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체거래소 추진 속도… 부산 민심 발끈 "절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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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창 기자
입력 2021-07-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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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TS설립 주주 확보 돌입 박을 명분 없어… 부산에선 "대체거래소도 부산에"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의 본사가 위치한 부산 BIFC 전경.[사진=예탁결제원 제공]


한국거래소의 독점구조를 깨기 위한 움직임이 가시화하면서 이 문제가 지역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거래소를 대신할 수 있는 대체거래소(Alternative Trading System·ATS)의 설립을 위해 금융투자업계가 발 벗고 나서자 금융중심지로 자처한 부산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거래소란 정규거래소(한국거래소) 이외의 다양한 형태의 증권거래 시장을 말한다. 조직이 비대한 정규거래소로서는 도입하기 힘든 최첨단 전산장비 등을 갖추고 신속한 주문체결과 낮은 거래 비용을 내세우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미 해외에서는 대체거래소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은 대체거래소를 통한 주식거래 비중이 각각 40%, 30%를 넘어섰다. 정규거래소와 대체거래소가 비용과 기능으로 경쟁하면서 시장참여자들에게 편익을 준다는 게 각국의 대체거래소 도입 취지다.

그동안 한국에서도 대체거래소 도입을 위한 논의는 꾸준히 있었으나 실제 대체거래소의 설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부산 지역의 반발이다. 그동안 부산은 금융혁신기업을 도시 개발의 주된 테마로 잡고 금융공기업의 본사 이전에 힘써 왔다. 그 결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주요 증권기관이 본사와 주요 시설을 부산으로 옮겼다.

이에 증권업계는 그동안 부산지역 정치인들이 대체거래소 설립을 막고 대신 거래소 등의 주요 기관을 부산으로 옮기게 하면서 대부분 서울에서 이뤄지는 증권거래의 편의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입장이다.

거래소의 부산 이전은 공공기관 지정 해제와 맞바꾼 결과다. 거래소는 2015년 부산 지역 의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로 공공기관에서 해제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증권거래를 독점하는 거래소가 공공기관에서 해제될 수 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자본시장법에 따라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하니 독점이 아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사가 참여한 ATS설립검토위원회가 주주 모집에 나선 것이다. ATS설립검토위원회는 금융투자협회와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6개 증권사로 구성했다. 6개 증권사는 각각 약 8%가량의 지분을 투자하며 나머지 주주를 확보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이를 위해 ATS설립검토위원회는 컨설팅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사업의 타당성을 의뢰해 'ATS 설립이 거래소 간 경쟁을 촉진해 국내 자본시장을 혁신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받았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게다가 지난해부터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거래소의 독점적 사업구조가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공공기관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서 거래소 입장에서도 대체거래소 설립을 적극적으로 반대하기 어렵다.

한국 내 대체거래소 설립에는 골드만삭스와 UBS 등 해외기관투자자는 물론 미국 나스닥 등 다른 거래소까지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닥은 캐나다의 대체거래소 차이엑스(Chi-X") 캐나다를 직접 인수해 캐나다 주식시장에 진출한 경험도 있다.

서울지역에 대체거래소가 세워질 경우 가장 주목이 되는 분야는 바로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다. 차익거래전략을 활용해 초 이하 단위로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하는 매매를 말한다. 거래소 본사가 부산으로 이전하기 전에는 국내 증권사들도 활발하게 활용한 거래 방식이다.

하지만 거래소의 부산 시대가 열린 이후에는 활성화가 안 됐다. 주문은 서울에서 내고 체결은 부산에서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시세정보와 주문정보의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고빈도매매의 정확성이 떨어졌다.

하지만 주문과 체결을 모두 서울에서 할 수 있는 대체거래소가 생긴다면 다시 고빈도매매를 활용한 상품개발이 가능하리라는 게 증권업계의 기대다.

반면 서울지역에 대체거래소를 설립하는 작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면서 부산지역은 울상이다.

최근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부산시민을 얼마나 하찮게 보고 있는지를 여실히 증명하는 것"이라며 "대체거래소 설립 기도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시민연대는 "대체거래소 도입만으로도 한국거래소 수입이 상당 부분 감소해 부산의 금융중심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며 "금융위가 대체거래소 설립 움직임을 지속할 경우 대정부 투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부산시는 대체거래소와 가상자산거래소를 합친 새로운 형태의 거래소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형준 부산시장의 공약 중 하나다.

이를 두고 한 증권사 관계자는 "서울 지역의 대체거래소 설립은 반대하면서 부산 지역에 대체거래소를 설립하겠다는 건 전형적인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아닌가"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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