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정권 따라 춤추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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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2-07-03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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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 실적에 대한 평가 결과를 놓고 말이 많다.

경영평가 등급에서 성과급 지급 대상인 보통(C) 이상이 전체 130개 중 112개로 86%에 달하고, 성과급을 받지 못하는 미흡(D) 이하는 18개에 불과하다. 이런 결과에 대해 ‘경영평가가 성과급 잔치가 됐다’는 비판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공공기관 전체 부채는 지난해 583조원으로 4년 전에 비해 90조원 가까이 늘었고, 같은 기간 임직원 수는 10만명 이상 증가했다.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는 공공기관 수는 20곳으로 2017년 대비 4배에 이른다. 공공기관 손실이 천문학적 수준인데도 직원들은 고액 연봉에 더해 성과급까지 받으니 비판이 그치지 않는다.
 
민간기업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내지 못할 정도의 경영 부실에 봉착하면 급여 삭감에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공공기관은 정부가 예산으로 손실을 메워주니 직원들은 무풍지대에서 과도한 복지 혜택을 누리는 철밥통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받아왔다.
 
공공개혁을 강조한 새 정부에서도 국민적 시각과 다르게 나온 경영평가를 놓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내서 이를 충당하기 위해 전기료 인상을 주장한 한국전력에 비판이 집중됐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한전을 직접 거론하며 “한전이 지난 5년간 왜 이 모양이 됐는지 자성이 필요하고 전기료를 인상하기 전에 철저히 자구노력을 이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비판을 인식해 공공기관운영위원회도 부실 공공기관에 대해 성과급 반납을 권고했고, 그 직후 한전 측이 경영진은 성과급 전액, 간부 직원은 50%를 반납한다고 발표했다.
 
공공기관 경영이 방만해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질타는 요즘 들어 나온 게 아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는 공공기관 방만 경영 해소가 경영평가의 주요 방침으로, 부채 감축 지표 비중이 높았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비정상의 정상화로 임금피크제와 성과연봉제가 중요한 개혁 과제였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공기관의 효율성이나 수익성보다 사회적 역할과 일자리 창출 기여를 강조하면서 공공기관 부채가 커지게 됐다. 이제 윤석열 정부는 공공기관 경영평가 제도를 전면 개편해 문재인 정부 시절 확대한 ‘사회적 가치’와 정규직화 등 평가지표에 대한 배점을 줄이고, 재무지표 비중을 높여 공공기관 경영을 ‘효율·수익성’ 방향으로 대전환 하고자 한다.
 
이처럼 정부가 바뀔 때마다 공공기관의 경영평가 지표가 달라지니 공공기관은 어느 장단에 맞춰 춤춰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다. 사실상 공공기관의 경영은 모두 정부의 엄격한 통제하에서 이뤄진다. 사업과 예산은 모두 정부가 결정해 내려주며 공공기관은 이를 이행하는 책임만 부여된다. 게다가 코로나19나 경기 침체 상황에서 경기 부양과 고용의 의무는 공공기관이 다 짊어진다.
 
대표적 부실 공공기관으로 비난받는 한전은 지난 15년 동안 7차례나 성과급을 반납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에 경영위기 극복을 위해 전 임직원 2만900여명이 성과급을 반납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임원과 1급 직원이 성과급 반납을 선언한 적이 있다.
 
올해도 성과급을 반납하라는 요구에 한전 직원들은 ‘지금까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우리가 잘못한 것이 무엇이냐’고 반발한다.

경영평가 지표와 배점도 정부가 정하는 것이고 공공기관은 이를 충실히 지켜 평가등급이 나온 것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으면 경영평가는 왜 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도 커진다. 선생님이 공부시키고 시험을 보는데, 선생님이 바뀌었다고 이전 선생님이 가르친 공부는 전면 부정하고 새로 시험을 보는 것과 같다.
 
경영평가가 이렇게 신뢰성을 잃은 것에는 정부 책임이 크다. 기재부는 공공기관 운영을 책임지고 평가도 맡고 있다. 공공기관의 사업과 예산도 기재부가 장악하고 인력과 인건비도 기재부가 통제한다. 기재부가 모든 것을 틀어쥔 채 공공기관 운영을 통제하고 평가도 도맡아 하면서 잘못은 모두 공공기관 탓으로 돌린다.
 
기재부는 앞으로 공공기관 경영평가 배점을 조정해 재무 상황을 들여다보겠다지만 이 정도 미세조정으로 공공 부문의 실상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공기관의 평가를 객관적으로 하려면 공공기관운영위원회와 공공기관 경영평가를 기재부에서 분리해야 한다. 평가 방식을 전면 개편해 공공기관이 공익 확대라는 본연의 임무에 전념하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새 정부의 공공개혁이 실질적 성과를 내려면 정치적 낙하산 인사와 공공기관 간 해묵은 공생관계부터 끊어내야 한다. 공공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에서 추진하는 어떤 개혁도 공허한 구호에 그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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