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50대 예방접종 사전예약 오류 개선 등과 관련한 긴급 브리핑에 앞서 국민에게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방역 최전선에 서 있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을 두고 ‘한국의 잔다르크’라는 평가가 고유명사처럼 뒤따른다.

정 청장은 지난해부터 중책을 맡아오며 업무 피로감이 상당한데도 맡은 바 본분을 다하는 데 여념이 없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4차 대유행’이 오고, 백신 접종 사전예약 등에서 문제가 불거지자 야당과 여론, 언론의 뭇매를 온몸으로 맞은 것도 그였다. 억울할 만도 하지만 그때도 역시 “최선을 다하겠다”는 한마디로 고개를 숙일 뿐이다.

누구보다 성실하고 청렴한 그이기에 작은 실수마저도 더 크게 눈에 띄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기 변명을 늘어놓기는커녕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사실 관계를 내보인다.

그런 그의 청렴결백함이 여실히 드러난 사례가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다. 정 청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공개된 것이다.

17일 질병관리청의 ‘2021년 6월 청장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 따르면 정 청장은 6월 한 달간 업무추진비로 32건 399만5400원을 결제했다.

32건 중 과반인 20건은 ‘코로나19 관련 회의’ 명목으로 결제됐다.

나머지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관련 논의(25일) 6건, 상임위원회 전체회의 대비 검토 및 관련 논의(16일) 5건, 백신 분야 전문가 자문회의(7일) 1건 등이다.
 

6월 정은경 질병관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자료=질병관리청 제공]


사용 내역을 보면 호텔이나 고가 음식점 등은 찾아볼 수 없다.

충북 청주 오송 질병관리청 인근 한정식·일식 전문점, 오송역 주변 분식집, 도시락집, 카페가 전부다.

국회 일정 등으로 서울 여의도를 방문할 때도 제과점, 카페 등에서 커피 정도를 마시는 데 그쳤다.

총 251명이 399만5400원을 사용해 한 사람당 평균 1만5918원을 썼다.

16일 아침의 경우 5명이 5000원으로 서울역 도넛 가게에서 결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간이 촉박한데 배는 고프니 한 사람당 도넛 1개로 아침 공복을 때운 것이다.

점심에는 대부분 음식을 비대면 포장·배달로 해결했다. 지출 시간은 점심·저녁 때를 앞둔 오전 11시, 오후 5시 전후였다.

여준성 보건복지부 장관정책보좌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 청장은 포장 후 식사도 따로 한다. 혹시 모를 감염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정 청장의 업무추진비가 공개되자 인터넷에선 정 청장을 응원하는 누리꾼들의 응원이 쏟아졌다.

누리꾼들은 “좀 비싼 거 드셔도 되는데, 짠하다”, “이런 분만 나랏일하면 좋겠다”, “청장님의 청렴이 느껴진다”, “건강 챙기면서 일하셨으면 좋겠다”, “법이 보호해야 할 분” 등의 반응을 나타냈다.
 
누가 잔다르크에게 돌을 던지나
정 청장이 지난 14일 만 55~59세 백신 접종 예약 중단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을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정부는 탓했지만, 그를 두둔하는 메시지가 주류를 이뤘다.

정 청장의 사과를 책임지는 자세로 받아들이고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남기는 누리꾼이 상당했다.

당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정 청장에 대해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백신 부족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질병관리청장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공개되자 이마저도 쑥 들어갔다.

4차 대유행을 두고 정치권이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에 집중하는 정 청장에 대한 국민의 공감과 신뢰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4차 대유행이 빚어지자 여당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서울형 상생방역’에 칼날을 겨눴고, 야당에서는 문재인 대통령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에게 책임을 물었다.

또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원희룡 제주지사 등이 ‘정부 무능론’을 펼치며 방역 책임론을 키웠고, 정치권이 서로 화살을 겨누는 와중에도 정 청장은 담담했다.

지난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정 청장은 “(4차 대유행의) 책임은 방역당국에 있다”며 스스로 날아오는 화살을 맞았다.

정 청장은 “방역당국 책임자로서 4차 유행을 통제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 송구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일 코로나19 확산의 기로에 서 있는 중차대한 시기임을 고려해 주말 대규모 집회 자제를 요청하기 위해 정은경 중앙방역대책위원장과 함께 민주노총을 방문,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의 면담이 불발돼 돌아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4차 대유행’의 한복판에 서 있던 지난 9일은 정 청장의 생일이기도 했다.

따듯한 흰 쌀밥에 미역국을 먹어도 모자랄 판에 마스크와 서류철을 들고 국회와 브리핑, 현장 등으로 동분서주하며 구슬땀을 흘렸을 그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정치권과 여론, 언론의 뭇매가 얼마나 가혹한지를 다시 한번 따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 청장도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을 알 것이다. 그를 향해 쏟아지는 누리꾼들의 응원 메시지를 익히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감사해했을 법하다.

이와 같은 응원의 마음은 국가 최고통치자인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가닿은 듯하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의 엄중한 상황을 감안해 정 청장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부르지 않기로 한 것을 두고 사의를 표한 바 있다.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참모회의에서 “질병관리청장이 국회에 출석해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심각한 코로나 국면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방역과 접종에 집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며 “여야 예결위 간사를 비롯한 국회 예결위원들의 합의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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