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베드에서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스케일업하는 ‘서울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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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1-09-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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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세계 15개국 창업가가 모인 '트라이 에브리싱' 개최

  • 벤츠·하이얼 등 글로벌 기업, 에쓰오일·OB맥주 등 대기업과 ‘오픈이노베이션’

  • 공간 지원·투자·보육 병행 결실...서울시 전역 ‘스케일업 전초기지화’

  • 세계에서 인정한 ‘창업 도시’...“창업·기술·투자의 장 마련”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행사를 하면 서로가 경계하는 분위기가 있었다. 이제는 스타트업의 아이디어와 대기업의 자본력·네트워크를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오픈이노베이션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과 국내 스타트업이 협력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워졌다.”(서울창업허브 관계자)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성장했다는 이야기는 꽤 여러 곳에서 들려온다. 창업의 수나 벤처투자액 등 양적 성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자금 및 해외 인재의 유입, 대기업의 스타트업에 대한 관심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 15일부터 3일간 서울 신라호텔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축제 ‘트라이 에브리싱(Try Everything) 2021’ 행사장에서도 달라진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시가 주최한 이 행사에는 미국, 캐나다, 영국 등 15개국에서 200여명의 창업 전문가가 온·오프라인으로 참여해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관심을 보였다. 베트남 ‘응웬 만 끄엉’ 과학기술부 남부지청장을 포함해 인도, 영국, 캐나다, 프랑스 대사관이 참여해 글로벌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협력방안을 모색하기도 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일반 방문객을 받지 않는 무관중 행사로 구성됐지만, 유튜브 생중계 접속자가 9800여명을 기록하는 등 화상 연결을 통한 글로벌 협업의 장이 마련되기도 했다.

이번 행사는 특히 대기업과의 협업이 눈에 띄었다. 스타트업 행사임에도 불구하고, 일정의 상당 부분이 대기업과 함께하는 데모데이나 매칭 프로그램으로 채워졌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하이얼 그룹 등 굴지의 글로벌 기업은 물론이고 빙그레, OB맥주, 에스오일 등 국내 대기업이 대거 참여하면서 혁신 기술과 서비스를 논의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장으로 꾸며졌다.
 

15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신라호텔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축제 ‘트라이 에브리싱(Try Everything) 2021’의 부대행사 ‘스타트업 정책 토크 with 스타트업’. [사진=서울창업허브] 

韓 스타트업, 대기업 손잡고 해외로
글로벌화·대기업과의 협업은 서울시가 그리는 창업 생태계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인구 밀집도가 높고, 신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는 ‘얼리어답터’가 많다는 특성을 내세워 신제품 실험과 혁신 기술의 테스트베드의 역할을 강화해왔다. 이 같은 강점은 글로벌 대기업, VC 등이 참여한 80여개의 스케일업 및 스타트업 전문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 국내 기업이 해외 자본의 투자를 받으면 글로벌 시장을 간접 경험할 수 있다. 이 경험은 궁극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 역할을 한다.

글로벌 창업생태계 분석기관인 ‘스타트업 지놈’은 지난해 글로벌 탑20 창업도시에 서울시 이름을 올렸다. 2019년만 해도 30위권 밖이었지만, 글로벌 창업 도시로서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혁신의 테스트베드에서 한 단계 더 발전해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스케일업에 성공해 이제는 서울시 전체가 하나의 창업 생태계로 조성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해에는 13개 대기업·중견기업과 협력해 우수 기업 137개를 발굴하기도 했다. 서울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서울창업허브, 글로벌창업센터 등 보육시설을 통해서는 1만3000개사 이상의 기업을 육성하고, 이들에게 8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도 했다. 시에 위치한 54개 대학을 통한 인재 유치와 각 자치구에 마련된 인공지능(AI), 바이오, 핀테크 등 클러스터 활용, 중소벤처기업부 등 정부와의 협업이 어우러지면서 서울은 ‘창업하기 좋은 도시’, ‘투자하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롯데벤처스 이종훈 투자본부장(상무)은 “현재 한국의 초기 투자 환경은 굉장히 좋다. 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하겠다는 투자자도 많이 늘었고, 미국 등 선진국과 비교하더라도 투자 환경은 그 격차를 많이 줄였다고 생각한다”며 “글로벌 다양성 측면에서는 아직 인재의 다양성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인종이 다양해지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진출 문제가 해결되고, 서울도 글로벌 도시가 될 수 있다. (시에서도) 창업 정책을 조금 더 깊게, 조금 더 세밀하게 펼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벤처 붐의 순간, 해외에 ‘서울기업 세일즈’ 최적 타이밍”

황보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
 

올해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는 총 3조73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1.9배 늘어났다. 이 중 서울에서 이뤄지는 벤처투자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면서 유니콘 기업을 육성해왔다. 기술창업 또한 매년 5만개 이상 증가하면서 창업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있다.

황보연 서울시 경제정책실장은 “코로나19는 스타트업에서 혁신의 가능성과 발전의 기회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트라이 에브리싱(Try Everything) 2021’ 행사를 통해 우리 삶 속에 들어온 4차 산업혁명 속에서 서울의 잠재력을 알리고, 기업의 잠재력을 투자자와 대기업에 알려 성장할 수 있는 ‘스타트업 스케일업의 장’으로 만들었다”며 “기술혁신이 새로운 기회로 인식되는 현재의 상황이 창업·벤처 붐의 순간이자, 해외에 서울기업을 알릴 최적의 타이밍이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술(IT) 인프라와 선진 핀테크 기술, 2조3000억원 규모의 ‘미래혁신성장펀드’를 통해 우리 창업 생태계의 성장 가능성을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서울시가 제공했던 지원은 공간 제공과 교육 등 인큐베이팅에 집중돼 있었다. 이 지원 방향성의 전환은 2017년부터 시작됐다. 시대 변화에 따라 포괄적인 지원보다는 산업별 특성에 맞는 핀셋 보육의 필요성이 높아지자 서울창업허브(공덕), 바이오허브(홍릉), AI허브(양재)를 시작으로 액셀러레이팅 지원 중심으로 한 창업정책으로 전환했다. 이제 창업과 초기 스타트업의 성장 발판이 마련된 만큼, 향후에는 유니콘 기업으로의 성장 지원체계를 구축해 스케일업에 초점을 맞춘 정책적 지원을 추진할 방침이다.

황 실장은 “서울의 창업정책은 현재의 액셀러레이팅 단계를 넘어 스케일업에 정책 방향성을 두고, 성장단계별 수요를 반영한 선별·집중 지원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아기유니콘이 예비유니콘, 유니콘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며 “앞으로는 서울의 매력을 높이는 뷰티 산업과 금융 중심지 강화의 일환으로 산업별 다양한 기술과 가능성을 가진 산업 지원을 강화해 서울의 경쟁력과 파급력을 강화할 것이다. 2030년까지 글로벌 유니콘 기업 40개 배출을 목표로, 스타트업 성장을 위한 도약대, 성장 플랫폼의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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