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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챗GPT야, 난 네가 무섭다"
미국 스타트업 오픈AI가 개발한 대화형 인공지능 모델 ‘ChatGPT(챗지피티)’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대화 전문 인공지능 챗봇으로, 챗은 채팅의 줄임말이고 GPT는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 앞 글자를 땄다고 한다. 우리말로 풀어보면 ‘사전 학습된 생성 변환기’ 정도가 되겠다. 세계적 열풍에 힘입어 국내에선 서비스에 접목하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등장했다. 의료기기 업체와 교육업체 등에서 우선 적용하고 있는데, 건강이나 시술과 관련된 질문에 빠르게 답변하도록 적용했고, 코딩을 배우는 수강생을 위한 즉문즉답 서비스에도 활용된다. 대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SK텔레콤과 삼성SDS 등이 업무 자동화 솔루션(RPA)에 챗GPT 기능을 도입해 능률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도 나섰다. 과기정통부와 문체부 등은 ‘챗GPT 특강’을 열고 연구모임까지 꾸렸다. 윤석열 대통령 역시 공직사회에 ‘챗GPT 활용 방안을 찾으라’고 주문할 정도다. 챗GPT 인기가 급상승하다 보니 구글과 네이버 등 국내외 검색 기반 플랫폼 역시 자체 AI 챗봇 개발에 속도를 내며 ‘바드’ '서치GPT’ 등 대항마를 꺼내 들었다. 물론 인공지능 챗봇이 만능은 아니다. 학습된 정보를 기반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이다 보니 시점과 정보 입력 오류에 따라 부정확한 답변을 내놓을 때가 적지 않다. 원천적으로 답변이 차단된 범죄와 성차별적인 부적절한 질문도 ‘우회(Bypass)’ 기법으로 교묘히 풀어버리는 일도 빚어지고 있다. 같은 문제로 전문가들은 챗GPT 활용을 두고 속도조절론을 강조한다. 부작용에 대한 반감은 실제 사용 규제로까지 이어진다. 미국 은행 JP모건체이스와 이동통신 업체 버라이존은 직원들에 대해 챗GPT 사용을 규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객 정보나 소스코드가 빠져나가거나 하는 오류가 발생해서다. 논문과 보고서 작성 등에 활용하는 일도 증가해 최근에는 챗GPT를 활용했는지를 점검하는 ‘감시 프로그램’까지 생겨나고 있다. 중국에서는 AI 기반 챗봇이 검열받지 않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는 점 등을 우려해 주요 IT기업들에 대해 챗GPT 서비스 활용 자체를 금지한다는 소식도 있다. 그럼에도 본지를 비롯한 국내 유수 언론들은 ‘챗GPT 앓이’ 중이다. 기자라는 직업 특성상 무수한 정보의 전달과 압축, 각색이 주를 이루다 보니 검색과 인공지능 대화까지 가능한 챗GPT의 마력을 외면하기 어렵다. 한 달에 2만6000원가량 하는 유료 챗GPT 서비스에 가입해 연일 획기적인 답변을 유도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2000년이 도래할 당시 세기말 혼란으로 다양한 사회적 이슈가 급부상하고, 낡은 것이 새로운 것이 되는 뉴트로(newtro·신복고)와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트렌드가 익숙해지듯 어쩌면 챗GPT도 같은 이치일 수 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익숙해져야만 하는 유행 같은 일상 말이다. 흡사 스마트폰이 가져다준 충격이 그랬던 것처럼. 문득 고민의 연장선상에서 챗GPT에 묻고 싶은 것이 생겨 질문을 던졌다. “챗GPT야, 네가 발전하면 기자라는 직업도 사라질까?" 챗GPT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단 5초 만에 답을 써내려 갔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으로 인해 기자 직업이 사라질 가능성은 존재하지만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고 봅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일부 기사 작성과 취재 과정이 자동화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스포츠 경기 결과를 자동으로 작성하는 봇 기사, 자동화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인용문과 함께 기사를 작성하는 기술 등이 이미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동화 기술은 일부 반복적인 작업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으며 새로운 정보를 찾아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구성된 콘텐츠를 작성하는 능력은 아직까지 인공지능 기술로 대체하기 어려운 영역입니다. 게다가 기자의 역할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한 분석, 진실성 검증, 다양한 시각과 의견 수용, 진솔한 인터뷰와 이야기 등 사람 중심의 다양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이러한 면에서 인공지능은 기자의 역할을 보조할 수 있지만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아직까지 기술적 제약이 존재합니다.” 순간 안심이 되면서도 지나치리만큼 차분한 녀석의 대답에 오싹해지는 기분을 감출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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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벼랑 끝 K스타트업, 세계로 눈 돌려야
글로벌 복합 위기로 전 세계 굴지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저마다 투자를 축소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사업에만 손을 대고 있다. 정부 예산 투입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열악하다. 이 같은 흐름은 한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았던 국내 스타트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자금 경색이 이어지다 보니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고 덩달아 기업 가치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시작으로 새벽배송으로 이름난 컬리,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여행·여가 플랫폼 야놀자 등의 투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국내 전자책 구독 스타트업 밀리의서재는 상장 철회를 결정했고, 토종 OTT 왓챠도 투자 유치 실패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배달대행 플랫폼 메쉬코리아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 역시 기업 가치가 예년 같지 않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벤처캐피털(VC)이 신규 투자를 줄이자 혁신 스타트업 기업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글로벌 복합 위기에 맞는 출구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와 기업 외형을 키우는 규모의 경제를 고집하기 보다는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Deep tech·고도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진다. 다만 딥테크 집중 지원은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등 다양한 혁신 스타트업 성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내수 중심의 스타트업 투자가 아닌 해외시장 개척에 정부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24곳 중 75%가 내수 중심 업체로 한정돼 있다. 반면 대다수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인력이 시급한 상황에서 개별 스타트업이 이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중기부는 글로벌 투자 확대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 모델로 프랑스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와 싱가포르 ‘스타트업 SG’를 꼽고 있다. 이를 위해 ‘K스타트업’ 브랜드를 만들고 대기업 등과 함께 향후 5년간 글로벌 K스타트업을 5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런 면에서 중기부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전략에 기대를 건다. 정부는 초격차 스타트업 300곳을 선정해 상위 20곳에 대해 최대 10억원까지 스케일업 투자를 단행한다. 글로벌 펀드 역시 내년 8조원으로 편성했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강화 의지는 최근 열린 국내 스타트업 최대 축제 ‘컴업 2022’에서 엿볼 수 있다. 컴업은 국내 유수 스타트업을 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투자자와 교류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아이지에이웍스, 메가존클라우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야놀자, 무신사, 더핑크퐁컴퍼니, 마이리얼트립, 백패커, Deel(딜) 등 국내 스타트업과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19개국에서 참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현대차, 롯데벤처스 등 글로벌 대기업은 벤처캐피털(CVC) 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중동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에 대한 투자 유치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벤처투자 전문기관이 최근 양국 간 투자협력·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투자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E-스포츠와 게임 산업 분야 중소벤처기업 지원 방안도 논의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중점 과제로 추진해왔다.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전략과 자본 유치 전략을 담은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뉴욕에서 ‘한·미 스타트업 서밋’을 주도해 구글·오라클 등 글로벌 대기업과 K-스타트업 공동 육성을 타진했다. 현재 정부와 중기부의 스타트업 지원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K-스타트업이 벼랑 끝에 서 있는 투자 가뭄 시기에 국내에만 머물러 있는 ‘우물 안 스타트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자신들의 혁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분 좋은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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