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어디까지 왔나] 양승태 등 고위법관 14명 기소…4년 재판에 유죄판결 두 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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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기자
입력 2021-07-2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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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아직 먼 사법농단 처벌·피해자 구제

  • 전관 변호사·현직 판사…단죄 없는 '사법농단' 그 이후

  • 양승태·임종헌은 1심…임성근 탄핵심판 다음달 마무리

사법농단 관련 전·현직 법관 중 첫 유죄 판단을 받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왼쪽)·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사진=연합뉴스]

 
대법원과 박근혜 정부의 부적절한 유착과 재판 거래 등 일탈이 드러난 '사법농단' 사건이 터진 지 약 4년이 지났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 고위 법관 14명이 기소됐고, 법원은 대다수에 무죄를 선고했다.

4년여간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상당수는 별다른 징계 없이 일선에 복귀하거나 퇴직했다. 퇴직한 일부는 '전관 변호사'가 됐다.

◆전관 변호사 된 사법농단 판사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사법 행정권 남용 혐의로 1심 재판을 받는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 처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 처장 등은 2020년 변호사 등록을 마치고 전관 변호사로 살아가고 있다.

고 전 처장은 법무법인 율우 고문 변호사로, 박 전 처장은 법무법인 이제 고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은 유해용 법률사무소의 대표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유 전 연구관은 대법원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를 반출해 변호사 영업에 활용한 혐의를 받았지만 1심과 2심 모두 무죄 판단을 받았다.

시진국 전 부장판사는 현재 법무법인 화우 소속 변호사로 있다.

그는 강제징용·위안부 사건 재판 개입 문건 등을 작성한 혐의로 대법원에서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지만 재판에 넘겨지지는 않았다.

◆사법농단 판사들, 징계는 어떻게 됐나

2019년 검찰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등 사법농단 연루 전·현직 판사 10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면서 현직 판사 66명을 사법농단에 관여했다며 대법원에 비위 통보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수사 과정에서 비위가 드러난 66명 중 10명만 징계를 청구했다. 시효가 지났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법관징계법에 따르면 판사에게 징계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3년이 지나면 징계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한다.

대표적으로 권순일 대법관은 법원행정처 차장으로 일하며 2013년과 2014년 '물의 야기 법관 인사조치 검토'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공소장에 기재됐다.

그러나 권 대법관은 징계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관징계법상 현직 대법관에 대한 징계가 불분명하고, 비위사실 대부분이 2015년 이전에 발생해 징계 시효가 이미 만료가 됐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에게 각각 정직 6개월, 방창현 부장판사에게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박상언 부장판사와 정다주 전 부장판사는 감봉 5개월, 김민수 전 부장판사는 감봉 4개월, 시진국 전 부장판사는 감봉 3개월이다. 문성호 전 부장판사에게는 견책 처분이 내려졌다.

◆첫 유죄 판단…이민걸·이규진

이규진 전 상임위원과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은 사법농단 의혹 관련 사건 가운데 첫 유죄 판결을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2부(윤종섭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상임위원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이 전 기획조정실장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해산된 옛 통합진보당 지방의회 의원들의 지위 확인 소송 재판에 개입한 혐의, 파견 법관들을 동원해 헌재 내부 정보를 수집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실장이 국제인권법연구회 등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에 비판적인 판사들의 모임을 와해시키려 한 혐의, 국회의원이 피고인인 사건 결론에 관해 재판부 심증을 파악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을 유죄로 판단했다.

이 전 상임위원·이 전 실장과 검찰은 모두 결과에 불복했고, 항소심 첫 재판은 오는 8월 26일 열릴 예정이다.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신광렬·조의연·성창호 부장판사는 1심과 항소심에서 각각 무죄를,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법원장과 임성근 전 부장판사는 1심에서 각각 무죄를 선고받았다.

◆임성근 사법농단 판사 중 첫 탄핵소추

국회는 지난 2월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무기명 투표로 표결했고, 재석 288명 중 찬성 179명, 반대 102명, 기권 3명, 무효 4명으로 가결했다.

당시 소추안을 대표 발의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안 설명을 통해 탄핵 사유를 설명한 이후 "지난해 2월 14일 선고된 피소추자에 대한 1심 법원 판결을 통해 이미 인정된 사실관계"라며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지난 2018년 11월 19일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로서 탄핵소추 대상'이라 선언한 재판개입행위"라고 말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 행적’ 칼럼을 쓴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 관련 사건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 체포치상 사건 △프로야구 선수들의 약식명령 사건 등 3개 사건의 재판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다만 임 전 부장판사는 탄핵소추 당시에는 현직 법관이었지만 2월 28일 임기만료로 퇴임해 현재는 법관 신분이 아니다.

헌재는 오는 8월 10일 오후 2시에 최종 변론기일을 열기로 했다. 최종 변론이 끝나면 재판부는 양측의 의견을 토대로 심리를 한 뒤 결론을 내릴 예정이다.

이 밖에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등은 사법농단 논란이 불거짐과 동시에 임기만료로 퇴임한 상태다. 이들에 대한 재판은 아직 1심도 끝나지 않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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