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언의 베트남 인(人)]안경환 한국글로벌학교(KGS)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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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베트남)=김태언 특파원
입력 2021-03-17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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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GS는 퇴임 후 제2의 인생...한국·베트남 관계 발전에 공헌할 것”

  • “베트남은 충의의 민족, 한·베 가정 2세의 자부심 함양에 주력”

  • “하노이 교민사회와 학교가 함께 발전하는 선순환 구조 만들 것”

  • “언어 다르면 문화도 달라...유사함과 같음을 혼동하지 말아야...”

안경환 한국글로벌학교(KGS) 이사장[사진=KGS 제공]


‘국내 1호 베트남 박사’ ‘외국인 최초 베트남문학상’ ‘하노이 명예시민’

안경환 한국글로벌학교(KGS: Korea Global School) 신임 이사장의 화려한 베트남 경력이다. 그는 지난 30여년간 베트남 관련 저술과 활동을 벌이면서 국내 최고의 베트남 전문가로 명성을 이어왔다.

그는 한국외대 베트남어과 74학번이다. 졸업 후 그는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 입사해 호찌민 주재원으로 베트남 초기 현장을 누볐다. 80년대 당시에는 한국과 베트남의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아 신용장(LC)조차 개설되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베트남 시장 개척의 산 증인인 셈이다.

1996년에는 하노이국립대와 더불어 양대 명문인 호찌민국립대 인민사회학부에서 한국인 최초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체 외국인으로도 1호박사라고 한다. 이후 그는 대학(영산대, 조선대) 강단으로 자리를 옮기고 학자로서 20여년 넘게 베트남 관련 연구와 베트남 관련 저술에 매진해왔다.

특히 베트남 언어학 전공자로 베트남어 보급에 집중해왔다. 베트남의 필독 고전인 호찌민 주석의 <옥중일기(獄中日記)>와 응우옌주의 <쭈옌끼에우> 등의 번역 저서를 포함해 다양한 베트남어 교재를 출간했다. 베트남 내 세종학당 개설을 통해 한국어를 베트남에 처음 보급한 것도 안 이사장이다. 그는 지난해까지도 본지의 ‘브랜드 칼럼’을 통해 연재를 진행하며 일반 독자들에게 베트남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힘써왔다.

베트남 정부는 이러한 안 이사장의 노고를 기리며 한국·베트남친선문화진흥공로 휘장, 평화우호 휘장을 수여했다. 베트남문학회로부터는 외국인 최초로 베트남문학상을 수상했으며, 하노이시에서는 명예시민으로 추대받았다. 호찌민 인문사회과학대는 지난 2017년, 학교 역사를 통틀어 가장 자랑스러운 동문 60인 중 한명으로 그를 선정했다.

자타공인 베트남통(通)으로 불리는 안 이사장이 최근 하노이 한국글로벌학교(KGS) 신임 이사장으로 부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지난해 조선대학교 교수직을 정년퇴임하고 KGS 재단의 요청으로 이달 초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그는 인터뷰를 통해 “평생 동안 베트남 국부인 호찌민 주석을 연구한 학자로서 그의 기지를 이어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호찌민 주석이 생전에 당신의 직업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나의 직업은 직업혁명가’라고 대답했다”며 “본인 또한 지난 30년 동안 베트남언어학 전공, 상사맨, 교수에 이어 이제는 이사장으로 새로운 삶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임 이사장으로서도 그는 “해외에서 태어나 한국 전통과 문화를 모르는 2세들에게 ‘한국의 얼’, '한국의 혼'을 심어주고 싶다”며 “역사의 질곡을 힘겹게 이겨온 한국과 베트남의 두 민족의 충의정신과 애국정신을 결합해 강한 민족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함양시키는 교육에 방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안 이사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2018년, 응우옌티낌응언 베트남 국회의장이 안경환 이사장에게 '베트남 국민우호훈장'을 수훈하고 있다.[사진=안경환 교수 제공]


-KGS 이사장으로 부임을 축하드린다. 본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한다면
"195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고를 졸업하고 한국외대에서 베트남어를 전공했다. 해병대 62기 장교로 복무했으며, 전역 후에는 현대그룹에 공채로 입사해 현대중공업과 현대종합상사에서 근무했다. 1996년에는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 대학원에서 어문학 석사에 이어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당시로서는 베트남의 외국인 최초 언어학박사였다. 이후 부산 영산대학교를 거쳐 조선대학교 교수를 역임하고 지난해 정년퇴직했다.
주요 포상내역은 베트남 정부로부터 친선문화진흥공로 휘장, 평화휘장, 우호훈장을 수여받았고 호찌민시로부터는 휘호, 응에안성은 호찌민 휘호를 받았다. 베트남문학회에서는 외국인 최초로 문학상을 수상했다. 또한 2014년에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하노이를 수복한 기념으로 ‘하노이 명예시민’으로 추대됐고 2017년에는 국립호찌민인문사회과학대학교(인사대) 개교 60주년에 맞춰 쯔엉떤상 전국가주석, 응우옌티낌응언 국회의장과 함께 ‘자랑스러운 동문 60명’에서 한 사람으로 선정된 바 있다. 현재는 친선교류단체인 한베경제문화협회(KOVECA) 상임고문과 한국지방정부신문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베트남은 KGS의 요청으로 지난 2월말 하노이에 입국해 3월 8일부터 이사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베트남 초기 근무 시 어려움이 많았다고 들었다. 이에 대한 술회를 한다면
"1989년 현대종합상사의 호찌민 주재원으로 파견돼 5년간 베트남에 근무했다. 당시는 한국과 베트남이 외교관계가 수립되어 있지 않아 태국 방콕 주재원으로 호찌민시에 근무했다. 사무실도 얻을 수 없어 약 3년을 호텔에 장기체류했다. 김포공항에서 베트남으로 가는 직항로도 없어서 베트남에 가려면 방콕, 홍콩, 마닐라 등 베트남 대사관이 있는 지역으로 일단 가서 입국비자를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다. 여기에 정상적인 무역관계가 아니었기 때문에 LC조차도 개설하지 못했다. 이에 물물교환형태로 제품을 지급하고 베트남 전쟁에서 남은 고철을 받았던 기억도 있다. 지금 기준으로는 상상하기 어려운 애로사항이다."

-베트남 학자로서 대표적인 출판물과 연구내용에 대해서 말씀해주신다면
"먼저 한국과 베트남 관계의 배경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 1975년 4월 30일 베트남이 통일되면서 한국과 외교관계가 단절되고 1992년 12월 22일 외교관계가 정상화되기까지 약 18년 동안 양국은 교류가 끊겼다. 이 때문에 이 기간은 한국에서 베트남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암흑기였다고 볼 수 있다. 당시 베트남에 대한 자료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베트남 언어학과 베트남 문화에 대한 연구를 주로 했다. 주요 저서를 소개하자면 <생활 베트남어회화>, 호찌민인사대 쩐티투르엉 교수와 공저한 한국어와 베트남어로 된 <행복한 한·베 다문화가정을 위한 길잡이> 등이 있다. 번역서로는 베트남 민족영웅이자 국부인 호찌민 주석이 중국의 옥중에서 지은 133편의 한시집 <옥중일기> <호찌민 시집>, 베트남이 낳은 세계적인 문호 응우옌주(阮攸)의 <쭈옌끼에우>, 20세기 베트남 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희생되었던 여의사 당투이쩜 열사가 쓴 전쟁일기 <지난밤 나는 평화를 꿈꾸었네>, 베트남의 신장(神將)으로 불리는 보응우엔잡 장군의 회고록 <잊을 수 없는 나날들> 등이다. 또 소설가 도빅투이가 쓴 중편 소설 <영주(領主)>가 번역 완료되어 곧 출판될 예정이고, 베트남판 한중록이라고 할 수 있는 응우옌자티에우(阮嘉韶)가 쓴 고전 문학 <궁원음곡(宮怨吟曲)>을 번역하고 있다. 특히 옥중일기와 쭈옌끼에우는 베트남의 손꼽히는 명저다. 일반인들이 베트남을 이해하기 위해서라면 반드시 읽어 보아야 할 필독서로 추천하고 싶다."

-베트남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베트남은 어떤 나라로 평가되는가
"베트남은 ‘신기한 나라’다. 베트남은 작지만 세계에서 제일 강인한 나라라는 생각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베트남은 세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제국을 건설하였던 몽골제국에 대항해 자기 정체성을 지켜냈다. 몽골제국의 원나라 세조 쿠빌라이가 1258, 1285, 1288년 3차례에 걸쳐 침략했어도 베트남을 점령하지 못했다.
또 프랑스의 식민 지배를 종식시키기 위해 호찌민 주석이 이끄는 베트남군은 라오스 국경 근처 난공불락의 프랑스 공군요새인 디엔비엔푸 전투에서 대승을 거두고 1946년에 시작된 제1차 인도차이나 전쟁도 승리로 이끌어 독립을 스스로 쟁취했다. 여기에 미국의 남베트남 지원에도 베트남은 결국 통일에 성공하면서 미국에 실패를 안겨준 첫 번째 국가다. 이렇게 보면 몽골, 프랑스, 미국과 전쟁을 통해 세계 3대 강국을 물리친 유일한 민족이 베트남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베트남 민족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베트남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을 경제발전 모델로 삼아 ‘홍강의 기적’을 이루려하는데 궁극적으로 베트남은 이러한 자긍심을 통해 신흥 경제강국으로 부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에 진출하고자 하는 한국인들에게 당부의 말씀을 전한다면
"무엇보다 베트남의 문화가 한국문화와 같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과 베트남 문화가 같다고 말한다. 이는 유교적 전통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베트남과 한국문화는 절대로 같지 않다. 유사한 것과 같은 것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문화가 같다’라고 이해하는 순간 이미 실수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말이 다른데 어찌 문화가 같을 수 있겠는가. 말은 민족의 혼이고 민족의 얼이다. 정신이 다르고 문화가 다른데 자꾸 같다고 하니까 오해가 생기고 문화적인 충돌이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면 우리는 숫자 ‘4’를 기피하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숫자 ‘5’를 기피한다. 또 우리의 세시 풍습 가운데 오곡밥 먹기, 부럼깨기, 귀밝이 술, 더위팔기, 달맞이, 쥐불놀이, 동제 등은 베트남의 풍습에는 없고 폭죽, 꺼이네우 세우기와 같은 귀신을 쫒는 풍습은 한국에 없다.
이러한 사소한 문화적인 차이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국과 베트남의 두 민족이 모두 음력을 사용해 왔고 유교문화의 전통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큰 틀에서는 같지만 세부적으로는 기후, 언어, 생활 습관의 차이에 따른 상이점이 상당히 있다. 이렇게 베트남과 한국의 문화는 같지 않고 ‘다름’을 아는 것이 베트남에서 성공하는 데 지름길이 될 것이다.
아울러 최근 베트남에서 한국어가 제1외국어로 채택돼 초등학교 3학년부터 한국어를 배운다고 한다. 이에 한국어가 선풍을 일으키고, 베트남을 중심으로 동남아에서 한류가 다시 거세게 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이 경우 베트남 국민들에게 한국의 일방적인 문화수출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포부가 있다면
"한국글로벌학교(KGS)의 재단 이사장으로 이제 업무를 시작했다. KGS는 ‘내일을 가꿔라, 세상을 품어라’라는 교훈으로 지난 2020년 9월 현재 교명으로 개교해 지난해 12월 교육부로부터 정식학교로 인정받았다. 아직 역사가 짧은 신규학교지만 벌써 수백여명의 학생들이 초·중·고등부에 입학해 양질의 수업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해외에서 태어나 한국 전통과 문화를 모르는 2세들에게 ‘한국혼’, ‘한국의 얼’을 심어주고, 한국혼을 제대로 갖춘 본연의 한국 사람을 양성하는 데 주력하고자 한다. 또 반만년 역사의 질곡을 이겨온 한국과 베트남 두 민족의 충의 정신과 충효정신 애국, 애민, 애족 정신을 결합해 타민족이 함부로 넘볼 수 없는 강한 민족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함양시키는 교육에 주안점을 두고자 한다.
이사장에 재임하는 동안 다니고 싶은 학교, 자녀를 보내고 싶은 학교, 자부심을 느끼는 학교로 발전시켜 보고자 한다. 또 학교 시설을 교민사회에 개방해 한인 공동체 발전을 위한 소통의 장을 제공하고 이러한 활력을 통해서 다시 교민사회의 뭉쳐진 힘을 학교가 발전하는 원동력으로 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나가고 싶다.
덧붙여 생전에 호찌민 주석에게 당신의 직업은 무엇이냐고 질문했더니 잠시 생각하던 호찌민 주석은 ‘나의 직업은 직업혁명가’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본인 또한 현대그룹 직원에서 다시 대학교수로 전업했다가 이제는 하노이 KGS의 재단이사장직을 맡게 됐다. 이제 당신의 직업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베트남과 호찌민 연구가’라고 답하고 싶다. 평생 동안 베트남 국부인 호찌민 주석을 연구한 학자로서 그의 기지를 이어받고 싶다는 의미이며, 이는 스스로가 베트남 탐구를 거듭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동력이기도 하다."


 

지난 8일 안경환 신임 이사장이 부임식이 열린 가운데 안 이사장(오른쪽 두번째)과 KGS 임직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사진=KG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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