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의 M&A] (29회) 고금리로 인플레 잡으려다 빚더미 가계 무너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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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입력 2022-08-31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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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디커플링 시대 세계경제의 체스판이 바뀌고 있다

[성보경 회장] 

1980년대 소련 붕괴와 함께 세계화((Globalization)의 진행으로 세계는 관세 인하와 국제 분업을 통해 상호 의존적인 네트워크 경제를 구축했다. 초강대국 지위를 얻게 된 미국은 세계화를 주도했다.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를 꿈꾸던 미국은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되는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비용을 감수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의 패권전쟁이 시작되면서 세계는 다시 2개 세력권으로 분열되고 있다. 문제는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국가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는 사실이다.

세계화로 인해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고 미국을 넘어설 기세다. 세계화는 중국, 한국, 독일, 러시아 등과 같은 상품 공급 국가들은 엄청난 속도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미국, 유럽과 같은 소비 국가들은 엄청난 부채에 허덕이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국가의 세력은 약화된 반면 초국적 투자금융회사와 다국적 기업 그리고 전 세계적인 거부(Ultra Super-Rich)들이 탄생하는 계기가 되어 제2의 글로벌 강도귀족(Global Robber Baron)이라 칭하는 부자계급이 출현하게 되었다. 초국적 투자금융과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국제적인 M&A(인수합병)를 기본 성장전략으로 삼는다. 이는 세계화로 인해 빈부 격차가 엄청나게 벌어져 세계화에 대한 국민들의 저항이 거세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1세기에 들어서며 세계화에 대한 우려가 팽배하던 시대가 지나가고, 이제는 세계화 시대의 후퇴에 따른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몰려오고 있다. 세계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던 미국이 중국과의 패권전쟁과 보호무역주의 그리고 자국 우선주의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세계화의 후퇴에 따른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기가 도래하더라도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는 미국은 경제 회복 전략을 실행할 수 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경기 침체에 따른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독일, 러시아 등과 같이 세계화 시대에 공급 및 수출을 담당했던 국가들의 고통은 매우 심각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내수 규모가 매우 작다. 국제 교역량이 줄어들면 한국 경제 규모도 축소될 수밖에 없다. 한국 경제가 탈세계화(De-Globalization) 과정에서 위험한 이유는 국제 교역량 축소와 에너지를 비롯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천연자원 부족 국가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코로나19 확산, 미국의 자국 제품 우선주의, 필수 원자재에 대한 무기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면서 세계의 공급망 체계는 붕괴되었으며 에너지를 비롯한 필수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되었다.

세계 최대 소비 국가인 미국과 세계 최대 공급 국가인 중국이 세계 패권을 놓고 경제전쟁을 벌이고 있으며, 군사적 충돌까지도 우려되는 상황으로 발전되고 있다. 세계는 미국 주도의 정책에 동조하는 방향을 벗어나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이제는 디커플링을 벗어나 미국 중심의 세계와 중국 중심의 세계로 양분되는 양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러시아가 중국에 동조하고, 유럽이 미국에 동조하는 세력으로 진행되면서 세계는 신냉전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경제 구조는 50% 이상이 미국과 중국의 수출입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 내지는 장기간 분쟁에 돌입하면 한국 경제는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 패권전쟁을 벌이는 당사자들보다 더 위험한 경제 상황에 노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이 위치하고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은 세계화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았지만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전 세계를 지배한 냉전 체제가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역이다. 또한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군사적으로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지역이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적으로 대립하는 최전선이 동북아시아 지역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한국·미국·일본·대만의 민주주의 세력과 중국·북한·러시아의 세력 대결이 벌어져 군사적 충돌 위기가 가장 높은 지역이 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높아져 경제적 국제 신용도가 낮아지는 역할을 한다. 이와 같이 되면 자본 유출은 물론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비용이 높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화는 자유무역주의를 바탕으로 관세 인하, 비교우위에 의한 제품의 공급 체인(Supply Chain)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렴한 공급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세계화가 후퇴하고 보호무역주의에 의한 관세 인상 등이 이루어지면 제품 가격은 당연히 오르게 되어 있다. 이로 인해 세계의 교역량도 줄어들게 되어 있다. 세계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었던 이유는 중국은 경제성장에 필요한 미국과 유럽이라는 소비시장이 필요했고, 미국과 유럽은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 공급이 가능한 중국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초국적 투자금융자본가들은 중국에 대규모 공장을 설립하는 데 엄청난 규모의 투자를 했다. 그래서 세계화는 중국, 러시아, 독일, 한국과 같은 공급 국가와 이들 국가에 투자를 주도했던 투자금융자본들은 성장을 하고, 미국, 유럽 등과 같은 소비 국가들은 저렴한 제품 가격에 따른 과잉소비에 의한 부채 규모가 증가하게 된 것이다.

미국의 세계화 전략은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한 국제투자금융자본과 전 세계를 하나로 묶는 디지털 유통기업은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지만 제조업 분야의 미국 기업들은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따라서 탈세계화는 비용 절감을 위해 세계 각국에 생산기지를 건설했던 오프 쇼어링(Off shoring) 전략을 수정하여, 생산비용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해외로 생산시설을 옮긴 기업들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온 쇼어링(On shoring)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으며, 우호적인 국가를 중심으로 생산시설과 무역특혜를 바탕으로 생산시설을 우호적인 국가들에 배치하고, 국제무역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프렌드 쇼어링(Friend shoring)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으로 인해 국제 원자재 및 기초소재 원료를 저렴하게 공급했던 중국 및 러시아 등과 교역 규모를 축소하고, 생산비용과 공급가격이 조금 상승하더라도 우호적인 국가와 교역량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세계 무역질서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30년 동안 진행되어 왔던 세계화는 지구촌 대부분 국가들을 우호적인 관계로 만들었다. 하지만 세계화를 추진하던 미국은 세계화에 소요되는 대부분 비용을 부담했는데도 불구하고 미국보다는 중국이 혜택을 보며 초강대국 미국의 지위에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또한 세계화는 초국적 투자금융회사와 거대 다국적 기업 그리고 초국적 거대 자본가들을 양산하여 빈부의 초격차 현상이 발생하는 부작용이 노출되었다. 결국 미국이 주도한 세계화는 중국이 미국에 대한 패권에 도전을 하게 되었고, 초국적 거대 자본가들이 정부 권력을 넘보는 사태까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하면 인플레이션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는 효과는 있지만 경기 침체 위험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경기 침체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금리 인상은 매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한국과 같이 가계부채가 많은 국가는 금리 인상이 치명적일 수 있다. 내수시장 규모도 작은 나라에서 소비 주체인 가계가 붕괴된다는 것은 끔찍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의한 물가 및 부동산 가치의 상승은 경기 침체기를 확실하게 극복한 후에 금리를 인상하는 방법으로 대응해도 될 것이다. 물론 인플레이션에 의한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정책도 동시에 시행해야 한다. 인플레이션 시대에는 기업이 생산원가에 대한 경쟁력을 높여 판매가격을 조절하거나 이익을 줄이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 부채 규모가 과도하게 유지되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것은 소비계층의 붕괴와 수요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붕괴에 의해 발생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공급 축소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날 수 있다. 하지만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상당한 고통이 오랜 기간 지속된다. 현재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은 세계화로 형성된 공급체인이 붕괴되고, 세계화가 후퇴하는 데 따라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 세계화에 소요되는 비용 대부분을 감당한 미국은 패권국가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부채만 잔뜩 늘어나고 중국, 러시아, 독일, 한국 등과 같은 공급 국가들은 눈부신 경제성장을 달성했으니 미국은 속이 쓰라릴 것이다. 그래서 미국 주도로 세계경제의 체스판을 바꾸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따라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국가 정책을 쓸 때 과거와 같은 방식을 답습하면 안 된다. 세계화가 후퇴하는 디커플링은 미국과의 동맹을 활용하여 철저하게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일본이 가장 큰 혜택을 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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