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자력 발전 확대에 본격화"…사업자 수익 보장안까지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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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2-07-18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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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원자력 발전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원자력 발전 관련 주무부처인 경제산업성이 지난 2014년 좌절됐던 원자력 발전 수익 보장안을 최근 검토하고 나섰다고 니혼게이자이(닛케이)가 18일 보도했다. 

원자력 발전 비중 증대는 이미 지난해부터 일본 내에서 활발히 논의됐다. 지난해 7월 21일 일본 정부는 ‘제6차 에너지 기본계획 초안’을 발표했으며, 2030년 원전 발전 목표비중을 20∼22%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일본에서 당시 운영 중이던 전체 원전 54기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 이 중에서 21기는 폐로가 확정됐다. 이후 안전성이 확보된 원전에 한해 순차적으로 재가동하면서 일본의 원전 발전 비중은 2012년에 기록한 1.5%에서 2019년에는 6.4%로 회복했다. 그러나 여전히 2010년의 24.8%에 비해서는 낮은 수준이다. 

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일본은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 기본계획에 담긴 원자력 발전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재가동이 신청된 다른 원전 27기를 모두 돌려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 10월에는 아마리 아키라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 원전 신설에 대한 암묵적인 금기를 깨고 오래된 원전 교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당시 아마리 간사장은 “가동 연수가 40년에 이르는 원전은 개발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로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향후 원전 사업에 더욱 힘이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3일 일본의 원자력 발전소 활용을 강조했다. 당시 NHK가 주최한 9개 정당 대표와의 토론에 출연한 기시다 총리는 원자력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G7 정상회의가 끝난 뒤 언론에 원자력 재가동을 위한 검토를 빠르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6월 일본 정부는 원자력 의존도를 최대한 낮춘다는 문구를 경제 재정 정책 지침에서 삭제하기도 했다. 원자력 발전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드러낸 것이다. 

게다가 최근 폭염으로 전력 사용량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자력 발전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경제산업성 역시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원자력 발전 지원을 위한 정책을 제안했다. 이달 1일에는 경제산업상(経産相)의 자문기관인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 산하의 원자력 소위원회 소속 '혁신로(혁신원자로) 워킹 그룹'에서 투자금 회수를 위한 제도적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혁신로 워킹그룹은 지난 3월 출범했다. 당시 종합자원에너지조사회 원자력 소위원회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서는 원자력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추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서구에서는 기존 원자로에 대한 재정 지원에 더해 혁신원자로에 대해서도 대규모 예산 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며, 혁신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 역시) 원자력 혁신을 통해 전체 원자력 공급 체인의 유지 및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혁신 원자로는 안전성, 폐기물, 에너지 효율, 핵불확산성 등 관점에서 뛰어난 기술을 도입한 선진적인 원자로로 평가받고 있으며,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최신 대형 원전이나 SMR, 고온가스로(HTGR) 등을 포함한다. 

다만 원전은 큰 초기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금 회수에는 수십 년의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사업 유치가 쉽지 않다. 발전 비용이 이미 저렴해진 재생에너지에 밀리면서 수익 확보의 안정성도 낮아지고 있다. 이에 경제산업성은 원전 사업자들의 수익을 정부가 보장해주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이미 영국에서 비슷한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영국의 원전 사업은 사업자가 자금을 조달해 원전을 건설한 후 전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는 방식이다. 다만 영국 정부는 차액보증계약(CfD)을 통해 ‘스트라이크 가격’이라 불리는 최저 판매단가를 보장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사업자를 유치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전의 수익을 선제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국민들의 부담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 정부는 에너지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 이 같은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 사업자의 수익을 보장하는 정책은 이미 2014년도에도 검토된 바 있다. 2016년에 전력 소매가 자유화된 후에 원자력 발전 사업의 채산이 악화되는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후쿠시마 대지진의 충격이 아직 남아있던 시기였기 때문에 강한 반발에 부딪혀 좌절됐다. 

닛케이는 "지난 8년 사이에 일본 원자력 산업은 쇠퇴해, 지금 이대로라면 일본은 머지않아 스스로 원전을 만들기 힘들어질 수도 있다"면서 "2050년 온난화 가스 배출을 완전히 없애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선택지를 좁혀서는 안된다는 위기감이 경제산업성 내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또한 원자력 발전의 확대는 전력의 안정 공급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정부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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