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공론화 10주년] SK케미칼, 법정공방 속 여전한 '우발채무 리스크'

윤동 기자입력 : 2021-08-30 18:00
31일은 국내 생활화학제품 중 유례없는 대규모 피해자를 낸 가습기 살균제 참사가 정부의 역학조사 발표로 공론화된 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날이다. '케미포비아(화학물질 공포증)'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낸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에 대한 법적공방이 지속되면서 제조사 중 하나인 SK케미칼도 여전히 우발채무 리스크에 흔들리고 있다.

올해 1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213억5000만원 수준에 이르는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올해 10주년을 계기로 피해자들이 집중 행동에 나서고 있어 여전히 안심하기는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30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SK케미칼이 지난 6월 말 기준 가습기 살균제 관련 우발채무로 인식한 소송가액은 213억5000만원(소송 7건)에 달한다. 물론 이는 원고(가습기 피해자 등)가 청구한 금액의 합계액으로 소송과정에서 변동될 여지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SK케미칼 입장에서는 상당한 리스크임은 변함이 없다.

SK케미칼 입장에선 아직까지 리스크에 짓눌리지 않고 오히려 위험성을 낮추는 데 성공하고 있다. 올해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애경산업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사 관련자 1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항소해 항소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으나 SK케미칼 등의 어깨가 다소 가벼워진 것이 사실이다.

다만 화학업계에서는 여전히 SK케미칼이 몇 년 안에 관련 리스크를 털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선 여러 재판에서 모두 승소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현재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에 대한 재판 이외에도 박철 SK케미칼 전 부사장 등의 증거인멸 혐의에 대한 재판도 진행되고 있다. 해당 재판에서 박 전 부사장이 SK케미칼의 독성실험 보고서를 그동안 은폐해 왔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박 전 부사장은 현재 SK케미칼에 재직하고 있지 않으나 SK케미칼의 모회사인 SK디스커버리의 윤리경영담당 부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해당 재판이 불리해질 경우 SK케미칼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 있다.

또 공론화 10주년을 맞이해 피해자들이 단체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31일을 하루 앞둔 이날 오후 살균제 피해자들은 SK케미칼이 위치한 SK서린빌딩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했다. 31일에는 10주년을 맞이해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서 사망자 유품 100여점을 전시할 계획이다.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지난 2011년 급성호흡부전으로 입원했던 임산부가 사망한 사건을 필두로 원인 불명의 폐질환 환자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면서 불거졌다. 환경부는 그해 8월 31일 해당 사건의 원인을 가습기 살균제로 특정했다. 이후 정부에 신고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는 7535명이며, 이 중 사망자만 1661명에 달하는 규모다.

검찰은 수사 끝에 2016년 PHMG·PGH 성분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한 옥시레킷벤키저 등에 대해서만 기소했다. SK케미칼이 개발한 가습기 살균제는 인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기소중지했다.

이후 2018년 사건이 다시 불거졌다. 당시 환경부는 SK케미칼이 활용한 가습기 살균제 성분의 유해성을 입증할 유해성검토결과보고서를 제출했고, 피해자들이 재차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을 검찰에 고발하면서 재수사가 시작됐다. 그리고 검찰은 2019년 7월 수사 끝에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현직 임직원 등을 기소했으며, 이후 현재 2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1인시위하는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족.[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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