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6‧15...보수정권 첫 남북 정상회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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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기자
입력 2022-06-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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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보‧보수의 근본적인 시각차...윤석열 정부는 다를까

김대중 대통령(왼쪽)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0년 6월 15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고별오찬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인 2000년 6월 15일, 김대중 당시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위원장은 평양에서 한반도 분단 이후 사상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을 하고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른바 '6·15 남북공동선언'으로 불리는 선언문은 크게 5개 항으로 이뤄졌다. △통일 문제는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자주적으로 해결 △통일을 위한 남한의 연합제와 북한의 낮은 연방제의 공통성을 인정하고 함께 노력 △이산가족과 비전향 장기수 문제 등 인도적 문제 조속한 해결 △경제협력 등 제반 분야 협력·교류로 상호 신뢰 구축 △이상의 합의 사항 실천을 위한 빠른 시일 안에 당국 대화 개최 등이다.
 
합의문에는 "김대중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서울을 방문하도록 정중히 초청하였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앞으로 적절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하기로 하였다"는 내용도 있었다. 다만 김 위원장은 이를 지키지 못했고 2011년 사망했다.
 
6·15 남북공동선언은 1948년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남북 정상이 최초로 만나 도출해 낸 합의로, 남북이 스스로 평화 통일 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후 남북관계의 주요 결과물 대다수는 6·15 남북공동선언 연장선 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남북이 서로 그 책임을 떠넘기며 '6·15 공동선언 정신으로 돌아가라'고 압박하는 것으로도 22년 전 공동선언의 정치적 존재감과 역사적 의의를 잘 보여준다.
 
◆南北의 '복잡미묘'한 관계
 
1991년 노태우 정부 때 남북 총리의 서명으로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르면 남북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평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된 특수관계"다.
 
사실 1987년 개정된 현행 대한민국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영역도 우리 영토라는 것이며, '북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하는 이유다. 
 
다만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정의한 제3조와 정면충돌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는 북한이 '평화 통일을 위한 대화·협력의 주체'임과 동시에 '대남 적화 노선을 고집하는 반국가단체'로서의 성격도 함께 가지고 있다며 3조와 4조의 규범력을 동시 인정하고 있다. '국가보안법'과 '남북교류에 관한 법률'의 구성 요건과 적용 대상이 다른 이유다.
 
북한 역시 과거 자신들의 사회주의 헌법에서 수도를 '서울'로 명시하거나, 남측 정부를 '물리쳐야 할 외세'로 표현하며 대한민국 정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1991년 남북이 유엔(UN)에 동시 가입한 이후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북반부에서 인민정권을 강화하고 사상, 기술, 문화의 3대 혁명을 힘있게 벌려 사회주의의 완전한 승리를 이룩하며 자주, 평화통일, 민족대단결의 원칙에서 조국통일을 실현하기 위하여 투쟁한다"고 다소 수위를 조절했다.
 
1990년대 이후 남북관계는 온탕과 냉탕을 넘나들었다. 진보진영인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등 경제 협력과 다양한 교류가 이어졌지만, 보수진영인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파열음이 끊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관계는 다소 풀리는 듯 했다. 그러나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 실패 이후 한반도 정세는 다시 급속도로 냉각됐다. '대북 원칙론'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상황은 더욱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 두 번째)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천지에서 손을 맞잡고 들어올리고 있다. [사진=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

◆진보‧보수의 근본적인 시각차...윤석열 정부는 다를까 
 
이러한 남북관계의 온도 차는 결국 남측 집권세력이 북한을 어떤 집단으로 정의하고 바라보느냐에 따라 발생한다. 진보진영은 북한을 '대화‧협력'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적극 대화에 나섰으며, 이는 남북 정상회담 등의 성사로 이어졌다. 
 
반면 보수진영은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바라보는 경향이 많았고, 북한도 자신의 실체를 인정하지 못하는 남측 정부에 날을 세웠다. 역대 보수정권 역시 남북 정상회담을 꾸준히 추진했지만, 단 한 차례도 성사되지 않은 근본적인 이유는 그러한 '상호 신뢰 부족'에 있다. 
 
윤석열 정부가 역대 보수 정권 최초로 '남북 정상회담'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지난 1월 24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외교·안보 공약 발표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의 남북 정상회담을 "정상외교가 아닌 쇼다. 국내 정치에 외교를 이용하고, 국내 정치에 남북통일 문제를 이용한 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저는 쇼 안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상이 만나려면 기본적으로 상호 원활한 접촉을 통해 관계가 진전되는 예비 합의에 도달한 뒤에야 만나야 하는 것이지 (대뜸 정상이) 만나서 '우리 앞으로 잘해봅시다' 하는 것은 정상외교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북관계를 기존의 '톱다운(하향식) 방식'이 아닌 '바텀업(상향식) 방식'으로 풀겠다는 뜻이다.
 
당선인 시절에는 다소 전향적인 모습을 보였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4월 5일 서울 종로구 한식당에서 국민의힘 초선 의원들과 오찬을 하며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을 한다면 판문점에서 하겠다는 뜻도 전했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5월 12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북한 체제는 특성상 톱다운 방식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남북 정상회담의 조속한 개최를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는 '윤 대통령에게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건의할 것인가'라고 묻는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당연히 건의할 생각"이라며 "아마 대통령께서도 적절한 시기에, 가급적 빠른 시기에 정상회담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호국영웅 초청 소통식탁' 행사에 앞서 천안함 희생자인 고(故)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와 함께 고인의 사진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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