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SaaS 전략 파트너로 '잔디' 토스랩 낙점
  • 한컴홀딩스 세우고 대만 KDAN 지분 30% 확보
  • 임베디드 SW 접고 메타버스·우주 신사업 전개
  • 작년 창사 첫 주주서한 속 독자 경영 비전 윤곽
  • 자사주 매입해 주주가치·지배력 강화, 책임경영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 [사진=한글과컴퓨터]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가 작년 8월 취임한 김연수 대표를 맞이한 후 적극적인 신사업 분야 투자로 글로벌 성장 발판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컴이 오피스 소프트웨어(SW) 영역에서 협업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와 클라우드, 영상 데이터 서비스와 메타버스 플랫폼 등 디지털 신기술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면서 하반기 이후 한컴그룹 사업구조 재편 시계도 더 빨라질 전망이다.

지난 29일 한컴은 대만에 거점을 둔 글로벌 SaaS 기업인 케이단모바일(이하 'KDAN')을 통해 협업툴 SaaS인 잔디(JANDI)를 운영하는 '토스랩'에 15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잔디는 토스랩이 지난 2015년 시작한 서비스로 한국, 대만, 일본, 베트남 등 70여개국에 이용자 30만팀을 확보했고 지난 2020년 구글플레이 다운로드 1위를 차지하는 등 대만·일본 지역에서 인기를 끌면서 매출 15%를 해외 시장에서 일으키고 있다.

한컴은 오피스SW 기업에서 SaaS 기업으로 변신하기 위해 작년 NHN두레이와 손잡고 국내 협업툴 시장을 공략해 왔다. 이제 토스랩을 통해 해외 협업툴 시장에 도전한다. 김연수 한컴 대표는 "문서 서비스와 협업툴은 상호보완적 성격이 강한 분야"라며 "양사간 지역적·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대만과 일본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잔디의 토스랩을 글로벌 SaaS 사업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KDAN은 문서 기반 SaaS 기업으로 한컴의 주요 파트너사다. 지난 2009년 대만에 설립돼 모바일 PDF 솔루션, 전자서명 솔루션, 모바일 애니메이션 솔루션 사업을 벌여 북미·유럽에서 매출 80%를 벌어들이고 있다. 매출 절반을 어도비의 클라우드 기반 PDF 솔루션인 '도큐먼트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와 경쟁하는 인공지능(AI) 문서관리 서비스로 얻는다. 내년 상반기 대만거래소(TWSE) 상장을 추진 중이다.

전날 한컴은 싱가포르에서 추진해 온 '한컴홀딩스' 설립을 마치는 대로 이 회사를 통해 기업가치가 약 679억원(5250만 달러)으로 산정된 KDAN에 약 201억원(1550만 달러)을 투자해 지분 30%가량을 확보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앞서 지난 2월 한컴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 300억원을 출자해 한컴홀딩스를 설립하고 SPC와 KDAN이 한컴홀딩스에 공동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자계약 '한컴싸인' 출시…국내도 SaaS 전진 배치
한컴은 국내 SaaS 솔루션 사업도 강화한다. 우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에 확 커진 전자서명 기반 비대면 계약 솔루션 수요를 겨냥해 한컴오피스 기반 전자계약 솔루션 '한컴싸인'을 정식 출시했다. 향후 한컴싸인 주요 시장별 서비스를 고도화하고 파트너사를 확보해 기업, 공공기관, 개인 소비자 대상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케이단의 PDF SaaS 솔루션을 국내 서비스로 출시할 예정이다.

한컴싸인은 오피스 SW 없이 웹 기반 한컴오피스로 문서작성과 전자서명을 처리한다. 한컴싸인 사용자가 카카오톡과 이메일 등을 통해 계약 상대방에게 전자서명을 요청하면, 요청받은 상대방은 한컴싸인의 회원이 아니어도 PC와 모바일에서 문서를 읽고 서명할 수 있게 된다. 한컴싸인은 금융, 법무, 재무, 영업, 인사 업무용 표준 문서 서식과 계약서를 함께 제공해 이 분야에서 초기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컴이 케이단을 통해 확보한 전자서명·PDF 관련 기술이 한컴싸인에 적용됐다.

김 대표는 "한컴싸인은 그동안 검증된 한컴의 오피스SW 기술력을 활용한 새로운 SaaS 사업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하반기에도 한컴오피스 기반의 다양한 확장 서비스를 출시해 오피스SW 기업에서 SaaS 기업으로 확실하게 피보팅하고 안정적 성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SaaS, 우주, 메타버스로 보폭 넓히는 한컴
김연수 대표는 회사 성장 키워드로 '글로벌·데이터·서비스'를 꼽고 적극적인 사업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SaaS 시장 진출은 이 3대 성장 키워드의 하나로 김 대표가 취임 초부터 밀고 있는 중점 사업 가운데 하나다. 김 대표는 동시에 한컴과 주요 관계사인 한컴인스페이스를 통해 사업 포트폴리오에 영상 데이터 서비스를 추가하고 또 다른 관계사인 한컴프론티스와 함께 메타버스 플랫폼 사업에도 도전하고 있다.

지난 5월 한컴 첫 인공위성이자 국내 첫 지구관측용 민간위성인 '세종1호(Sejong-1)'가 미국 케네디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지상국과 교신을 완료함으로써 궤도에 안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컴은 5년 내 50기 이상을 발사해 군집위성 체계를 구축하고 해외 위성에 의존했던 영상 데이터 서비스를 직접 제공할 계획이다. 한컴인스페이스를 통해 2025년 6G 통신위성을 발사하고 사업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 23일 한컴은 신세계그룹과 메타버스 플랫폼 구축과 운영을 위해 손잡았다. 메타버스 전문기업인 한컴프론티스와 함께 신세계 메타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플랫폼 내 콘텐츠·서비스 기획과 소싱, 실물 상품과 연계한 대체불가능토큰(NFT)이나 가상 아이템 판매를 추진한다. 김 대표는 신세계와 협력으로 한컴이 메타버스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고 초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컴은 사업구조 재편과 신사업 강화에 투자할 '실탄'도 확보했다. 지난 5월 공시를 통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플레이그램에 임베디드SW 솔루션 기업 '한컴MDS' 등 11개 자회사를 포함한 주식·경영권을 1050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힌 것이다. 한컴은 실사·협상을 통해 최종 확정될 한컴MDS 매각 대금을 활용해 데이터 기반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글로벌 SaaS 기업 인수 추진에 쓰겠다고 예고했다.
 
김상철 회장 그림자 벗고 '김연수 색깔' 드러내기
이 같은 김 대표의 행보는 이제까지 한컴을 국내 대표 SW기업으로 키운 경영 전략에 근본적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한컴을 국내 대표 SW기업으로 성장시키고 유망한 내수 시장에 주력하는 경영 전략으로 그룹 사업 영역을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 헬스케어, 블록체인 등으로 다각화한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 체제와 구별되는 김연수 대표의 의지가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 대표가 구상하는 경영 전략은 작년 11월 취임 100일을 맞아 한컴 창사 이래 처음으로 발송한 주주서한에 예고돼 있었다. 그는 한컴 주력 사업이 정보를 생산하는 도구에서 시작했지만 앞으로 정보 생산부터 소비까지 사용자 입장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서비스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에 글로벌 SaaS 진출과 메타버스뿐 아니라 웹오피스 구독형 서비스 출시, AI 여가정보사업 진출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자신의 색깔이 반영된 경영 기조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뿐 아니라 주주가치 제고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 28일 공시에 따르면 김 대표는 한컴 주식 6만7324주를 12억원에 장내 매입했다. 이로써 김 대표는 자신이 지배하는 SPC인 에이치씨아이에이치(HCIH)를 통해 작년 5월 한컴 지분 9.4%를 인수해 2대 주주가 된 데 이어 개인 지분 매입으로 한컴 지분 10.16%를 보유하게 됐다.

한컴 관계자는 김 대표의 자사주 매입에 대해 "신사업을 통한 미래 성장에 대해 자신감을 보여 줌으로써 책임 경영을 실천하고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김 대표는) 당분간 최대한 자사주를 취득해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안정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한컴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지난 20일 1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신탁계약을 체결하고 21~27일 46만2202주를 매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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