 그 여파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경색 국면으로 연결되었다.
신흥국은 부채 규모가 증대되는 가운데 선진국의 수요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여파 등으로 신흥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감소세로 전환될 우려가 커졌다. 신흥국 중에서도 원자재 수출을 많이 하는 국가는 부채 위험이 크지 않지만, 제조업이 강한 국가, 그리고 에너지와 식품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부채 수준이 증가했다. 국제금융협회(IIF⦁Institute of International Finance)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및 베트남 등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들은 수요 위축의 영향으로, 이집트 및 헝가리 등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수입물가 급등의 영향으로 부채가 계속 늘어났다.
최근에는 일본의 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아시아 외환위기 재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지속으로 엔화가 가치고 있는 매력이 떨어지게 되어 엔화 가치도 하락하게 되는데, 이 현상이 지속되면서 일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게 되면 그야말로 아시아 위기가 촉발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데 한국 국채를 들고 있을 이유가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 일본 및 중국은 무역구조도 비슷하여 서로간의 통화가치도 비슷하게 영향받는다. 엔화 가치가 계속해서 낮은 상황에 머무르는 현상은 동아시아 외환위기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시선을 국내로 돌리면 산업 경쟁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가운데, 부채 누적도 심한 모습이다. 마치 엔진이나 모터는 녹슬어서 추진력은 나지 않는데, 잔뜩 짐을 실어서 배가 가라앉을 정도로 밑으로 내려앉은 모습이다. 물결이 조금이라도 세면 금방이라도 선박에 물이 들어차 배가 가라앉을 것 같기도 하다.
코로나19로 마비되었던 삶의 여건이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부채가 많은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는 채무 압박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올금담보대출 등 주택과 관련된 대출이 많은데, 요즘 목격되고 있는 부동산 가격 하락이 지속되거나 가파르게 진행될 경우 대출이 부실해지면서 금융시스템 불안으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해 6월 말 기준 1869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르렀다. 이는 경제 규모를 고려하여 국제적으로 비교해 보아도 주요국보다 많은 수준이다. 국제금융협회(IIF)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2.2%로 세계 주요 36개국 중에서 가장 높았다. 조사 대상국 중에서 가계부채가 국내총생산보다 많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절반 이상이 주택담보대출이나 전세

 
 
 


기업을 둘러싼 상황도 어렵다. 최근 금리와 물가, 환율 상승 등 ‘3고(高)현상’으로 기업의 경영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경기가 둔화에서 침체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계기업, 즉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채 부담이 한국 경제를 짓누르고 있는 상황을 타개할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가득한 부채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계부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부동산 관련 대출의 부실을 막기 위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화를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소득 여건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취약 차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빚을 탕감하는 제도를 효과적으로 적용하여 사회에서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할 것이다. 한계기업의 조정도 필요할 것이다. 다만, 일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기보다는 기업이 처한 상황에 맞게 구조조정이 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을 개선해야 한다. 인구 감소세를 증가로 바꾸기에는 시간이 너무 많이 들기 때문에 조금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바꾸어야 한다. 기후변화 위기를 조금이라도 예방할 수 있는 친환경 산업으로의 투자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 한다. 세계적으로 인공지능과 로봇, 자연재해 예방, 데이터, 첨단 에너지 등의 분야를 국가 전략 분야로 선정하는 트렌드에 부합하게 우리나라도 반도체, 이차전지, 차세대 원전, 인공지능, 첨단바이오 등 12대 국가 전략 기술 분야를 선정하고 중점을 두어야 하는 목표를 설정했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적으로 완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분야를 목표로 설정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고급 인력이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보장해야 하고, 해당 분야 규제를 과감하게 개선하여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홍준표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농경제학과 ▷미국 루이지애나주립대 농경제학 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팀장 ▷고용노동부 고령화정책TF ▷한국장학재단 리스크관리위원회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