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경고에도..." 中 '불법 별장촌' 스캔들 또 되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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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중국본부 팀장
입력 2021-05-10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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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윈난성 쿤밍 뎬츠호 불법 골프장, 별장촌 '난개발' 몸살

  • 수차례 당국의 단속에도 '눈가리고 아웅'식 대응

  • 시진핑 대노한 '친링 불법 별장촌' 전철 밟을까

쿤밍 뎬츠호 불법골프장. [사진=펑파이신문 캡처화면]


"바닥에 묘목이 무더기로 쌓여있다. 일부 구역은 나무를 갓 심어놓고 물을 뿌린 흔적이 뚜렷하다. 나뭇가지만 그냥 심어놓아서 잎이 말라 죽은 것도 허다하다. 땅밑 10cm 아래로 얕게 심어놓은 나무는 살짝만 잡아당겨도 쑥 뽑힌다."

중국 당중앙에서 파견한 생태환경 감찰조가 지난달 14일 윈난성 쿤밍 뎬츠호(쿤밍호) 인근의 불법 골프장을 몰래 시찰한 결과를 적은 보고서 내용이다. 

이달 초 감찰조가 떴다는 소식에 현지 관광당국은 1급 자연보호구에서 버젓이 운영하던 골프장을 부랴부랴 철거하고 그 자리에 나무를 심어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당국의 시찰에 대응하려던 사실이 낱낱이 적발된 것이다. 

특히 상급 정부에서 내려온 수 차례 철거 명령을 무시한 현지 지방정부의 행태는 3년 전 산시(陝西)성 정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친링 자연보호구의 '불법 별장촌 스캔들'을 연상케 한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쿤밍 불법 골프장 스캔들이 중국 정치 폭풍의 핵이 될 수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 "시멘트산으로 변했다" 쿤밍 뎬츠호 난개발 행태 낱낱이 '적발'

뎬츠호 남부 창야오산. 난개발로 '시멘트산'으로 변했다. [사진=웨이보]


뎬츠호(滇池湖, 쿤밍호라고도 불림)는 윈난성 쿤밍시 남서쪽에 위치한 330㎢ 면적의 중국 서남부 지역의 최대 담수호다. 1급 자연보호구로 지정된 이곳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지난해 1월 시찰했다. 시 주석은 당시 "환경을 대가로 단기적 경제발전을 추구해선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뎬츠호 주변은 현재 대규모 난개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뎬츠호 동쪽 편에 위치한 골프장은 총면적이 46헥타르에 달하는 데, 이중 3분의 2는 1급 자연보호구에 위치해 있다. 

2004년부터 국무원에서 환경보호를 이유로 이곳에 신규 골프장 건설 승인을 중단했으나, 해당 골프장은 '실외관광레저공원'으로 신고해 당국의 허가를 받고 2010년 5월부터 불법 운영됐다.

2011년부터 수차례 상급 정부가 내린 골프장 철거 명령은 철저히 무시됐다. 해당 골프장이 2016년부터 2021년 3월까지 불법영업으로 벌어들인 매출은 1247만5000위안(약 21억7000만원)에 달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뎬츠호 남쪽에 위치한 창야오산(长腰山)은 2015년부터 시작된 부동산 난개발로 '시멘트산'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전체 산 면적의  90% 이상이 불법 별장, 리조트 건물로 뒤덮였다.  2016년 중앙에서 파견된 생태환경 감찰조가 철거를 요구했으나 소용없었다.
 
◆ 중앙정부 철거명령도 무시···정치 '폭풍의 핵' 될까

이는 3년 전 산시성 친링(秦嶺) 불법 별장촌 스캔들을 연상케 한다.

시진핑 주석은 2014년부터 친링 국가급 자연보호구에 불법으로 지어진 고급 별장 수백 채를 철거하라는 지시를 무려 여섯 차례 내렸다. 하지만 당시 자오정융(趙正永) 산시성 당서기를 비롯한 지방간부는 이를 따르지 않았다. 1194채에 달하는 불법 별장은 자오 서기 퇴임 이후인 2018년에야 비로소 철거가 마무리됐다.

이후 자오 서기가 부패 비리행위로 무기징역 처벌을 받은 것을 비롯해 웨이민저우 전 시안시 당서기(무기징역), 펑신주 산시성 부성장(15년 징역형) 등 7명의 간부들이 불법 별장촌 스캔들을 계기로 무더기로 숙청됐다. 

지난해 친링 자연보호구를 직접 찾은 시진핑 주석은 "친링 불법 별장촌의 전철을 절대 밟아서는 안 된다"며 지방정부에 경고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SNS 계정인 협객도는 8일 뎬츠호 불법 골프장 사건을 전하며 친링 불법별장촌 스캔들을 재거론했다. 협객도는 "이는 중앙정부 명령을 무시하는 지방정부 관료를 엄중히 처벌한 사례"라고 꼬집었다.  

관영 신화통신도 8일 사설에서 이번 스캔들의 배후에 어떤 부패세력이 도사리고 있음을 시사했다. 사설은 "뎬츠를 눈처럼 보호해야 하지만, 지방정부는 '선택적 실명'을 하고 있다"고 맹렬히 비판했다. 이어 "이같은 대규모 사업개발을 어떻게 지방정부가 못 볼 수 있느냐", "이같은 불법행위 배후에 얼마나 심각한 부패가 도사리고 있는가", "누가중앙과 인민의 눈을 속이고 사실을 은폐했는가"라며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주장했다. 

SCMP는 "쿤밍 불법 골프장 사건이 중국의 정치폭풍의 핵이 될 수 있다"며 다만 얼마나 많은 관료들이 이번 스캔들에 연루됐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중앙정부 경고 속 윈난성 현지 지도부는 친링 불법 별장촌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는 듯 신속히 움직였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이달 초 노동절 연휴 윈난성 롼청파(阮成發) 당서기와 왕위보(王予波) 성장 등 당·정 지도부는 직접 덴츠호 현장을 찾아 생태환경을 단속했다. 

불법 건축물 철거작업도 신속히 돌입했다. 쿤밍일보에 따르면 현재 뎬츠호 주변의 800여개 별장과 300개 건축물이 철거됐으며, 이미 수십여대 굴착기와 1700여명의 인력을 파견해황폐화된 토지에 나무심기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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