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자이언트 스텝] '파월 쇼크' 오나…경기침체 소용돌이 몰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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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주혜 기자
입력 2022-06-1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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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준 "인플레이션 2%로 되돌리겠다" 강력 의지

  • 1994년 '그린스펀 쇼크' 되풀이하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년 만에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인플레이션 파이터’가 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빅스텝마저도 날뛰는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하자 75bp(1bp=0.01%포인트) 인상 카드를 빼든 것이다.

시장에서는 신흥국을 외환위기로 몰고 간 1994년의 ‘그린스펀 쇼크’가 되풀이될까 우려한다. 당시에는 미국만은 살아남았지만 이번에는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가 경기침체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파월 쇼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공포다.
 
75bp 빼든 연준, 경기침체 가능성 인정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연준은 15일(이하 현지시간) 1994년 11월 이후 처음으로 75bp에 달하는 금리인상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0.75~1.0% 수준인 미국 기준금리는 1.5~1.75%로 훌쩍 뛰어올랐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 참석한 위원 중 50bp 인상을 주장한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를 제외한 모든 위원이 75bp 인상에 찬성했다. 연준 위원 모두가 매파(긴축 선호)로 돌아선 셈이다.
 
눈여겨볼 점은 이날 연준의 성명이다. 연준은 성명을 통해 “위원회는 인플레이션 위험에 매우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강력히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상 ‘인플레이션 학살자’ 혹은 ‘인플레이션 파이터’로 통하는 폴 볼커 전 연준 의장의 길을 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연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인플레이션에 대한 “추가적인 상승 압력”을 일으키고 경제 활동을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중국의 봉쇄 조치가 공급망 혼란을 악화해 인플레이션을 끌어 올렸다고 덧붙였다.
 
연준은 연내 남은 4번(7, 9, 11, 12월)의 모든 회의에서 쉬지 않고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인다. FOMC 위원들이 이날 공개한 점도표에 따르면, 연준은 연말까지 기준금리를 3.4%까지 올릴 것으로 보인다. 연내 남은 FOMC 회의 때마다 금리를 50bp씩 올릴 경우, 기준금리는 현행 1.5~1.75%에서 3.5~3.75%가 된다.
 
특히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경기침체의 가능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점도표를 보면 위원들은 2023년에는 금리가 3.8%를 찍으며 정점에 도달한 뒤 2024년에는 3.4%로 내려갈 것으로 봤다. FT는 “이는 연준이 경제가 상당히 둔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2024년에는 금리인상 기조를 되돌릴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파월 의장 역시 통화정책 결정 발표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각한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인정했다.
 
연준이 발표한 경제 전망 지표도 암울한 미래를 드러낸다. 연준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3월 전망한 2.8%에서 1.1%포인트 낮춘 1.7%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근원 인플레이션은 올해 4.3%, 2023년에 2.7%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이는 3월 예상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실업률 역시 3월 예상했던 3.5%에서 3.9%로 상향 조정했다. 2024년에는 실업률이 4.1%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미국 실업률은 3.6%다. 사실상 연준이 경기침체 가능성을 암묵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1994년 ‘그린스펀 쇼크’ 되풀이하나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75bp 인상은 “일반적일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자이언트 스텝이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7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50bp 혹은 75bp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날 뉴욕증시는 “이례적”이라는 발언에 주목하며 나스닥 지수가 2.50% 반등하는 등 안도 랠리를 펼쳤다. 그러나 월가는 연준이 7월에도 75bp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경기침체가 바짝 다가왔다는 것이다.
 
웰스파고앤코는 오는 2023년 중반부터 “완만한 경기침체”가 시작되리라 예측했다. 인플레이션이 경제 전반에 뿌리를 내리고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에 나서면서 소비자 지출이 급격하게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연착륙 가능성이 더욱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통화 정책 연구 책임자인 라이언 스위트는 보고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무너뜨릴 때까지 금리를 올리겠다는 연준의 입장은 연준이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위험을 내포한다”고 했다.
 
실제 미국인들은 최악의 인플레이션 속에서 지갑을 닫고 있다. 미 상무부는 이날 5월 소매 판매가 전월 대비 0.3%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매 판매가 감소한 것은 5개월 만에 처음이다.

또한 이날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은 2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0%로 하향 조정했다. 구겐하임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스콧 미너드는 소비자 지출의 둔화를 고려할 때 미국이 이미 경기 침체에 빠졌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점점 더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이 내년에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에 힘을 싣고 있다. 웰스파고의 이코노미스트인 제이 브라이슨은 이날 일주일 전만 해도 연착륙을 예상했지만, 이제는 완만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가 경기침체의 파고에 휩쓸릴 것이란 경계심도 커졌다. 연준의 공격적인 긴축으로 인해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신흥국의 모든 중앙은행은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 이날 유럽중앙은행(ECB)은 긴급회의를 열고 유로존 주변국의 국채 금리 급등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시장 안정화 비상조치를 발표했다.
 
네덜란드 은행 ING의 카스텐 브르제스키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ECB의 매파 위원들이 유로화 약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영향을 상쇄하기 위해 그들이 기존에 제시했던 것보다 더 큰 금리 인상을 추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쇼크’가 되풀이할 것이란 두려움도 상당하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준 의장은 지난 1994년에 25~75bp씩 수차례에 걸쳐서 금리를 3%포인트나 올렸다. 이에 따라 국채 가격이 급락하며 채권시장을 대학살했고 주식도 동반 하락했다. 미국은 연착륙했지만 달러 강세에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신흥국 각국은 외환위기로 신음해야 했다. 다만, 신흥국의 경제가 과거보다 탄탄해진 데다가 외환보유고도 크게 늘어 과거와 같은 쇼크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미국만 연착륙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경고도 있다. 그린스펀 시절에는 지금과 같은 40년 만의 최악의 인플레이션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잡으면서 경기침체를 막겠다는 연준의 예측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란 지적이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준 총재는 블룸버그 텔레비전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의 예측은 여전히 ​​매우 낙관적”이라며 “위험은 연준이 더 많은 고통을 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연준이 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좋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명한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 대학교 교수는 지난 4월 금리 인상으로 미국의 경기 침체가 촉발될 경우 글로벌 수입 수요를 위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연준의 금리인상으로 기업 디폴트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간 제로 금리 덕분에 기업 채무 불이행과 파산이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했지만, 금리인상으로 투자자들이 국채로 몰리면서 회사채에 대한 매력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도이체방크 AG는 지난 10일 “지난 20년간 채무 불이행을 억눌렀던 추세가 역전될 위험이 있다”며 기업의 부도율이 오름세를 탈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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