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국제유가 상승, 한국 성장률·물가 모두 끌어올릴 것"

기업 생산비용 0.7% 증가, 가계 소비 부담은 0.3~1.2% 늘어

"중장기적으로 원유와 석유 제품 의존도 줄이는 노력 필요"

KDI 천소라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왼쪽)과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이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 효과' 보고서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DI 제공]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국제 유가 상승이 올해 경제성장률을 최대 0.7%포인트, 물가상승률은 0.8%포인트까지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KDI 천소라 경제전략연구부 연구위원과 정규철 경제전망실장은 6일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 효과' 보고서를 통해 "빠르게 상승한 국제유가가 원유 수입국인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배럴당 42.25달러였던 국제유가는 4월 넷째 주 기준 평균 63.6달러로 50% 가까이 상승했다.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이지며 원유 수요가 증가한 가운데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의 감산 등으로 공급 불안이 커진 영향이다.

보고서는 "예비적 수급과 투기 충격은 수입물가 상승을 유발해 국내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최근의 유가 상승이 전 세계 경기 회복을 동반하고 있어 경제성장률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분석했다.

향후 국제유가가 배럴당 70달러까지 치솟으면 물가상승률이 0.8% 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7% 포인트 각각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일 경우엔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이 각각 0.6% 포인트, 0.5% 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봤다. 유가가 배럴당 55달러에 그친다면 각각 0.5% 포인트, 0.4% 포인트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유가 상승은 그 자체로 가계 구매력 감소와 기업 생산 비용 증가를 유발한다"면서 "경제주체별 영향은 기업의 증가한 생산 비용이 비석유제품 가격으로 전가되는 정도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석유제품 가격이 비석유제품 가격으로 전가되지 않으면 기업의 생산 비용이 평균 0.7%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가계의 경우 석유제품 가격 상승이 비석유제품 가격에 전가되는 정도에 따라 소비 지출 부담이 0.3~1.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 분석은 유가 변동에 따른 직접적인 요인만을 분석한 수치다.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는 기타 요인은 반영되지 않았다.

생활필수 품목의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도 있다. 국제 유가가 오르면 석유류, 전기료 등은 그만큼 생산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의 유가 상승이 추세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정규철 실장은 "지난해 2분기 유가가 낮았던 기저효과를 고려하면 올해 2분기에는 아주 강한 물가 상승 압력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저효과가 해소되면 압력도 조금씩은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천소라 연구위원은 "필요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는 정책과 유가 영향을 크게 받는 상품에 한시적으로 가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국제유가 충격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고, 기후 변화에도 대처할 수 있도록 원유와 석유 제품 의존도를 줄이는 노력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자료=KDI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