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가 몰려온다] 백신 접종 끝낸 일본 시니어세대, 억눌렸던 소비 움직임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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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라 기자
입력 2021-07-28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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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신 맞은 시니어세대 중심으로 '보복 소비' 증가

  • 백신 접종률 높아질수록 소비 심리 회복 전망

  • '백신 특수' 예상해 접종 완료자 대상 마케팅 시작

  • 도쿄올림픽,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백신 부족 등 변수

마스크를 착용한 도쿄의 행인들이 지난 10일 일요일을 맞아 차량 통행이 금지된 긴자 쇼핑가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소비 심리가 되살아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백신 접종을 끝낸 고령층을 중심으로 소비 움직임이 활발하다. 외부 요인에 의해 억눌렸던 소비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일종의 '보복 소비' 현상이다.

최근 코트라가 일본 고령층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과 소비의 상관관계 등을 분석한 결과, 백신 접종률이 높은 고령층을 중심으로 지난 한 달 동안 지출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이달 말까지 고령층의 백신 접종을 끝내겠다고 한 가운데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움츠러들었던 소비가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물론 변수도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 도쿄올림픽, 백신 부족 등 외부 요인이 고령층의 소비를 가로막을 수 있다.

◆백신 맞은 시니어세대 중심으로 '보복소비' 증가

최근 일본의 고령층 소비가 크게 늘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일본의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앱) Zaim과 함께 해당 앱 사용자 20만명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65세 이상 고령세대의 지출액은 6월 초 대비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임 등 사교 활동 지출은 약 90%, 미용·의복 지출은 40%가량 증가했다. 이들이 여행을 위해 쓴 금액은 5월 말 대비 4배 넘게 증가했다. 저녁 술자리도 최대 6.5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고령세대가 폭발적인 소비를 시작한 데는 일종의 보복 소비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움츠러들었던 소비심리가 백신 접종 본격화 이후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고령자 백신 접종률이 크게 증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본 정부가 운영하는 국가 백신 접종기록 시스템(VRS·Vaccination Record System)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친 고령층(65세 이상)은 2650만974명이다. 전체 고령자의 75.1%에 달하는 수준이다. 2차 접종 완료율도 44.6%로 집계됐다.

이달 말까지 고령층의 백신 접종을 끝내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될 경우 백신 접종자를 중심으로 한 소비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백신 접종률 높아질수록 소비 심리 회복 전망

일본의 한 민간 싱크탱크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10% 증가할 때마다 민간 소비가 0.46%씩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백신 접종이 사람들의 소비 심리를 부추길 것이라는 얘기다.

일본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 쿠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보복 소비 : 접종 진보로 늘어나는 품목'이라는 거시경제분석 리포트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마친 다음 달 이후 사람들의 소비 심리가 점차 팬데믹 이전 상태로 돌아갈 것이라고 봤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내년 1월 이후 실질 민간 최종 소비는 지난 6월 대비 약 4.6%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백신 접종률이 높아질수록 외식, 여행, 관광 분야를 중심으로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중에서도 골프·여행·외식·스포츠·의류·미용 등 고령층의 소비가 집중된 곳부터 백신 특수를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65세 이상 시니어 세대의 소비는 전 연령의 38%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을 중심으로 한 보복 소비가 본격화할 경우 코로나19 사태로 고꾸라졌던 경제가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된다.

◆'백신 특수' 예상해 접종 완료자 대상 마케팅 시작 

특히 코로나 사태 직격탄을 맞은 운수, 숙박, 여행업계가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일본 Abema TV에 따르면 일본 내 항공·여행업계의 올 여름 예약 상황은 지난해 대비 1.15~3배 정도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항공은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1.15배, 올니폰항공은 7월 22~25일의 나흘 연휴 동안에만 예약 건수가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의 최대 명절인 오봉(8월 15일)에는 지난해 대비 2~3배 예약이 늘었다. 

백신 특수를 예상하고 한발 앞선 마케팅을 시작한 업체도 있다. 일본의 중장년층 전문 여행사 '클럽 투어리즘'은 다음 달 1일부터 올해 말 사이에 출발하는 여행 패키지를 구매한 고령층 가운데 추첨을 통해 5만엔(약 52만4000원) 상당의 여행 상품을 지급하기로 했다. 또 일본 47개 도도부현 지자체의 특산품을 증정하는 캠페인을 실시할 예정이다.

백신 접종 마케팅을 전 연령으로 확대하는 기업도 있다. 고령층을 중심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됐지만, 조만간 전 연령대가 백신 접종을 마치고 보복소비를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일본의 아나크라운플라자 호텔은 인근에 대규모 백신 접종 장소가 있다는 점을 활용해 택시 배차 앱 DiDi와 공동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대상 숙박 패키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도쿄올림픽, 변이 바이러스 확산, 백신 부족 등 변수

다만 일각에서는 긴급사태선언, 도쿄올림픽, 백신 부족 현상, 변이 바이러스 등으로 소비 심리 회복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9일 일본 정부는 도쿄도를 대상으로 다음 달 22일까지 4번째 긴급사태선언을 발령하기로 했다. 감염상황이 심각한 오키나와현도 지난 5월부터 이어져 온 긴급사태선언을 다음 달 22일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도쿄도가 다음 달 22일까지 긴급사태를 선언한 점과 오키나와현의 긴급사태선언 연장으로 개인 소비는 1조2000억원 감소하고, 3개월 후 실업자 수는 5만명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변이 바이러스도 소비 심리를 회복세를 가로막을 수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델타 바이러스는 알파 바이러스보다 감염력이 1.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7월 초 기준 일본 관동지역의 일일 신규 감염자 중 30%가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황이다. 일본 의료계에서는 델타 바이러스 감염을 막고,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2차 접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백신 공급량이 지자체의 백신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어 소비 회복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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