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인(人)]이장형 베트남야구협회 지원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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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1-04-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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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축구 이어 K야구로 한류열풍 이끈다...베트남 야구협회 공식출범

  • “베트남, 야구가능성 높은 나라...한국 지원 속 베트남 야구보급 이어져야”

  • 베트남 대표팀 감독에도 한국인 물망...“스포츠 외교의 저변확대 필요성”

지난 10일 베트남 야구협회 창립식이 열린 가운데, 협회 주요관계자들이 모여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사진=베트남 야구협회 제공]


"베트남은 야구 발전의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나라입니다. 다른국가 선수들과 달리 야구 규칙을 빠르게 이해하고 응용합니다. 베트남야구협회 창설과 더불어 베트남 야구대표팀이 공식창단된다면, 빠른 시간안에 동남아에서 손꼽히는 야구강국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장형 베트남 야구협회 지원단장(고문)은 베트남 야구의 미래를 이렇게 내다봤다. 그러면서 그는 “4년 전 베트남 한 야구동호인과의 만남에서 시작된 작은 약속이 이제는 협회를 창설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됐다”며 “협회창설을 위해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베트남 정부와 한국야구계에 큰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고 전했다.

베트남야구협회가 베트남 정부의 공식 승인을 받고 출범했다. 베트남 야구협회는 이달 10일 창립식을 열고 이달 말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야구 불모지나 다름없는 베트남에서 한국의 지원 속에 최초의 공식적인 야구단체가 설립된 것이다.

베트남 야구협회 창립에는 무엇보다 한국과 베트남의 야구 인연을 맞닿게 한 이장형 단장과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만수 전 SK와이번스 감독, 유재호 베트남 한국야구 순회코치의 공로가 컸다. 이들 3인방은 베트남 정부 승인부터 베트남 야구협회의 창립 과정부터 베트남 정부승인, 초대협회장 섭외까지 하나하나 베트남 야구인들과 손을 맞잡고 심혈을 기울였다.

아직 할일은 산더미다. 베트남 야구협회가 창설됐다지만 베트남어로 된 야구교본을 만드는 일부터, 야구경기 대회 주관, 야구중계 정규프로그램 편성, 협회 산하의 야구대표단 창설과 야구장 건립까지 베트남 야구가 제 모습을 갖추기 위한 여정이 막 시작됐을 뿐이다.

이장형 단장은 “특히 베트남은 야구경기로 사용할 수 있는 공식 경기장마저도 없는 현실”이라며 “건립부지 등을 베트남 정부와 협의를 통해 확보하고 건립비 확보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베트남 대표팀도 구성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베트남 정부 또한 적극적인 의지로 야구대표팀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베트남 야구협회와 출범과 함께 베트남 야구단은 대표팀으로 승격해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 2023년 캄보디아 동남아시아 게임 참가해 일정성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단장은 “한국적 야구가 베트남에 보급되면서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 와서 K-축구붐을 일으킨 것처럼 베트남에서 또 다른 K-야구 열풍이 불기를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프로축구에서 뛴 응우옌콩푸엉 선수처럼 베트남 야구도 스타플레이어가 배출돼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게 된다면 K야구도 알리는 동시에 현지에서 상당한 야구 붐업도 조성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이제 스포츠 외교는 친선의 의미를 넘어 한 국가의 소프트파워에 중심축으로 꼽힌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와 영국 프리미어리그(EPL)가 전 세계에 위력을 떨치고 있는 것처럼, 스포츠는 그 어느 분야보다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가깝게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이 베트남에서 한국 축구붐을 일으켜 우리 또한 국가이미지 상승과 막대한 부가효과를 얻고 있다.

베트남 야구는 이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무릇 준비된 도구가 있어야 요리가 시작되는 법이다. 작금의 사정은 1900년대 개화기 시절 우리네 YMCA야구단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무엇보다 막 태동한 베트남 야구 발전과 보급을 위해 한국정부와 한국야구계의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베트남 야구가 K축구에 이어 한국야구를 등에 업고 새로운 성장신화를 써나갈 수 있을까. 현지 팬의 한사람으로 베트남 스포츠에 대한 관심과 발전, 한국야구 저변확대를 기대해본다. 다음은 이 단장과의 일문일답.


 

쩐득판 베트남 야구협회 초대회장(오른쪽 두번째)과 이장형 단장(오른쪽 첫번째), 유재호 코치(오른쪽 세번째).[사진=베트남 야구협회 제공]


-베트남 야구협회 창설을 축하드린다. 베트남 야구협회에 대한 설명을 한다면
베트남 야구협회는 지난 2019년 10월 창설준비를 위한 활동위원회가 먼저 베트남 정부에게 승인을 받았다. 이후 2020년 12월 16일 베트남 야구협회가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에게 공식승인을 받았고 2021년 4월 10일 창립총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사실 베트남 정부에 따르면 협회 승인 이후 3개월 안에 창립총회를 해야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지난 2월 베트남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제3차 확산이 시작됐고 하노이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계속 발생해 다시 정부에 요청을 해서 연기에 연기를 거듭하다가 결국 4월 10일 베트남 야구협회가 창립총회를 가질 수 있었다.
현재 베트남 야구협회는 초대 베트남 야구협회장과 23인의 집행부 위원 그리고 외국인 자문단이 있다. 외국인 자문단은 본인과 이만수 감독, 전 유재호 라오스 야구대표간 코치가 함께 포함돼있다. 초대야구협회장은 베트남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스포츠국 국장을 지낸 쩐득판(Tran Duc Phan) 씨다. 협회의 본격적인 활동은 이달 말부터 시작하며, 곧 아시아야구연맹(BFA)에도 25번째 국가로 가입을 할 예정이다.

-베트남 야구협회가 창설된 계기는
베트남 야구협회 창설은 정말 우연한 기회에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베트남 선수들과 나눈 대화와 약속 때문에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책임감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베트남 야구선수들이 금성홍기(베트남국기)를 가슴에 달고 국제대회에 당당히 출전하는 모습을 꿈꾼다는 것을 알고나서 이를 도와줘야한다는 일념이 컸던 것 같다.
지난 2017년 제1, 2회 알루코 베트남 주니어 야구대회가 하노이에서 개최됐다. 당시 1회 대회 때는 중·고등학생들로 구성된 하노이 한국국제학교가 우승을 차지했다. 2회 대회 때는 호찌민과 다낭에 있는 팀들까지 대회에 참가하여 총 10개팀이 참가했는데, 이 대회에서 하노이 국립대학이 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하노이 국립대학의 주장이자, 현재 베트남 야구협회 집행부의 핵심 멤버인 찌엔(Chien) 씨를 처음으로 알게 됐다.
이후 찌엔 주장 대화를 나누며 베트남이 야구대표팀 뿐만아니라 야구협회도 없는 열악한 야구현황에 대해 알게 됐다. 그러면서 본인은 찌엔 주장에게 “베트남은 먼저 야구협회를 발족하고, 국가대표팀을 창설하고, 국제대회에 참가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찌엔 주장은 야구협회 창설에 대해 도움을 요청했고 창설준비활동을 위한 서류 작성부터 한국야구의 발전 사례와 베트남 야구대표팀 창단 등 많은 논의가 시작됐다.

-베트남 야구협회 창설 과정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에피소드를 전한다면
베트남은 야구 자체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고 동호인도 적어 초장기 어려움이 많았다. 베트남에선 야구가 비인기 종목인데 야구 협회를 왜 창설해야 하는지 왜 필요한지 정부와 관련인사들에게 설명하고 설득을 하는 과정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무엇보다 베트남 야구협회가 창립되기 전까지 이만수 감독님의 도움이 컸다. 이만수 감독은 지난 2019년 1월 라오스 국제야구대회에서 만났다. 당시 이 감독은 라오스 야구보급에 힘쓰고 있었다. 이를 통해 2017년 창립된 라오스 야구협회의 과정을 듣고 많은 조언을 얻었으며, 베트남 야구에 대한 관심과 도움을 요청했다.
또한 2019년 창설준비 활동 승인을 받고 나서 별도로 베트남 하노이 야구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던 유재호 감독과 이용득 베트남방송국(VTC) 부사장과 함께 베트남 야구지원단을 조직했다. 아울러 야구협회 창설에 앞서 베트남 스포츠계의 저명한 인사를 초대회장으로 모시는 것이 급선무였다. 이에 초대 협회장인 거론된 쩐득판 회장을 만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판 회장은 처음에는 어떤 낯선 외국인이 왜 타국 야구협회에 이렇게 관심을 가지면서 만남을 요청하는지 의구심이 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끈질긴 설득으로 결국 2020년 4월에 그를 만나 베트남 야구협회 초대회장으로 모실 수 있었다. 이후 베트남 정부에 야구협회의 창립 필요성을 계속해서 강조했고 마침내 2020년 12월 16일 베트남 정부로부터 최종승인을 받았다.


 

이장형 단장과 이만수 전 SK 와이번스 감독.[사진=베트남 야구협회 제공]


-베트남 야구의 저변확대와 가능성은.
베트남의 야구인프라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 아직 국제경기를 치를 수 있는 관중석이 있는 야구경기장은 베트남 전체에 단 한 곳도 없다. 그나마 투수 마운드를 가진 연습경기장도 하노이 1곳과 호찌민 1곳이 전부다. 또 베트남의 야구동호인들은 거의 모든 야구 장비는 다른 나라로부터 구매를 해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2016년 처음으로 베트남에서 야구를 접했을 때와 비교하면 불과 5년 사이에 야구를 실제로 즐기고 활동을 하는 동호인들은 2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 하노이는 고등학교와 대학팀 등 클럽 팀들이 총 7~8개팀으로 증가했고 유소년 야구까지 총 2000명 정도로 야구인프라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베트남은 다른 동남아 국가와 선수들이 달리 야구 규칙을 빠르게 이해하고 응용한다는 점이다. 이만수 감독 등 야구전문가들에 따르면 베트남 선수들은 야구를 오래 접하지는 못했지만 이해력이 높고 팀워크가 좋다. 예컨대 다른 나라의 경우 희생번트나 희생플라이를 이해시키는데도 한참이 걸렸지만 베트남에서는 이를 이해하고 선수들이 스스로 플레이가 가능하다는 점 등이다.
이에 현재 베트남 야구단을 지도하고 있는 유재호 감독을 중심으로 한국 전문지도자를 파견 받아서 체계적인 훈련을 한다면 향후 3년 이내에 동남아에서 상위권으로 성장을 하리라고 생각한다. 또한 한국의 인천유나이티드FC에서 활약했던 응우옌콩푸엉 축구선수처럼 베트남 야구도 스타플레이어가 배출돼 한국 프로야구에서 뛰게 된다면 상당한 붐업도 조성될 것이다.

-베트남 야구발전을 위해 또 한국적인 야구 보급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베트남 야구협회가 창설되는 과정에 주베트남한국대사관, 한국문화원 등에서 많은 지원을 해준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 또한 대한체육회에서도 지도자 파견 문제에 대해 베트남 쪽과 긴밀히 협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무엇보다 스포츠는 이제 한 국가의 중요한 소프트파워의 한 부분이다.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의 축구를 한 단계 성장시키면서 베트남 내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는 스포츠 외교의 성공사례를 보여줬다. 야구 또한 한국야구의 우수성을 베트남에 전파하고 베트남 야구가 받아들여 발전한다면 스포츠 외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동남아시아 국가로 보면 필리핀은 미국적 야구가 이식됐고 태국은 일본적 야구가 이식됐다. 이에 감독도 필리핀은 미국 감독이 태국은 일본 감독이 야구대표팀을 맡고 있다. 베트남은 야구협회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한국야구계의 지원을 받아왔다. 또한 한국프로야구 선수 출신이자 라오스 대표팀 코치를 했던 유재호 감독이 1년 넘게 하노이에서 베트남 선수들을 지도해왔다. 유 감독은 이제 베트남 야구대표팀 초대 감독에도 물망에도 오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야구협회가 추진하고 있는 야구장비 보급, 지도자 파견, 베트남 야구대표팀의 한국 내 전지훈련 진행 등 일련의 계획들이 진행될 수 있도록 한국정부의 지원을 요청드리고 싶다.


 

이만수 감독이 경기에 앞서 베트남 야구단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사진=베트남 야구협회 제공]


- 향후 베트남 야구협회의 활동계획과 포부를 전한다면
베트남 야구협회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다. 물론 베트남 야구협회는 베트남인들을 위한 야구단체다. 궁극적으로 베트남 야구협회는 쩐득판 초대회장을 중심으로 베트남 야구인들이 이끌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야구협회의 운영이나 대표팀 운영, 야구 전파 등에 대한 미숙한 점을 한국야구계에서 노하우를 적극적으로 전수해 줘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베트남 야구협회 자문단으로 한국야구의 우수성과 선수 육성 프로그램 등을 베트남 내에 전파하고자 한다.
먼저 다음달 15~16일에는 한국대사배 국제유소년 야구대회, 9월에는 한국·베트남 야구챔피언십대회 등이 연이어 열린다. 또 통상 영어로 되어 있는 야구교본의 베트남어 제작이 시급하다. 아울러 야구문화 유튜브 제작, 방송채널 편성 등을 통해 야구를 베트남에 알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다.
특히 가장 큰 문제인 베트남 야구장 건설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 같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베트남은 야구대표단이 창설된다해도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공식경기장이 없다. 이를 위해 야구장 부지 선정 등 많은 기관들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현지에서 야구를 계속해서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다년간의 경험을 통해 느낀 베트남은 어떤 나라인가
본인은 대학에서 체육교육학을 전공하고 2005년부터 한국에서 교편을 잡아 2016년부터 하노이한국국제학교에서 체육교사로 근무해왔다. 현재는 베트남 야구발전을 위해 휴직계를 내고 야구협회의 고문직을 맡고 있는 야구팬의 한사람이기도 하다. 그간 학생들에게 많은 스포츠를 경험했고 가르쳐봤지만 야구만큼 매력적이고 학생들이 즐겁게 활동에 참여하고 인성을 고루 발달시키기에 좋은 스포츠가 없었다고 본다. 야구는 결국 팀워크와 배려, 희생이 더해지지 않으면 좋은 성적을 절대 유지할 수 없는 스포츠다. 또한 남녀노소가 야구 경기장을 찾아 응원문화를 즐기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야구문화의 독특한 문화가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코로나19 초창기에 일부 한국 누리꾼들의 베트남에 대한 혐오를 보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난 베트남 친구들의 따뜻한 마음과 배려는 저에게 베트남의 매력을 한층 더 크고 깊게 만들어주었다. 그들이 가진 열정과 의지를 직접 눈으로 보면서 많은 감동을 받았다. 승리에 집착하지 않고 한 점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즐기는 모습에 제 스스로를 반성하기도 했다.
야구라는 매개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이 국민들이 조금 더 가까워지고 돈독해질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란다. 또 한국적 야구가 베트남에 보급되면서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에 와서 K-축구붐을 일으킨 것처럼 베트남에서 또 다른 K-야구 열풍이 불기를 기대해본다.


 

이만수 감독과 유재호 코치가 베트남 야구단과 함께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베트남 야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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