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재판 톺아보기] "동성군인 간 성관계, 합의하면 처벌 부당"...대법, 판례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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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혜원 기자
입력 2022-04-2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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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법 전합, '군형법 제92조6항'에 따라 유죄 선고한 원심 파기

  • "'동성 간 성행위, 선량한 성적 도덕 반한다'는 평가 보편타당한 규범 아냐"

  • "군인이란 이유로 성적 자기결정권 제한...평등권·행복추구권 침해 우려"

[사진=연합뉴스]

동성 군인이 합의 아래 성관계를 해도 처벌하는 군형법은 잘못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동성애를 처벌하는 것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대법원 판례는 지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바뀌게 됐다.
 
“군형법 보호법익, 군기뿐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지난 21일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된 군 간부 A씨와 B씨 상고심에서 군형법 제92조 6항(추행)에 따라 유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남성 군인 간 성관계는 지난 1948년 국방경비대법에서 계간죄가 생긴 이후 처벌 대상이 됐다. 지난 2013년 군형법 개정으로 계간죄가 폐지됐다. 그러나 군형법 제92조 6항이 군인 등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해 처벌은 유지됐다.
 
A씨와 B씨는 지난 2016년 9월과 12월 독신자 숙소에서 성관계를 해 군형법상 추행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은 “영외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동성 간 성행위에도 군형법상 추행죄가 적용된다”며 두 사람의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B씨는 징역 3개월 선고유예를 받고 2심도 1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1, 2심과 달리 판결했다. 다수의견을 낸 8명의 대법관들은 군형법의 보호법익에는 군기뿐 아니라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고 봤다. 대법관들은 “동성 간 성행위가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 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는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라는 전통적 보호법익과 함께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도 포함된다”며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한 성행위를 처벌하는 것은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평등권,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적 공간·자발적 합의여도 군인인 이상 ‘군기’ 법익 침해”
무죄 판단에 동의하면서도 일부 이견을 제시하는 소수 의견도 있었다. 안철상, 이흥구, 김선수 대법관은 군형법의 보호법익에 성적 자기결정권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결론 내렸다. 김 대법관은 “합의하에 이뤄진 성적 행위에 대해 군기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현행 규정을 적용해 처벌할 여지를 남겨두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봤다.
 
조재연, 이동원 대법관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두 대법관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뤄진 성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런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인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은 침해된다”며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대법원의 기존 판례를 변경한다고 전했다. 지난 2008년, 2012년 대법원은 군형법 제92조 6항을 ‘강제성 여부나 시간, 장소 등에 관계없이 동성애 성행위를 처벌하는 취지’로 판단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는 대법원 판단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지난 22일 송두환 위원장 명의 성명을 내고 “이번 대법원 판결을 환영하고, 한국에서 성적 자기결정권 보장이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난 2010년 군형법상 추행죄 조항이 ‘헌법에 정한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군인 동성애자들의 평등권 및 성적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고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다.
 
또 지난 2016년 제3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NAP) 권고에서 성소수자 인권보호를 위한 핵심 추진과제로 이 규정의 폐지를 명시했다. 지난 2020년 7월에도 법무부 장관에게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5차 국가보고서에 군형법 92조의6에 대한 폐지 입장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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